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82)

 

같이 삶을 영위하는 인연을 귀하게 여기고
상대에게 이익 주는, 공생하는 삶 노력해야

이 세상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 밝은 쪽이 있는가 하면 어둠이 깃든 면이 있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밝음으로 어둠이 생긴다. 이런 이치를 알면 살아가면서 사정이 나쁘다고 하여 의기소침하고 기죽기보다는, 좋아질 때가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용기를 갖는 것이 긍정적인 생각이다.

공생과 길항도 광음(光陰)의 관계다. 공생관계는 생명체가 갖고 있는 공통적인 관계 중의 하나로, 서로 도움을 주면서 상대를 이롭게 하고 자기도 여러 혜택을 받는다. 잘 알듯이 콩 뿌리에 붙어있는 뿌리혹박테리아는 콩으로부터 영양분을 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혜택을 받고, 기생하는 콩에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영양원으로 공급한다. 서로 혜택을 주고받아 공생이라 하고 있다.

공생의 관계는 식물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질병을 퇴치하는 데도 다른 미생물을 불러들여 막아 내기도 하며, 방어하는 미생물에게는 식물이 영양소를 공급한다.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요구르트를 발효하는 젖산균도 단일 균보다는 2종류를 같이 사용하는데, 이 균들이 서로 도움을 주면서 훨씬 빠르게 증식하여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요사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대장 안에 사는 미생물도 체내 면역기능을 증진하고, 유해한 미생물은 증식을 억제하며, 음식과 같이 들어온 독성이 있는 물질은 제거하는 등 숙주에게 이로운 생리작용을 한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계속하여 숙주가 공급하는 영양원을 공급받아 자손을 번성시키고 있다. 전정한 의미에서 공생이다.

그런가 하면 길항, 즉 상대를 살지 못하게 막아 자기만 더 번창하려는 작용도 생물계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의약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항생제는 미생물, 보통 곰팡이가 내는 대사산물로 다른 미생물이 생장하거나 증식하는 것을 막는 물질로 대표적인 길항관계이다.

한곳에서만 자라는 미생물은 먹을 수 있는 영양분이 한정되어 있는데, 다른 경쟁자가 붙으면 자기 몫이 줄어드니 범접을 못 하게 퇴치물질을 내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항생물질이다. 인간은 이런 성질을 활용하여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선택적으로 퇴치하기 위하여 특정 미생물이 생산하는 항생물질을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항생제는 이에 반응하는 미생물에 대해서는 천적이며, 상태의 증식을 막는 대표적인 길항물질이다. 물론 이렇게 저지하는 물질에 저항하여 다시 자기를 변신하는 과정이 내성을 갖는 유전자 변형이다.

소나무도 낙엽에 상당량의 잡초 증식 억제물질이 함유되어 자기의 영양분을 뺏어 먹는 경쟁자를 퇴치하고 있다. 먹이를 얻기 위한 자연생태계, 즉 생명의 치열한 경쟁이 빚어내는 현상이다. 생각해보면 종족 보존과 증식의 수단으로 발전한 결과일 것이다.

인간사회에서도 공생과 길항의 관계를 갖는 사이가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서로 돕고 지원하여 상대를 이롭게 하고 성공하는 데 큰 힘이 되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고 계속 걸림돌 역할을 하는 경우를 본다. 인간(人間)은 글씨에 나타나 있듯 협력해서 서로 의지해야 바로 설 수 있고, 혼자 얻는 결과보다 둘이 힘을 합칠 때 몇 배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운명 지워져 있다. 이 순리에 따르면 모두의 몫이 커지는데, 그 반대로 하여 하나도 얻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가끔 본다. 상대가 없어져야 내 몫이 더 많아진다는,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모두를 잃게 된다.

부부간이 공생과 길항의 좋은 예다. 부부간에 서로 도우며 협력하면 결과는 무한대로 커지나, 엇박자를 내면 내가 가진 것까지 모두 잃고 만다. 부부간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손까지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모두 공생과 길항의 자연법칙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공생을 택할 것이나 감정이 앞서면 손해날 것이 뻔한 길을 선택한다. 지구상에 같이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큰 인연을 귀하게 여기고, 상대에게 이익을 주는 공생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서로 노력했으면 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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