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100)

 

매일 맞는 평범하고 작은 기쁨에서 행복을 찾아내고
이어서 창조해 내는 것도 마음에서 기적을 이루는 것

보통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살려 노력한다. 불행을 의식적으로 불러들이지는 않는다. 그럼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개개인에 따라서 그 기준은 다르겠으나, 일상에서 오는 여러 형태의 즐거움에서 행복을 느끼고, 생활하면서 매 순간 기쁨과 만족을 무의식적으로 행복한 감정으로 받아들인다. 모든 행복의 요건은 각자의 기준에서 서로 다를 것이다. 물질적인 것도 있겠으나, 물질도 결국 마음으로 이행되기 때문에, 아마도 정신적인 것이 더 비중을 차지할 것 같다. 순간순간 대하는 소소한 즐거움에서 얻는 충만한 행복의 합이 일생 얻어지는 양을 크게 하는 데 관계될 것이라 생각한다.

땀 흘리고 오르고 싶었던 산등성이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 뜨거운 여름날 차갑게 식힌 수박을 한입 베어 먹으며 몸으로 느끼는 상쾌한 감각, 한겨울 군고구마 장수가 건네주는 고구마의 따뜻함을 느끼는 순간, 자그만 친절, 내가 건물 문을 나가려는데 앞서 나가는 사람이 문을 잡고 내가 나오기를 기다려주는 배려,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내 이웃 구멍가게 아주머니의 따뜻한 미소와 아침 인사, 이럴 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잔잔히 마음에 남는다. 순간이지만 이를 느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거실에 앉아 나의 얘기를 듣고 긍정하면서 끄덕여주는 아내의 모습에서 나를 항상 응원하는 내 편이 있다는 것에 뿌듯한 행복감을 느낀다. 길거리 담장에 늘어져 있는 덩굴장미의 모습과 그 신비한 향을 맡는 이 순간 내가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감각을 갖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다른 행복감에 젖는다. 가을 시골에서 잘 익어 낱알이 묵직한 벼를 수확하면서 느끼는 뿌듯한 감정, 오랜 노력의 결과를 얻는 기쁨과 함께 하루 일을 마무리하고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가 만들어내는, 구름에 비치는 붉은 노을의 신비스러운 장관은 가슴에 와 닿는, 살아있음의 행복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행복은 밖에서 내미는 것이 아니라 보고 느끼는 과정에서 내 마음속에서 스스로 창조하는 심리적인 상태일 것이라 여긴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코 기다려주지 않고 순간 지나간다. 평소 남의 시선과 기대에 맞추려 자기만의 고유함을 잃는 생활에서 진정 나와의 대화로 얻어지는 순수한 감정이다. 늦은 밤 밝은 달빛 아래 미풍에 은은히 실려 오는 벚꽃 향을 맡을 때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늦봄 탐스러운 함박꽃의 검붉은 자주색 꽃잎은 자연이 주는 선물로 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신비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한여름 소나기가 시원히 지나가고 맞은편 산에 걸려있는 무지개는 하늘이 내려주는 값비싼 선물이라 여겨지며 내가 이 순간 볼 수 있다는 행복감에 젖어 든다. 이어서 만들어지는 뭉게구름은 내 상상대로 모습을 만들고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햇빛은 우주 창조의 비밀을 나에게 알려주는 신호로 여겨진다. 살아가면서 느꼈던 행복의 순간들,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마음의 영상이 지금도 떠오른다.

늦게 내 삶 속으로 깊이 들어온 첫애가 내 가슴에 안길 때, 다음 생을 이어갈 분신을 얻었다는 뿌듯함, 이어서 고생하여 학업을 마친 딸애가 자기가 원하는 직장에 합격했다는 통지서를 보여주었을 때 느끼는 보람된 아비의 마음, 그 딸애가 낳은 다음 세대, 그 어린 손녀의 고사리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며 나를 이끌 때, 살아가면서 그전에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만끽한다. 가정에서의 행복은 눈으로, 귀로 그리고 냄새로 느낀다. 퇴근하여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너무나 친숙한 김치찌개 냄새가 나를 먼저 맞고, 그 뒤에 미소를 띤 아내가 서 있을 때 내 안식처인 가정이 있다는 비교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 든다. 이 모든 사소한 것들이 내가 느끼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받아들여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순간 지나가는 것을 잽싸게 낚아 가슴으로 품을 때 그 감흥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삶에서 느끼는 행복은 순간의 작디작은 기쁨과 즐거움이 모여 이어질 때 만족감으로 다가오듯, 색색의 천으로 조각을 이은 밥상 보와 같은 조화의 감정이 아닐는지.

기적은 하늘을 나는 것,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평범히 땅 위를 걸어 다니는 것이라고 하는데, 매일매일 맞는 평범하고 작은 기쁨에서 행복을 찾아내고, 이어서 창조해 내는 것도 마음에서 기적을 이루는 것이다. 이런 감정으로 생각의 젊음을 유지하면서 또 다른 신비한 행복을 맞을 준비를 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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