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표시 식품 안정적 정착 기대
가격ㆍ품질 경쟁력 있는 발효유 개발해야

조영훈 남양유업 중앙연구소 유제품개발실장
(IDF Korea 전문위원)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식생활에서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오손도손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던 전통적인 식생활방식에서 혼밥, 배달음식은 기본이 되었다. 코로나 시대에 면역력에 좋은 식품, 건강기능식품은 필수가 되었다.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보다 더 건강기능식품다운 식품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발효유다. 지난해 국내 발효유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의 발효유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일본의 영향이다. 과거 국내 식품회사들은 매년 일본 식품전시회를 방문하고 마트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국과 일본의 식품 연구개발 기술 수준은 거의 비슷해졌다. 최근 일본에서 주목할 만한 제품은 메이지유업의 ‘R1’이란 발효유인데, 1073R-1 유산균이 감기(인플루엔자) 감염 방어 효과가 있는 EPS(exopolysaccaride)를 만들어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2015년부터 시행한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를 통해 식품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게 되었다. 기능성 표시 식품은 특정보건용식품과 달리 심사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으며,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의 기능성 표시제도는 벤치마킹을 위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한국의 발효유는 짧은 기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냥 몸에 좋고 배변에 도움을 준다는 단순한 이유로 조금 비싸더라도 발효유를 사 먹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트에 가면 다양한 맛과 형태, 용량, 콘셉트의 수많은 발효유가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발효유가 다양해진 것은 소비자의 수준 향상과 정보 확산이 기본 바탕이 되고 있지만, 좋은 발효유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투자와 연구를 수행한 기업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한국 발효유 트렌드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째, 다양한 맛과 형태이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발효유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있는 것을 구입해서 먹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에게 선택받은 제품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제품은 몇 달도 못 버티고 없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제품은 중용량(150g) 크기의 곡물이 함유된 발효유이다. 밤ㆍ호두ㆍ귀리ㆍ아몬드 등 다양한 곡물이 들어 있으며, 기호에 따라 맛을 선택할 수 있다. 플립 발효유(꺾어 먹는 요거트)도 성장세다. 현재는 호상 발효유 전체 시장 4300억원 중 700억원 수준이지만, 2021년에는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기능성이다. 발효유 제품에 기능성을 부여하려면 크게 유산균과 원료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발효유 1병에는 법적으로 15억~150억 마리/150㎖ 이상의 유산균이 있어야 한다. 시중 발효유에는 500억~2000억 마리/150㎖ 등 일반적으로 법적 기준보다 많은 유산균이 함유되어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기능성 원료를 첨가함으로써 기능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발효유는 식품이기에 법적으로 기능성과 효과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외적으로 면역, 위건강, 간건강, 콜레스테롤 저하 등과 관련된 발효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발효유는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식품이며, 치료가 아닌 예방과 건강 유지를 위해 섭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성 표시 문제는 기능성 표시 식품 법규 시행을 통해 제도적인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발효유의 나아갈 방향을 3가지로 제언해 본다.

첫째, 기능성 표시 식품의 안정적 정착이다. 기능성 표시 식품은 발효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일본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발효유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 소비자단체, 학계, 산업계와 수많은 협의를 통해 2019년 12월에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로 보지 아니하는 식품 등의 기능성 표시 또는 광고에 관한 규정 제정고시안’이 행정예고 되었으며, 머지않아 고시가 될 것이다. 시행 초기에는 여러 가지 불협화음도 예상되지만, 이를 통해 한국의 기능성 식품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는 규제가 아닌,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며, 식품업체에서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거나 법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소비자만 생각하며, 제품을 만들고,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부합한 제품 개발이다.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제품은 아니다. 소비자는 고품질의 발효유를 원하기도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는 발효유를 원한다. 식품업체는 가격이 싼 제품에 오히려 신경을 써야 한다. 공정의 효율화, 경쟁력 있는 원부재료 선정 등 하나하나 세심하게 검토하여,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는 새로운 맛, 용량, 포장, 디자인, 가격 등 특색 있는 것을 원한다. 급변하는 소비자의 변화에 대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셋째, 친환경 제품 개발이다. 제품 품질은 기본이고, 패키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라벨, 용기, 빨대 등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거나, 재활용하기 쉬운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식품업체는 소재 개발과 적용에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이고,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므로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건강의 소중함을 알고 몸에 좋은 발효유를 통해 면역력을 높여 건강하고 안전하게 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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