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90)

 

코로나19, 인간의 자만 훈계하며 교훈 줘
우리를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

지금은 개인별 컴퓨터 게임이 주를 이루나, 옛날에는 어린이들이 모이면 몇 명씩 편을 나눠 하는 병정놀이가 있었다. 양편 각자에게 계급이 쓰인 인식표를 주고, 군대 계급대로 임무가 주어진다. 상대편과 눈치로 대적하면서 높은 계급이 낮은 계급자를 잡아 포로로 만든다. 자기의 계급에 따라 하위자를 이길 수 있으나, 흥미 있는 것은 최고 계급인 대장이 제일 하급자인 이등병에게 포로가 되는 구도이다. 일정 시간 후 포로가 되지 않은 수가 많은 쪽이 이긴다. 흥미 있게 친구들 간 떼 지어 놀이를 한 기억이 새롭게 느껴진다. 지나고 생각하니 이 놀이를 구상한 분이 어린이들에게 가장 높다고 여기는 대장 즉, 절대 권력자도 최하위 계층에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를 놀이를 통해 터득토록 지혜를 일러주려는 배려였다고 생각되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 쥐가 너무 힘이 없음을 한탄해 신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 힘이 제일 센 분이 누구인가. 그러자 태양이라 하였다. 쥐가 태양에게 가서 물었다. 나는 아니야, 구름이라면 나는 꼼짝할 수 없어. 구름에 사정을 얘기하니 바람이 불면 나는 그냥 흩어져, 다시 바람에 답을 구하니 벽이 있으면 나는 그 자리에 서버려, 벽이 가장 센 것인가. 아니야, 나는 쥐가 구멍을 뚫으면 힘을 쓸 수가 없어. 쥐가 아!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구나.

살면서 느끼는 이 세상 이치는 지금 가진 것만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모든 것을 이길 것 같은 강한 것이 가장 약함을 이기지 못한다. 강하다는 자만심의 중증에 빠지면, 자신을 기만하고 쓴 열매를 먹고도 달콤한 척 가장하고, 이것이 버릇된다. 이 버릇은 큰 깨침이 없는 한 일생동안 고치기가 심히 어렵다. 나약한 갈대는 태풍에 뿌리 뽑히지 않으나, 평소 강함을 뽐내던 낙낙 장송은 허리가 부러진다. 너무 강하면 그 강함으로 불행을 맞는다.

자칫 가지고 있는 권력과 재물에 취하면 거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이치는 결코 그 권력과 재물을 영원히 갖고 있도록 놓아두지 않는다. 분명 그 권력을 무너뜨릴 천적이 있다. 그 천적은 자기 스스로인 경우도 있고, 혹은 믿었던 주위 사람에게 배신 당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만을 기회삼아 외부 세력이 침략하여 자신은 물론 국가나 많은 이웃까지 회복하기 어려운 참상을 불러온다.
 
역사상 세계 여러 곳에서 창궐하여 공포를 불러일으킨 역병에 세균이 포함되지만, 관리하기 가장 어려운 대상은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여러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이들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상징인 증식능력을 가졌지만, 유전인자인 RNA와 DNA를 모두 갖추지 못하고 한쪽만 가진 반쪽 생명체이다. 이 불완전한 생명체가 온전한 유전인자를 가진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과 식물을 대상으로 한 싸움에서 절대 물러나지 않고 있다.

인간 기준으로 판단하여 하등생명체인 이 바이러스가 최고로 진화되었다고 떠벌리는 인간의 자만을 훈계하면서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결코, 인간이 이 지구 모든 생명체를 관리하고 이길 수 있다는 헛된 생각을 버리고 겸손하라는 강한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인간이 자기를 관리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면 비웃듯 바로 변형하여 새롭게 태어나 그 약을 무력화 시킨다.

지구상에 최초로 나타난 생명체는 미생물이었고, 이 미생물을 시조로 수많은 생명체가 진화되었다고 하니, 거슬러 올라가면 미생물이 우리의 조상이라는 논리이다. 이 조상에게 건방을 떨고 있는 후손이 크게 당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다음 세대에게 오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선조로서 큰 배려가 아닌가 생각한다. 여러 질병의 창궐은 계속됐고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거나 세력의 편도를 크게 바꾼 예가 한둘이 아니다. 먼저 출현하여 지구에 사는 생명체가 조용히 우리를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