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한 번 오스카 영화 시상식에서는 한국 식문화에 주목했다. 2019년 영화 ‘기생충’에서 라면이 잠깐 스쳐지나간 정도였다면, ‘미나리’는 영화 제목뿐만 아니라 내용의 큰 흐름에 한국인의 나물 반찬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들의 나물 반찬을 기본으로 한 건강한 한식 식단을 소개할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임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코로나 이후 다음 K푸드는 무엇이 될지 고민하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식물성 단백질 선호 두드러져
선진국일수록 선호도 높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글로벌 소비자들의 입맛과 식습관도 변하고 있다. 유로모니터 글로벌 신선식품 시장 변화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외식이 크게 줄어들면서 육류, 해산물, 과일 등 대부분의 식재료시장이 큰 감소를 보였다. 특히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비교적 선택적인 신선식품에 속하는 과일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크게 하락했다. 주로 가족들과 함께 요리해서 먹는 생선, 해산물 카테고리는 가장 큰 하락폭을 보여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손수 재료를 손질하여 요리하기보다는 간편식 등에 더 많이 의존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신선식품 시장 변화는 주요 국가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났는데, 특히 본래 외식보다 집밥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던 유럽과 이미 외식·가정간편식에 익숙한 북미 시장은 확연히 다른 패턴을 보였다. 영국의 식재료 소매 채널은 2020년 완만하게 성장했다가, 2021년 다시 하락하지만 이내 간편하게 가정식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한 소비자들의 새로운 식습관에 탄력받아 내식 위주의 시장이 향후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은 외식산업에서 소비가 그대로 집밥으로 몰리면서 식재료 소매 채널은 급격하게 성장, 곤두박질 친 외식산업을 흡수하는데 무리가 없는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 달성을 앞두고 외식산업은 전에 없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당분간 집밥을 먹지 않겠다는 이들의 보상 외식 심리로 인해 소매 채널 판매 신선식품 시장 역시 코로나19 이전보다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시장 흐름으로 견과류, 콩류 등의 식물성 단백질 시장이 매우 큰 폭으로 성장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육류 등의 공급이 원할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 단백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확연히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아시아 시장은 ‘익숙한 맛’ 찾아
플랜트 베이스 식품, 아시아에서 새로운 가능성 찾아야 

아시아 및 한국 식재료 소비 시장은 선진국과는 정 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일과 채소 소비가 크게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콩류 소비는 한국이 아시아 평균보다도 훨씬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내 집밥 시장 역시 간편식에 크게 의존하면서 집에서 소비할 수 있는 콩류 식재료의 소비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더불어 국내 소비자의 식물성 단백질 섭취에 대한 선호가 선진국보다는 확연히 낮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식물성 단백질 품시장은 2019년에 대체육 등 소비자 관심이 막 활발하게 형성되기 시작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은 새로운 시도 대신 기존 익숙한 맛을 더욱 소비하면서 관련 시장은 형성되자마다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나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플랜트 베이스 식품(plant based food)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코로나19 이후 관련 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유로모니터 글로벌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시아와 중동 지역은 종교적 이유로 비율이 좀 더 높게 나타나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약 30%의 인구가 매주 또는 매달 주기적으로 식물성 고기를 섭취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식물성 고기를 일부러 섭취하는 이유로 환경문제와 동물복지를 꼽은 소비자가 각각 40%(복수응답 기준) 가까이 차지하고 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선택한 식단(make me feel better)이라는 응답이 더 높게 (50%) 나타났다. 즉, 단순히 ‘우리를 위한’ 의식있는 소비자로서 행동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건강을 위해서도 식물성 단백질 소비는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K푸드는 식물성 단백질을 원하는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나물반찬에 쌈
K푸드, 알고보면 훌륭한 채식 식단

국내 식당에서는 별도의 채식주의자 메뉴가 흔치 않다. 일각에서는 채식주의자, 비건이 익숙하지 않아 편식한다는 선입견을 갖는 등 다양한 식습관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 그렇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일반 백반집이나 고깃집을 가더라도 채소로 만든 다양한 밑반찬과 김, 밥, 된장국이 있으면 사실 채식주의자도 굳이 고기를 먹지 않아도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한식의 기본인 밑반찬 문화가 자연스럽게 채식을 할 수 있는 한식 문화를 만들어 온 셈이다. 

