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81)

 

질병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재앙이며
인간과 미생물 간 당기고 미는 영원한 싸움

생명체인 인간도 모든 생물과 같이 태어남이 있으니 마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사가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싸움이나 전쟁으로 서로의 생명을 뺏는 것 외에 질병으로 인한 목숨을 잃는 경우로 나눠진다. 통계에 의하면 인류역사에서 전쟁보다 질병으로 사망한 숫자가 수십 배 많다. 한편 전쟁은 승패가 확실히 구별되어 승자는 얻는 것이 있으나 질병은 모두가 패자가 된다.

인간이 이 지구에 출현한 이래 질병은 계속되었고, 그 원인이 미생물이었다는 것을 안 것은 그렇게 오래지 않았다. 겨우 17세기 네덜란드 상인이며 과학자였던 레휜후크가 200배율의 확대경으로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초로 물속에 있는 것을 눈으로 보았고 이를 극소동물이라 이름 지었다. 이때까지도 모든 질병의 원인이 미생물이라는 것을 몰랐고, 서양에서는 병에 걸리면 “미아즈마”라고 하는 독기가 원인이라고 하였고, 동양에서는 신의 저주를 받았다고 여겼다. 미생물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병자가 생기면 무당굿으로 신의 노기를 달래려 노력하였고,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고 환심을 사려 푸짐한 상을 차려 대접하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혹독한 질병으로 세계역사를 바꾼 경우가 많았다. 14세기 서양에서 번진 흑사병은 쥐벼룩이 옮기는 전염병으로, 1346년부터 1352년까지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휩쓸었고, 이때 유럽과 중동 인구 1억 명 중 8000만 명만이 살아남았고 2000만 명이 죽었다. 그 외에도 1850년까지만 해도 나쁜 공기를 마셔 걸리는 병으로 알았던 콜레라는 설사와 급격한 탈수현상으로 사망하는데, 아프리카나 미국 등으로 번져나가 한꺼번에 수십만 명이 생명을 잃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전 세계에서 5000만에서 1억만 명이 죽었다. 그 외 끔찍한 유행성 질병은 천연두, 흑사병, 매독, 결핵을 들 수 있으며, 지금도 말라리아는 완전히 소멸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근래 유행하는 메르스, 사스,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환은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전파속도가 대단히 빠르며, 일부는 치료방법이 아직도 정립되지 않았다.

이 모든 질병은 상당부분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으로, 그 근본원인은 수렵채집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야생동물에는 이미 자기들이 갖고 있는 질병이 있었는데, 이 질병원인균이 사람에게 전이되어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다. 대표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이 폐결핵이며, 인프렌자 등도 관계가 있다. 메르스 원인균도 낙타에서 전염되고, 코로나19도 박쥐가 이 바이러스의 원천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들 숙주가 되는 동물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나, 전파시킨 동물에는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킨다.

이들 감염형 질병의 경우 석기시대나 그 이후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는 서로 접촉에 의한 감염의 기회가 낮아 그렇게 빨리 전파될 수가 없었으나, 밀집해서 사는 현대사회는 전파의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가축과 사람과의 전파도 결국은 야생동물을 가축화 하면서 상호접촉에 의하여 전염이 되었고, 감염된 사람이 다시 옆에 있는 사람에게 균을 넘기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살고 있는 환경도 전염에 깊은 관계가 있다.

질병은 자연전파의 경우도 있으나, 질병 균의 위해성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전파시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잔인한 수법을 쓰기도 한다. 서양인들이 아메리카나 남미를 침공할 때 천연두나 폐결핵 균을 사용한 예가 있는데, 질병 균을 적을 제압하는 생물학적 무기화하였고, 21세기에 들어서도 각국마다 가공할 생물무기를 갖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과학기술과 지혜를 인류복지에 사용해야할 터인데 그 반대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많은 질병은 자연의 재앙이었으나, 이제 인간의 지식범위에 들어와 관리할 수는 있게 되었는데도, 잘못 사용하면 인류에게 재앙을 불러오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든다. 질병은 원인을 알고 나서 관리할 수 있다고 여기나, 아직도 이 지구에서 일어나는 재앙이며, 어찌 보면 숙주인 인간과 미생물 간 당기고 미는 영원한 싸움이 될 것 같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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