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88)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것은 진리
걷기를 국민운동화하는 계기 마련되기를

많은 전문가가 걷기가 건강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인간이 지구에 출현한 시기에는 수렵과 채집으로 먹을 것을 구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는 잠잘 때를 빼놓고, 매순간 움직이지 않으면 하루의 먹이를 얻을 수 없고, 뛰지 않으면 다른 동물에게 해를 당하거나 심지어 생명까지 잃을 수 있었다.

이 시기가 지금부터 250만 년 전이었고, 그 후 1만 년 내외에서 내 스스로 작물을 키워 먹는 농업이 정확하면서 뛰어다녀야 하는 절박함은 조금 덜하였으나, 농사가 어찌 쉬운가. 철에 맞춰 논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하며, 잡초를 뽑고 물을 제때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고 손발놀림이 없으면 먹을거리를 망칠 수 있다. 또한 옆 동네를 간다하더라도 내 발을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수단이 없었다.

자연히 인간의 생활은 걷고 움직이는 것이 일상화되었고, 당연한 삶의 기본적인 방법이었다. 우리 조상의 수명이 짧았던 이유는 영양불충분과 의료, 위생상태 미흡이었지, 운동량이 적어서가 아니다.

이후 산업화되면서 인간이 해야 할 일을 거의 기계가 대신 해주고 있으니, 구태여 힘들여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때부터 인간에게 질병의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였다. 원래 신체 모든 조직이 활동하도록 되어있는데, 움직임은 덜하고 먹는 것은 과다하니 인체의 본능인 영양분 비축 기능에 따라 비만이 오고, 비만은 고혈압, 당뇨, 심장병을 불러온다. 현대인에게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증상들이다.

특히, 맛과 기호에 따라 육식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인체 조직 구성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래도 아직 육식 비중이 낮고 채소 섭취량이 많은 한국인의 건강상태는 서양인에 비해 좋은 편이나, 결코 안심하고 방심할 처지는 아니다.

여러 의학계나 영양분야 과학자들은 과도한 영양 섭취를 자제하고, 대신 운동을 권하고 있으나,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상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권하는 것이 걷기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걷기와 수명의 관계를 2003~2006년까지 40대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하루 4000걸음보다 8000걸음을 걸었을 때 사망률은 50%, 1만2000보의 경우 60% 감소했다. 이 결과는 나이, 성별, 인종에 관계없이 나타났고, 걷는 강도와는 관계가 없었다.

결국 앉아있지 말고 기회가 있을 때 걸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걷기는 자유롭게, 아무 때나 할 수 있고, 장비가 필요 없으며, 평상 차림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태어난 이래 걷는 연습을 해왔으니, 훈련 없이 그냥 시작하면 된다. 보통 하루 1만보를 권장하나, 그 이하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의 편리함으로 모든 국민이 하루에 걷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은 우리 건강에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전철을 이용하는 경우도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이곳저곳에 있어 편리하기는 하나, 걷는 기회를 그만큼 빼앗고 있어 건강을 지킬 기회를 잃고 있다.

몸이 불편하여 걷기가 어려운 경우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나, 건강한 두 발을 갖고 있으면서 이런 편한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전연 경제적 부담 없이 내 건강을 수시로 챙길 수 있는 걷기를 국민운동화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한 보험사는 걷는 것과 보험료를 연계해 보험료를 낮춰준다고 하는데 아주 좋은 시도로 본다.

걸을 땐 온몸의 근육이 움직여야 하고, 걷는 반동으로 뇌의 활동도 활발해진다. 걷고 있을 때 자기 머리에 손을 대보면 머리에 전달되는 진동을 확실히 느낀다. 이렇게 자극을 주니 뇌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석기시대 이래 인간은 두 발로 걷도록 적응돼 왔다. 최근에 생활편의에 따라 걷는 습관이 변하게 되면서 우리 생체리듬이 깨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모든 국민이 기회 있을 때마다 걷기를 생활화해 건강 100세를 맞도록 해야 한다. 이 건강지킴으로 개인의 삶도 보람 있지만, 날로 심각해지는 국가의 의료비 부담도 덜어주는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것은 진리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