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식물성 단백질 관련 푸드테크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가?

“우리나라에서 대체육시장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매체들로부터 끊임없이 받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은 대체로 콩 등 식물성 소재를 활용해 고기맛을 내는 신기술 기반 대체육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한 내 소견을 이야기했지만 대부분 기사화되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하다고 생각하는데, 데스크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대체육 관련 인터뷰는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 인터뷰를 한들 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 진정성을 갖고 식품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주는 식품저널이 지면을 할애하겠다 하여 소견을 공유한다.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체육’이라는 표현 대신 ‘대체 단백질’ 또는 ‘식물성 단백질’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권장하고, 그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므로 본 고에서는 대체 또는 식물성 단백질이라고 쓰기로 한다.

▲ (왼쪽) 비욘드 미트사의 햄버거 패티 제품. 고기의 맛과 향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연구 투자를 하고 있다. (오른쪽) 지구인 컴퍼니의 베지테리언 만두.

고기맛이 나는 식물성 단백질
비욘드 미트사와 임파서블 푸드사는 꾸준히 고기맛이 나는, 고기 맛에 더 가까운 식물성 단백질 소재와 그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ㆍ출시했고, 여러 외식업체와 협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소식은 끊임없이 PR자료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양사는 푸드테크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나 역시 2018년과 2019년 해외 출장에서 이 두 기업의 다양한 제품의 상품성과 이들과 협업하고 있는 식당을 들러 메뉴의 상품성을 검토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해보자. 이들 제품은 미국에서는 한 세그먼트를 차지할 수 있으나, 주류시장을 차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미국 내 식물성 단백질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한 세그먼트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심지어 국내시장에서는 틈새조차 찾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에서 틈새를 열며 열심히 하고 있는 우리나라 토종 스타트업인 지구인 컴퍼니나, ‘콩고기’를 80년대부터 만들던 전통적인 제조업체의 영역을 빼앗아 오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양사의 제품 특성을 봤을 때 그나마 틈새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소시지 카테고리 정도일 것이나, 그 시장조차도 매우 작을 것이다. 왜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임파서블 푸드사의 메인 비즈니스 모델은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햄버거 패티를 외식업체에 공급하는 것이고, 비욘드 미트사는 식물성 햄버거 패티, 소시지 등을 대형할인점 등 소매점에 납품하여 B2C 판매한다. 양사가 비즈니스를 주로 영위하고 있는 미국에서 미국 국민 1인은 일주일에 평균 세개의 햄버거를 소비하고, 그 중 대략 한개는 집에서 조리해 먹는다. 3억명이 넘는 인구의 시장과 햄버거나 핫도그 소비가 일상적인 식생활 패턴을 보자면, 양사의 제품을 비롯해 한 ‘고기맛이 나는 식물성 단백질’ 패티가 한 세그먼트를 만들 수도 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일주일에 햄버거를 하나 정도도 소비하지 않고, 집에서 햄버거를 전혀 조리하지 않는 한국시장에 이런 특수한 패티로 재무적 성과를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 비욘드 미트사의 닭가슴살 제품. 덩어리 닭가슴살을 그릴에 구운 식감을 구현하려고 했으나, 시장에서 실패하고 철수했다.

한국 소비자의 식문화에서 선호하는 육류 외식 시장은 생고기 중심의 ‘구이’ 시장이고,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 미트사는 이에 합당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지 않고, 주로 간(ground)고기 형태의 제품이다. 비욘드 미트사에서 한때 그릴 마크를 넣은 덩어리 닭가슴살 유사 제품을 미국에서 출시했으나 품질이 떨어져 미국 내에서조차 더 이상 출시되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간고기가 들어간 B2C 제품은 냉동만두이고, 고기맛이 나는 식물성 단백질 제품이 거의 유일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영역이 이 부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임파서블 푸드사와 비욘드 미트사의 소재는 그 가격을 맞추기가 어렵고, 현재 관심 영역도 아니다. 지구인 컴퍼니를 비롯한 한국 토종 스타트업들이 이미 이 부분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채식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 윤리적 소비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 건강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는 ‘고기맛 나는 식물성 단백질’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런 류의 제품에 오히려 거부감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많다. ‘고기맛’을 구현하기 위해 투입된 다양한 첨가물과 바이오 테크놀로지에 우려를 가지고 있다. 특히 채식과 윤리적 소비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는 ‘보여주는 소비’를 중시하므로, 햄버거 체인에서 고기맛이 나는 채식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에 큰 부담을 가진다. 구매를 꺼려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유사 고기맛 제품의 가장 큰 문제는 ‘맛이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식물성 단백질 푸드테크 산업의 두 흐름

▲ 독일 베리프사의 콩과 두부를 활용한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 제품. 고기맛을 지향하고 있지 않다. 

