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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산책] 내 머릿속에 담은 친구, 럭키에 대한 추억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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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8  09: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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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많은 추억 공유
부모와 형제자매 잊지 못하는 혈육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대부분 개나 고양이, 염소 등 작은 동물과 애틋한 추억 한두 가지는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 형제자매도 같이 가진 정다운 추억이 있다. 가까운 친구 럭키(개)를 가슴에 안고 있는 그리움이다.

누가 언제 럭키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으나,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 이름을 지녔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로 기억한다. 큰형님이 진도에 가셨다가 강아지 한 마리를 가져왔다. 말인즉 진돗개라고 하는데, 아마도 몇 대를 거친 혼혈(잡종, 미안하지만)이 아니었나 생각이 된다. 순종을 구하기 쉽지 않은 시대였으니.

그러나 이 녀석은 진돗개의 모습을 보였다. 쫑긋한 귀하며 얼굴 모양과 황갈색 털, 명석함 그리고 체격이 당당한 수컷이었다. 이 강아지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모두의 사랑을 받았고, 특히 나와 바로 밑 동생의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개는 확실히 자기에게 사랑을 주는 상대에게 아낌없는 정을 표현하는 동물이다. 우리 형제의 따뜻한 정과 서로 통하여 우린 떨어질 수 없는 친구가 되었고, 어디를 갈 때나 같이 가야 하는 벗이 되었다.

외로움의 뜻을 정확히 알아챘고, 나갈 때는 가는 곳을 미리 가늠하는 사이가 되었다. 학교에 가려 나오면 동구 밖까지 따라 나왔다가 쏜살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교까지 간다는 것은 제 처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듯.

중간 크기 강아지가 되었을 때 실로 가슴 아픈 사건이 벌어졌다. 털이 몽땅 빠지는 병, 그 당시 마코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 병명은 확실치 않다. 털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알몸이 되었다. 이 처량한 몰골을 가진, 절친한 친구를 학교 갔다 오면 그 지역에 한 곳밖에 없는 동물병원에 바로 데리고 가는 것이 일과였다.

대바구니에 이 녀석을 잘 잡아 묶고 길을 가다 보면 모두가 기이한 눈으로 쳐다본다. 개인가 아니면 다른 동물인가, 강아지에 털이 하나도 없으니 그 모습이 어떻게 상상이 될 것인가. 당시만 해도 수의사는 소나 돼지 전문이지 개를 돌보는 데는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수의사의 노력보다 럭키 자신의 노력으로 질병을 이겨내고 털이 다시 돋아나서 제 모습을 갖게 되었다.

이 럭키와 연결된 추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머리에 남아 있다. 그때는 집 안팎에 어찌 그렇게 쥐가 많았는지, 럭키는 쥐를 참으로 잘 잡았다. 쥐가 나올만한 곳에 기다리고 있다가 나오는 놈을 정확히 물어 잡았고 잡은 쥐를 주인에게 보여주려 갖고 오기도 하였다. 그때는 쥐약을 많이 놓아 쥐를 잡았는데, 우리 럭키도 쥐약 먹은 쥐를 먹고 고생하고는 다시 쥐를 먹는 습관을 버리고 단지 자랑거리로만 사용하였다.

나도 성장하여 집을 떠나 서울유학을 하는 사이에는 방학 동안 외에는 이 녀석을 볼 수가 없는 서운함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잊히지 않는 것은 서울서 야간열차를 타고 10시간이나 걸려 역에 도착하면 하얀 눈이 덮인 새벽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데, 동구 밖에 이르면 언제 왔는지 이 녀석, 럭키가 뛰어와 어깨까지 뛰어오른다. 어떻게 내가 오는 걸 알았을까? 지금도 신기하다.

더 신기한 일은 이 이른 새벽 어머님이 대문 앞에 나와 계시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 웬일이세요? 럭키가 네가 온다고 알려주는구나. 방학 동안 이 녀석과 온 들판을 쏘다니고 산에 가서 토끼몰이까지 같이한 기억이 너무 생생하다.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가 있을 때 럭키가 늙어 자연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막사의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의 슬픔, 지금 내 가슴에 일렁이는 것 같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동물이지만 한 가족으로 지냈던 지난날이 되돌리는 영화 같지만, 우리 형제자매의 정을 지금도 연결해주는 끈끈한 맺음의 역할을 하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애틋한 많은 추억을 공유하기 때문에 우리는 부모와 형제자매를 잊지 못하는 혈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럭키의 모습은 큰 누님 결혼사진 한쪽에 의젓이 자리 잡고 있다. 큰 누님도 추억을 되새기며 사랑스러운 눈으로 그 녀석을 보시겠지.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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