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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키워드 HOME가정간편식(HMR), 유기농식품(Organic), 모바일 구매(Mobile), 민족(Eth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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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10  09: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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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비자 발급 절차로 미국을 부임지로 발령받아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올해는 2월까지만 해도 제2의 코로나19 발원지로 인식된 한국발 비행기가 무사히 JFK공항(John F. Kennedy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였다. 하루 이틀 사이 갑자기 하늘길이 막히지는 않을까, 매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주시하며 노심초사 출국 준비를 했다. 마침내 2월 말, 불타는 다리를 건너듯 아슬아슬하게 뉴욕에 도착했다.
‘천신만고’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가, 안도감이 밀려왔다. 코로나19의 한복판에서 나만 빠져 나왔다는 생각에 한국에 있는 가족, 동료,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 3월 중순이 넘어가니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떠난 자리는 잠잠해지고, 새로운 자리에서 코로나의 불길이 타올랐다.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입맛은 씁쓸했다.
새로운 미국 생활 정착을 위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 하나ㆍ둘ㆍ문을 닫더니, 급기야 도시가 봉쇄됐다. 있을 곳은 오로지 ‘집(HOME)’뿐이었다.

   
▲ 한국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 현지 매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팔리고 있다.

KEYWORD 1. HMR(가정간편식)
미국 식품시장, 집(HOME)에 주목하자

주로 잠만 잤던 집에서 하루 세끼를 챙겨 먹고,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와 싸우며 일하고, 나름의 여가도 즐기는 ‘재택 라이프’가 시작됐다. 대다수 미국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4인 가족이 꼼짝을 하지 않고, 삼시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상황에서 매끼 직접 조리한 음식이 나오길 기대하는 건 임금님 사는 곳에서나 가능한 일로 생각됐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상황은 비슷할 테니, HMR 수요가 늘겠다 싶었다. 물들어 왔을 때 노를 젓는 법. 코스트코 등 주요 오프라인 매장과 아마존 등 온라인 매장에서 ‘K-FOOD HMR 특별기획 판촉전’을 열었다. 예상대로 즉석밥, 즉석국, 스낵류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팬더믹이 잠잠해져 재택근무에서 사무실로 복귀하면 HMR 수요는 줄지 않을까? 물론 지금보다는 상승세가 꺾일 것이다. 그런데 재택의 묘미를 맛본 주요 미국 기업들은 집에서도 성과를 착실히 올리고 있는 직원들을 막대한 유지비를 부담하면서 다시 사무실로 불러들이지 않을 태세다. 미국 내 주요 기업들은 연말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하기로 했고,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는 원한다면 평생 재택근무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역시 앞으로 5~10년 안에 임직원 절반이 원격근무를 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재택근무가 미국 직장인 근무 형태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시기와 폭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집에 있는 사람과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 만큼, HMR에 대한 꾸준한 수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HMR(또는 Home Dining), 앞으로 미국 식품시장에서 기억해 할 첫 번째 키워드다.

   
▲ USDA Organic 등 다양한 인증을 획득한 쌀과자 제품

KEYWORD 2. 유기농 식품(Organic)
유기농에 건강기능성 결합된 제품 ‘금상첨화’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경기침체가 소비자의 지갑을 굳게 닫게 하는 중에도 미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아끼지 않은 분야가 있다. 바로 유기농 식품이다. 미국 유기농무역협회(OTA)에 따르면 미국의 유기농 식품시장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보였는데, 지난해 미국 유기농 식품 매출은 전년보다 4.6% 증가한 501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올 상반기 유기 농산물 판매는 전년보다 20%가량 증가했고, 국제식품정보위원회(IFIC)가 지난 5월 미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43%가 코로나19 발병 기간 중 안전한 음식을 찾고 있다고 답해 앞으로 유기농을 중심으로 한 ‘더 깨끗하고, 더 건강한’ 안전식품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한국 수출상품 중에서는 쌀과자가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쌀과자는 대표적 글루텐 프리(gluten free) 건강 간식으로 최근에는 간단한 식사 대용품으로까지 각광 받으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장의 매력도가 높아짐에 따라 현지 생산도 늘어나 최근 한국 제품의 현지 진출 속도는 다소 더뎌지고 있지만,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상품개발, 팬시한 포장,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쌀과자 제품의 현지 진출 확대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유기농에 건강기능성까지 더한 제품이 개발된다면 금상첨화다. 기능성 쌀 제품, 인삼원료 가공품, 프리미엄 마늘 가공품 등은 세균성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증가하는 현시점부터 관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차분히 제품개발과 기능성 입증을 준비해 간다면 미국 식품시장 진출 유망 분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기농(Organic), 앞으로 미국 식품시장에 진출하기 원한다면, 꼭 기억해야 할 두 번째 키워드다.