이제 더 많은 글로벌 소비자가 ‘미나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쓰이는지 알게 되었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는 해독작용, 숙취해소에 탁월한 채소이다. 쌈에 상추 다음으로 자주 찾는 깻잎은 비타민과 미네랄, 특히 철분이 풍부하고 소고기와 함께 먹으면 서로 부족한 미네랄을 채워줄 수 있는 훌륭한 쌈채소이다. 왜 한국인들이 굳이 고기를 쌈에 싸서 먹는지, 바베큐를 설명할 때 꼭 곁들여 줘야하는 부분이다. 영화가 널리 알려졌으니, 이제 한국 채소, 코리안 허브(Korean Herb)의 효능을 손쉽게 설명하는 것이 더욱 수월해졌다.

나물반찬, 쌈채소 등의 한식단을 소개할 때, 굳이 ‘한국 전통’ 음식임을 강조하지 않아도 좋은 이유는 바로 이 탁월한 효능, 손쉬운 플랜트 베이스 식단으로의 가능성에 있다. 지난 몇 십년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한국의 전통 음식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한복을 차려입고 김장을 하는 등 김치를 한국 관광 상품으로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김치가 세계인들에게 각인된 결정적인 계기는 김치의 기능성이 강조되면서였다. 

코로나19 이후 면역력 향상 음식에 어떤 것이 있을지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질 당시, 영국 매체 더 선(The Sun)의 보도에 따르면, 대표적인 발효 배추 음식으로 한국의 김치, 독일의 사워크라우트를 소개했다. 즉 ‘한식’이 아닌 ‘건강식’으로 먼저 소개해 글로벌 소비자에게 알려진 셈이다. 음식이 갖고 있는 탁월하고 건강한 효능이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나물반찬 역시 다양한 효능을 가진 나물의 조화와 글루텐 프리 라이스를 메인으로 하는 베지테리언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식단이라는 점을 먼저 강조할 필요가 있다. 

봄나물, 건강하게 지속가능성 실천할 수 있는 K-식단으로 현지화 전략 필요 
한식 메뉴와 문화를 글로벌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잘 알려진 한국 음식을 글로벌 소비자들이 재해석 할 수 있도록 현지인들과 커뮤니케이션 역시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로, 비빔밥은 여러재료를 고추장과 ‘비벼’ 먹는다는 독특함과 한국의 맛을 강조해 소개되어 왔지만, 글루텐프리 쌀을 베이스로한, 함께 먹는 든든한 한끼 식사로서 영양이 많고 다양한 효능을 가진 각종 채소가 어우러진 ‘건강한 채식 한 끼’라는 포인트에는 비교적 소극적이었다. 

나물 반찬을 채식 식단으로 알린다면 관련 다양한 제품의 세계화 역시 노릴 수 있다. 나물을 무칠 때 가장 흔하게 쓰는 참기름, 들기름은 영양이 풍부한 건강 제품이다. 이를 마치 지중해 식단에 늘 언급되는 올리브유처럼 포지셔닝 할 수도 있다. 또한 간단하게나물을 즐길 수 있는 나물무침 양념, 겉절이 양념 제품 역시 나물 소스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소비자들이 정원에서 키운 채소(허브)를 나물이라는 색다른 방식의 샐러드로 즐길 수 있도록 충분히 홍보한다면, 손쉽게 먹거리를 마련할 수 있는 기능성 소스로서 현지 식문화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유로모니터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식품산업을 이끌 올해의 주요 트렌드(Food&Nutrition Strategic Themes)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점차 식품안전성을 중요시 하면서 셀프로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그로우 잇 유어셀프(Grow it yourself)’가 유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인들은 봄이면 산과 들로 다니며 쑥과 냉이, 명이나물을 캐고, 약초로 불리는 이들을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 건강하게 먹는다. 이러한 문화가 비단 한국 봄나물, 밑반찬의 문화는 아니다. 우리가 신선한 채소로 나물과 겉절이를 해먹듯, 유럽 소비자들은 갓 따온 허브와 가든 채소에 레몬즙과 드레싱, 올리브 오일을 버무려 샐러드를 만들어 식탁에 올린다. 

다양한 나물 가짓수와 풀어낼 수 있는 효능에 대한 스토리를 자랑하는, 채식 한 끼로 손색이 없는 K푸드 문화를 ‘건강’과 ‘지속가능성’, 두 가지 키워드를 앞세워 현지 식문화에 녹여보는 것은 어떨까. 

문경선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식품&영양 부문 총괄 연구원

식품저널 2021년 6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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