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농업연구사

하수경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안토시아닌의 기능성ㆍ구수한 향 즐길 수 있는 차
곱고 품질 좋은 흑미가루 생산에 적합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쌀 소비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쌀 가공식품이 개발되었고, 흑미와 같은 유색미에 대한 기능성 연구도 활발하다. 특히, 유색미 중 흑미의 안토시아닌 성분은 검붉은 색을 띠는 몸에 좋은 ‘Black Food’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던 흑미는 1990년경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다. 농촌진흥청은 도입 유전자원을 활용하여 1998년 ‘흑진주’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4개 흑미 품종을 개발하였다.

우리나라에서 흑미는 주로 백미와 혼합하여 ‘취반’ 형태로 소비된다. 하지만, 수용성인 흑미의 안토시아닌은 취반 과정에서 높은 열과 압력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현대인의 쌀 소비 형태는 가정 내 ‘취반’에서 ‘간편식’으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에, 흑미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서, 소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농진청이 개발하고 2019년 9월 특허 출원한 ‘아로마티’는 분질배유를 지니는 흑미로, 물에 잘 우러나면서, 건식제분으로 쉽게 분쇄된다. 따라서, 아로마티는 흑미차와 고품질 흑미가루 등 차별화된 쌀 가공품에 활용될 수 있는 품종으로 그 이유와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아로마티는 안토시아닌의 기능성과 구수한 향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차에 적합하다. 아로마티는 물에 잘 풀어지는 분질 흑미로,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고, 구수한 향 성분인 2-acetyl-pyrroline(2AP)도 존재한다. 아로마티와 흑진주를 80℃의 물에 우려낸 추출물을 분석한 결과, 아로마티의 Cyanidin-3-glucoside(C3G 흑미의 cyanidin 배당체로서, 안토시아닌 전체 조성의 88%를 차지하는 주성분)이 흑진주 보다 52% 높았다. 또한, 추출물에서는 구수한 향도 발산되어 아로마티는 흑미차의 원료로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1월 현재 기술 이전된 아로마티는 보다 다양한 가공제품 생산에 이용되고 있다.

둘째, 아로마티는 곱고 품질 좋은 흑미가루 생산에도 적합하다. 쌀을 보다 다양한 가공제품 생산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이 편리한 가루로 공급될 수 있어야 한다. 쌀가루의 품질은 제분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딱딱한 일반 멥쌀 제분에 사용되는 습식제분은 수침에 의한 폐수 발생, 영양분 용출 등의 단점이 있다. 특히, 습식제분으로 흑미가루를 생산하면, 수침과정에서 안토시아닌이 다량 용출될 가능성도 크다. 아로마티는 물성이 부드러운 분질배유를 지녀, 건식제분만으로도 고우면서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은 고품질 흑미가루를 생산할 수 있다.

셋째, 아로마티는 농가 소득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아로마티는 생육 기간이 짧은 조생종이며, 안토시아닌과 향기 성분은 늦모내기 조건에서 알곡이 익어갈 때 더욱 높아지므로 타 작물과 돌려짓기에 적합하다.

우리나라에서 1인당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간편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공용 쌀 소비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므로 흑미도 쌀 소비시장의 변화에 발맞추어 다양한 가공소재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아로마티는 뜨거운 물에 잘 우러나고, 건식제분으로 고품질 흑미가루 생산이 가능하여 차별화된 쌀 가공품 생산을 위한 중간재로 가치가 높다. 더불어, 이모작 재배에서 품질이 더 향상되는 아로마티는 농가 소득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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