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박사 “우리 김치를 중국서 한국 포채…문제 제기에도 세계김치연구소는 묵인"

▲ 권대영 박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치의 원조가 중국이라고 주장하게 된 사연’이라는 글에서 “중국이 김치 원조인 것처럼 주장하게 된 단초를 한국이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식품저널DB

최근 중국의 한 언론 매체가 자국의 염장채소인 파오차이가 김치 국제표준(ISO)으로 제정됐다고 보도하면서 국내에서 파문이 일었지만,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일단 해프닝으로 끝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다음날 ‘중국의 파오차이는 한국의 김치와 관련이 없고, 국제표준화기구 문서도 파오차이 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는 설명자료를 신속하게 냈고, 세계김치연구소도 한국 김치와 중국 파오차이는 제조공정 및 발효 단계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해 파문을 가라앉혔다.

그러나, 중국이 마치 자기네가 김치 원조인 것처럼 주장하게 된 단초를 한국이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권대영 박사(전 한국식품연구원장)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치의 원조가 중국이라고 주장하게 된 사연’이라는 글에서 “우리 음식의 뿌리를 연구해온 나로서는 중국이 언젠가는 이런 일을 할 거라고 우려했는데, 드디어 그 시기가 온 것이다. 사실 중국이 이런 주장을 하게 된 단초를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이라고 주장했다.

권 박사는 “중국에서 공부하고, 음식을 공부한다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주모 교수는 오래전부터 ‘우리 김치의 어머니가 파오차이와 일본의 쯔께모노’라고 주장하고 다녔다(풀무원 뉴스레터, 1999)”며, “정말 비과학적인 얘기인데, 중국에서 파오차이를 보고 한자 좀 알고 공부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로, 아무도 이에 이의를 달고 반박하는 사람이 없었으니, 중국에서는 오죽하겠는가? 한국에서 이런 단초를 제공하니, 중국에서 당연히 그런 주장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박사는 “주모 교수가 그런 주장을 하게 된 연유는 고추가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왔다는 통설을 진실인 것같이 믿고 이야기하고 다녔기 때문이며, 김치 역사가 100년도 안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던 그에게는 김치나 고추장을 나타내는 단어가 임진왜란 전 문헌에 안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김치나 고추장을 나타내는 글자가 임진왜란 전 문헌에 수많이 나와 이를 들이대니 증거에서 밀리다 보니까, 임진왜란 전 고문헌에 나오는 김치는 백김치라고 이야기하면서 고추 임진왜란 전래설을 합리화하려고 우리 김치의 어머니는 중국의 파오차이와 일본의 쯔께모노라고 주장하게 되었고, 중국에는 파오차이가 김치의 원조라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박사는 “우리 김치를 세계로 알리기 위해 세운 세계김치연구소에서도 중국의 이 같은 주장을 묵인 방조하여 적극 해명하지 못하다 보니 이런 사태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박사는 “김치 세미나에서 중국 사람들이 파오차이가 중국의 김치라고 하고, 심지어는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한자로 써도 아무런 대응연구를 하지도 않았다”며, “내가 오래전부터 우리 김치를 중국에서 한국 포채라고 하는 것에 대응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김치연구소는 어떠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권 박사는 “우리가 한국 파오차이라는 말을 인정하면 당연히 김치의 원조가 중국의 파오차이가 되고, 우리 김치는 파오차이의 아류가 되는 것은 당연해지는 것”이라며, “우리 음식은 중국에 뿌리를 두지 않았고, 파오차이와 김치는 근본적으로 다른 음식”이라고 주장했다.

권 박사는 “식초에 저장한 음식과 고춧가루에 의해 젖산균을 발효시킨 것은 다르며, 파오차이는 유기산을 집어넣은 것이고, 김치는 발효에 의해 유기산이 생긴 것”이라며, “인문학도 과학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하고, 식품과학을 한다는 사람들도 우리 음식의 문화나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국민은 알 권리 이전에 제대로 알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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