글로벌 식물성 단백질 관련 푸드테크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코로나19 직전까지 미국과 EU의 여러 국가 시장을 다니고 관찰하며, 기술 투자 상황을 조사하고, 다시 우리나라 시장을 관찰했다. 이에 대한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면 다음과 같다.

현재 글로벌 식물성 단백질 푸드테크 산업은 크게 두 가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나는 임파서블 푸드사와 비욘드 미트사를 필두로 한 ‘고기와 가능한 한 비슷한 맛을 내는 방향(스트림 A)’, 다른 방향은 천연물 소재 중심의 ‘원물 소재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스트림 B)’이다. 이외에 최근 배양육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물론 배양육은 채식이 아닌 육식 제품이고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다.

하나 확실한 것은 스트림 A쪽이 미국 중심의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어 있으며, 글로벌 PR을 매우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20년 1월 말 기준, 아시아와 EU시장을 비롯한 글로벌시장을 보면 소매시장에서 스트림 A쪽 제품의 매대 장악력은 추후 수년간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다. EU쪽부터 살펴보자.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통적으로 채식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가 많은 문화권일수록, 고급 소매점일수록 스트림 A쪽 제품이 차지하는 매대의 비중보다 스트림 B쪽 제품의 매대 비중이 올라간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쪽은 말할 것도 없다. 유구한 두부와 된장의 문화가 있는 곳에 스트림 A 쪽 제품이 설 자리는 매우 좁다.

스트림 A쪽 제품은 가능하면 축산물 인근 매대에 위치하려고 하고, 스트림 B쪽 제품은 농산이나 샐러드 인근 매대에 위치하려고 하고 있다. 똑같은 햄버거 패티 모양을 하고 있어도 관능적 특성이 다르고, 매대 위치가 다르며, 소비층이 확연히 구분된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두부를 소재로 패티를 만든다면, 그 매대 위치는 축산물 쪽이 아닌 농산물 쪽 매대를 선호할 것과 비슷한 이치다.

▲ 이탈리아 그라나놀로(Grananolo)사의 비건 패티. 밀단백과 시금치, 감자 등으로 제조했고 고기맛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두부로 만든 패티는 일단 햄버거 패티의 모양을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패티는 두부의 고소한 향을 극대화해야 더 상품성이 있을 것인가, 아니면 두부의 향을 없애고 고기맛과 향을 입히는 것이 더 상품성이 있을 것인가? 이것이 바로 스트림 B쪽 스타트업과 스트림 A쪽 스타트업의 접근 차이며, 언론에서는 스트림 A만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스트림 B의 소매점에서 매대 장악력이 만만치 않다. 스트림 A쪽 제품군보다 상대적으로 로우-테크(Low-Tech) 영역에 놓여 있어 투자자와 언론의 관심은 별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트림 B쪽 제품군은 원물의 맛과 색감을 살리면서 건강함을 제안하고 있으며, 예컨대 소비자들은 밀과 곡물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비트가 들어간 핑크색 패티, 완두콩이 들어간 초록색 패티 등을 사서 빵에 끼워 먹는다. 고기맛은 전혀 나지 않고 원물의 맛과 향, 그 영양을 섭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두부에 왜 고기맛이 나야 할까? 고소한 콩 본연의 향을 즐기며, 콩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더 좋다는 것이 스트림 B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이다. 반면 스트림 A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모험적 소비 성향과 함께 음식에 호기심이 많아 ‘시도’의 의미로 구매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 홀리 베지. 스트림 B타입의 패티 제품이다. 원물의 특성을 살리고, 굳이 고기의 맛과 향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움직임

