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 법률 강의 104.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39)

 

냉장온도 변경ㆍ소비기한 제도
소비자에게 더욱 안전하고 비용 절감 가져다줘

냉장온도 5℃로 낮추려면 소규모 판매점 관리 위해
영업 종류 신설하고, 처벌조항 차별적으로 개정해야

온라인 판매가 증가하면서 신선배송이니 하는 식품전문 운송업체가 많이 생겼고, 기존 택배회사도 식품배송이 많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간혹 소비자 불만사항에 올라오는 내용을 보면, 가정에 배송된 냉장 또는 냉동식품이 상했거나 해동돼 있다는 것이 있다. 배송과정에서 온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기 때문인데,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일부 판매업체에서는 본인들은 온도 유지가 철저하고 가능하다는 광고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이미 업계에서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게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런 문제를 알고 2019년 냉동식품 택배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상황이다.

현행 식품위생법 제7조에 따른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에서는 ‘식품 보존 및 유통 기준’에서 냉장제품은 0~10℃, 냉동제품은 -18℃ 이하에서 보관 및 유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식품위생법 제7조는 식품위생법에 따른 영업자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준수해야 하는 규정이므로, 이를 위반한 무신고 식품판매업 영업자, 식품운송업체 등 기준 온도를 준수하지 않은 자는 모두 식품위생법 제9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병과할 수 있는 강력한 처벌대상이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택배업체나 온라인 식품 판매업체가 상기 조항을 적용받아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뉴스는 본 적이 없다.

결론적으로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에서 관련 조항은 있지만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거나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배송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소규모 식품판매점, 편의점 등에서 냉장 또는 냉동제품을 보관하는 상태에 대해 식약처나 지방자치단체가 단속한 적이 있는가? 아마 관련 영업자에 대해서는 소재조차 명확하게 파악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규정된 영업의 종류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타식품판매업만 신고가 필요할 뿐 편의점이나 소규모 판매점은 신고대상이 아니라 식품 관련 행정기관에서 그 수를 파악할 필요가 없었다.

10여 년 전부터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변경하면서 냉장온도를 현행 10℃가 아닌 5℃로 낮춰 식품안전을 더욱 공고히 하자는 주장이 나오다가 최근 매우 활발해졌고, 세미나 개최와 각종 연구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온도 변경은 사실 법률적으로 옳고 그름을 논할 대상은 아니고, 냉장온도를 낮추면 제조업체와 소비자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법률이란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고, 일부만 지킬 경우 식품 유통 고리가 붕괴되어 결국 실효성 없는 조항이 돼 오히려 소비자에게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식약처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령 지금도 운송이나 판매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제조업체는 냉장온도 5℃가 유지될 것을 예상해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기한을 설정해 판매했는데, 유통과 판매과정에서 이런 온도 기준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해당 제품은 식중독에 노출될 위험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그렇다고 택배회사나 무신고 온라인판매업 영업자를 징역 5년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도록 수사해봐야 실질적으로 벌금 100만~200만 원짜리 약식기소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서 향후 냉장온도를 5℃로 낮출 경우 소규모 식품판매업 영업자를 모두 관리범위에 넣기 위해 영업의 종류를 신설하고, 처벌조항을 차별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법률 제ㆍ개정의 어려움은 이처럼 하나의 조항만 개정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련 조항이 함께 변해야 개정의 실효성을 살리고 이해관계자에게 불의타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더욱 안전하고 비용절감을 가져다주는 냉장온도 변경과 소비기한 제도는 반드시 추진이 필요한 사항으로 식약처가 슬기롭게 묘안을 제시하리라 기대해 본다.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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