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101)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으로 바꾸려면
공유 주거형태로 변화를 유도해야

흔히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을 의ㆍ식ㆍ주(衣食住)라고 하는데, 중요도를 기준으로는 순서가 바뀌어 식ㆍ주ㆍ의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먹는 것이 최우선이고, 다음 추위와 더위를 피할 거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집)란 개념은 생활하는 장소라는 의미와 함께 한 가족이 같은 공간에 모여 생활하면서 정신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장소로도 그 중요성이 크다.

한 지붕 한 가족이란 이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주요한 기본단위이다. 지금도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강조할 때 한솥밥을 먹은 사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같이 먹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함으로써 생각과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절친한 사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수단이다.

근래 이 기본단위인 가족의 개념이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 1인 가구가 전체의 30%를 넘어서고 있으며, 먹고 자는 것을 혼자 해결하는 생활이 일상화되고 있다.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개인 간 접촉을 꺼리는 현상까지 보여 더더욱 함께하는 우리 공동생활의 기본에서 멀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는 계기는 석기시대 이래 공동생활을 함으로써 모든 일을 하는 데 힘을 모아 협력한 결과이다. 더불어 같이함으로써 쉽게 지치지 않고 더 좋은 결과를 냈고, 혼자 힘보다 같이했을 때 큰 수확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터득하였다. 결국, 이런 모임의 결과로 집단화가 가능하였고, 생각을 공유하고 종합하여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고 있었다.

집단화를 바탕으로 한 공동생활에서는 상호 소통 수단으로 언어와 전달방법인 문자가 필요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언어와 글자는 인류 발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 왔다. 극단적인 개인 생활방식으로의 변화는 사람 간 소통과 협력의 기회를 박탈하여 자기 발전의 기회를 잃게 되어 원시시대로 회귀하지 않나 불안하다.

변해가는 우리 주거문화를 재검토하여 사생활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공동생활이 가능하도록 여건 조성이 필요하게 되었다. 옛 하숙집을 생각하면 각방을 쓰는 사생활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서로와 접촉하면서 같이 사는 형태였다. 사생활을 보장하면서도 공동생활을 통하여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자신의 사고를 상대의 거울에 비춰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생활을 보장하되 공동생활을 접목한 생활방식이다.

일부 선진국에서 시도하고 있는 지역공동체 마을은 개별거주를 허용하고, 공동으로 참여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 공동의 일을 함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고, 단지 내에 유치원, 초등학교를 유치하여 세대 간 어울리고 경험을 전수하고 필요한 것을 서로 나누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도시 집중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로 이를 막을 수는 없으나, 주거비 상승과 극단화되는 개인주의화 폐해를 완화하려면 사회성을 복원하고 인간의 속성인 함께하려는 본능을 충족하는 합리적인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사생활을 중시하면서도 타인과 교류를 즐기고 싶어 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이 속성을 살려 함께하는 기회를 물리적으로 만드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리빙하우스나 일본의 테라스 하우스 개념을 도입, 주거 환경을 재구상할 필요가 있다. 개인만의 공간을 가지면서 공유공간을 함께하는 주거형태다. 일종의 룸메이트를 만드는 것이다. 10명이 함께 살면 친구 10명을 갖게 되며, 그들과 접촉함으로써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참고하고 수용하며 융화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기숙사의 룸메이트, 하숙집 친구는 사회에 나가서도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개인화, 독불화 되어가는 우리 사회풍토를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서로 접촉 기회가 없는 원룸보다는 공유공간을 갖는 공유 주거형태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극단적인 개인화는 큰 사회 병폐로 작용하여 국가발전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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