▲ EU시장에서 식물성 발효유 마켓리더인 알프로(Alpro)사의 두유를 활용한 발효유

2019년 EU, 특히 프랑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던 식물성 단백질 시장은 우유와 발효유시장이었다. 파리에서 중산층이 주로 가는 대형할인점인 인터마르셰(Intermarche)는 우유를 대체하는 다양한 식물성 음료는 물론이고, 발효유 매대는 25%가 이미 식물성 발효유로 대체되어 있었다. 다농(Danone)사의 자회사인 알프로(Alpro)사가 마켓리더인 식물성 발효유시장에서는 우유가 아닌 두유, 아몬드유, 오트유, 코코컷유 등의 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과일 플레이버의 호상형 요거트가 출시되어 있다. 국내에서 간단히 시장조사를 해보니, 유산균을 섭취하고 싶은 욕구는 있으나 알약을 통한 유산균 섭취에 거부감이 있는 동시에, 락토스가 잔존해 있는 요거트 섭취에서 오는 유당불내 증상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두유 등을 활용한 식물성 발효유에 대한 신규 수요는 국내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될 수 있으리라 추측된다.

▲ 프랑스 대형할인점 인터마르셰(Intermarche)의 요거트 매대. 사진 속 붉은색 선 좌측은 이미 식물성 발효유로 대체되었고, 그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왜 식물성 단백질 제품에 대해 고민하나?
문제의 본질로 돌아와보자. 우리는 왜 대체 식물성 단백질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가? 여러가지 이유로 단백질 섭취원을 동물성 소재에서 식물성 소재로 바꾸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해 어떤 제품을 기획하고 제안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어떤 소비자는 건강의 이유를 가지고 있고, 어떤 소비자는 동물복지, 지속가능성, 환경 등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식품 개발자, 마케터는 이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고기맛을 좇는 스트림 A쪽에만 기회가 있는 것이 아니다. 원물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용도에 맞게 기존의 동물성 단백질 제품을 식물성 단백질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스트림 B쪽 관련 제품은 국내에서 출시된 것이 별로 없다. EU시장에서는 식물성 대체 단백질 제품 시장이 주요한 흐름 중 하나이다. 햄버거 패티가 두부 패티로 바뀔 수도 있고, 미트볼이 아몬드 비지볼로 바뀔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두유를 기반으로 한 식물성 발효유시장은 국내에서 아직 전혀 시작되지도 않았다.

농촌진흥청과 835가구 및 1222 가구 소비자 패널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가정 내 조리 횟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고급 전통 한식간장과 전통된장에 대한 구매와 소비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장의 경우 구매횟수는 정체되어 있는데 2018, 2019년 간장 구매금액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간장 제품군 가격의 인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세부시장을 보면 저렴한 혼합간장은 구매가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한식간장은 꾸준히 시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그림 1).

▲ 연도별 간장 구매 추이

특히 된장은 예전보다 전통시장 등에서 전통된장 구매 비중이 예전보다 올라가 있으며, 고급 된장시장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조미 된장은 소용량 제품을 여러 번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국내 된장시장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그림 2).

▲ 연도별 된장 구매 추이

두유를 비롯한 식물성 음료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두유시장은 정체되어 있었으나, 2019년을 기점으로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엔 로컬 콩물시장이 성장하고, 콩으로 만든 다양한 스낵 등도 출시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두류 가공식품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두부시장은 전국 규모로 유통되는 일반 두부의 판매는 정체되어 있지만 온라인 시장과 각 지역의 전통 방식으로 제조되는 두부의 풍미가 높은 다양한 두부 판매는 올라가고 있다. 또한 아파트 단지 내 주요 상권에 즉석 두부 전문점이 입점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그림 3).

▲ 835가구의 최근 5년간 두류 가공식품 온라인 구매액 비중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 보자, 소비자들은 고기맛이 나는 두부를 먹어야 만족할 것인가? 고기맛을 원하는 소비자는 고기를 먹으면 되고, 두부를 원하는 소비자는 두부를 먹으면 된다. ‘고기맛이 나는 식물성 단백질’시장의 틈새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국내시장의 그 니즈는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만큼 그리 크지 않다.

 

상상해보자. 내가 엔젤 투자자이고, 유망한 두 스타트업이 있다. 하나는 국내에서 임파서블 버거와 거의 유사한 ‘고기맛과 유사한 식물성 패티’를 구현하는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있고, 또 하나는 갓 쪄낸 두부의 고소함과 식감을 한 달간 그대로 유지할 수 이는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두 번 생각치도 않고 두부 스타트업에 투자할 것이다.  (사진=문정훈 교수 제공)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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