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 법률 강의 105.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40)

김태민 변호사

변호사가 된 후 칼럼을 요청받으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글은 대법원 판례에 대한 소개였다.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근무했다가 3년의 법학 공부를 마치고 변호사가 되었지만, 사실 식품 관련 소송을 해보거나 사건에 대한 상담을 제대로 해본 경험도 없어서 마땅히 글을 쓸 소재가 없기도 했고, 사실 식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가장 쉬운 선택을 한 것이 대법원 판례였다.

2013년 식품저널을 통해 가장 먼저 쓴 글이 식품의 정의에 대한 대법원 2006도2034 사건이었는데, 이제는 100건 이상의 식품 사건을 경험하고, 글로벌 기업부터 각종 식품행정기관까지 식품의 다양한 방면에 대한 상담을 한 터라, 이렇게 기준 및 규격 이야기로도 40회나 글을 쓸 능력이 생겼다.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고, 매일 아침 식품 관련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9년간 계속된 식품 사건 상담과 재판 참여, 정보 수집을 통해 이룬 것이라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최근 가장 관심이 많이 가는 식품은 바로 젤리다. 현재 젤리 수입과 관련해서 모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진행 중이고, 얼마 전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위반 문제인 정서저해식품 중 젤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몇몇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경험도 있다.

2000년대 초반 미니컵 젤리를 먹다가 어린아이가 사망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안전을 위해 당시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식품공전에 미니컵 젤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제조·가공기준을 추가했고, 현재는 젤리에 대해 3가지 조건을 만족해 제조하도록 규정했다.

첫째, 뚜껑과 접촉하는 면의 최소내경이 5.5㎝ 이상이고, 높이와 바닥면의 최소내경은 각각 3.5㎝ 이상이어야 하며, 둘째로 막대형 젤리의 경우 긴 변의 길이가 10㎝ 이상이면서, 너비와 두께는 각각 1.5㎝ 미만이거나, 젤리 내 두 지점을 잇는 가장 긴 직선의 길이가 5.5㎝ 이상, 젤리의 중량은 60g 이상이어야 한다.

당시 상황으로 안전을 위한 조치였기 때문에, 이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이후 젤리류는 위와 같은 제조·가공기준 때문에 한입에 들어갈 수 있는 매우 작은 크기로만 제조·수입됐다. 그러다 최근 식품 판매가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을 넘어 온라인이나 편의점으로 변경되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위치한 판매대에 국내외 각종 젤리류가 자리를 차지하게 됐고, 보다 차별화시키면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모양이나 형태가 매우 다양해진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결국 식약처가 안전관리만 제대로 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개발·출시되다 보니 식품공전 규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식품공전에서 젤리는 과자류 중에 캔디류에 속한다. 그런데 캔디류에는 사탕, 캐러멜, 양갱, 젤리 등이 포함돼 있는데, 규정된 정의는 ‘당류, 당알코올, 앙금 등을 주원료로 하여 이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하여 성형 등 가공한 것으로 사탕, 캐러멜, 양갱, 젤리 등을 말한다’로 되어 있다.

그러나 양갱과 젤리를 구분하는 규정은 없다. 이런 이유로 현재 식약처에서는 제품의 물성, 즉 단단한 정도나 깨지는 상태 등을 담당 공무원이 직접 판단해 젤리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공무원의 재량행위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지방식약청에서 진행되는 수입통관과정에서도 젤리에 대해 공무원이 재량행위를 통해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일본 홋카이도에 갔다가 유명 젤리류를 먹어보고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는 이유를 찾아보니, 식품공전에 젤리 원료로 곤약이나 글루코만난 같은 겔화제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식 수입은 불가하지만, 지금도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해외직구 형태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판매사이트가 차단되지 않거나, 유명 포털 및 판매사이트를 강력하게 고발 또는 감독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안전을 위해 엄격한 규정을 만들려는 의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규정을 만드는데 그치지 말고, 영업자나 소비자가 명확하게 따르고 피해갈 수 없도록 확실하게 손질하고, 위반행위를 철저하게 관리해 운이 따르지 않은 영업자만 단속되어 피해를 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법령 규정을 정비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그만큼 힘들지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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