   
▲ 한국 농식품 야외 홍보관에 진열된 다양한 쌀과자 제품
   
▲ 한국 쌀과자를 들고 있는 미국 현지인

KEYWORD 3. 모바일(Mobile) 구매
모바일ㆍ온라인 식품시장, 가파른 성장세

COVID-19로 인해 미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끼었지만 눈부시게 고공행진을 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이다. 뉴욕대 스콧 갤러웨이(Scott Galloway)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이커머스 이용률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1%p 수준의 성장을 기록했지만, 코로나 19가 본격화된 지난 8주 동안에는 무려 10%p 성장했다고 한다.

모바일, 온라인 식품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조사기관 Brick Meets Click에 따르면, 미국에 자택 대피령이 시작된 올 3월 모바일과 온라인을 통한 식품 판매는 4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동일한 조사가 이뤄졌던 지난해 8월보다 233% 증가했고, 5월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전월보다 24.5% 증가한 66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메이시스 백화점, 포에버21 등 기존 리테일 판매 채널은 모두 매출이 감소해 상품의 주된 판매 플랫폼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 유튜브상에서도 한국 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모바일, 온라인 쇼핑의 상승세도 꺾이지 않을까? 물론 현재의 가파른 상승세가 다소 무뎌질 수는 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시간을 겪으며 배달과 픽업 서비스의 편리성을 맛본 미국 소비자들의 모바일 구매 선호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6월 미국의 모바일, 온라인 농식품 쇼핑몰에서 인기 있는 ‘한국 농식품 Top 20’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라면ㆍ우동 등 면류가 8개로 가장 많았고, 소스ㆍ양념류는 6개, 음료와 HMR은 각각 2개, 스낵류가 2개로 집계됐다. 향후 미국의 모바일, 온라인 식품몰 진출에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Mobile, 미국 식품시장에 진출할 때 기억해야 할 세 번째 키워드다.

   
 
   
▲ SNS를 통해 한국 마늘의 기능성을 홍보하고 있다
   
▲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수출이 증가한 즉석 삼계탕

KEYWORD 4. 민족(Ethnic)
아시안과 히스패닉 인구 비중 높아져

아직도 한창 진행 중인 코로나 팬더믹을 미국 땅에서 겪으며, 미국의 공식명칭이 ‘미합중국’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식이 주마다 제각각일 뿐만 아니라, 이 지독한 유행병이 남긴 상처도 계층과 인종별로 달라, 미국 사회의 심각한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새삼스럽게도 코로나19를 통해 미국은 동쪽 끝에서 서쪽 끝을 가려면 한국에서 싱가포르 거리만큼이나 비행기를 타야 하는 광활한 대륙에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작은 세계’임을 실감한다.

타깃이 여럿이면, 작전도 다양해야 한다. 인종마다 특이한 식문화가 있고, 생활패턴이 있으니, 미국 식품시장 진출에 한 가지 접근법만을 밀고 나가서는 곤란하다. ‘그때, 그때 달라요’가 오히려 가장 현명한 마케팅 전략일 수 있다.

성별, 연령, 계층 등 어느 집단을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식문화의 전파와 구매가 목적이라면 ‘식구(食口)’의 구성단위인 '인종'을 우선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인종 구성 비율은 최근 들어 변화 양상이 빨라지고 있는데,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아시안과 히스패닉 인구 비중은 2016년 23.5%에서 2030년 36.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19년 기준, 16세 이하 인구의 경우 백인 비율이 50% 미만으로 나타나, 앞으로 미국 사회는 백인 주류 사회에서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이행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앞으로 미국 식품시장을 공략하고 싶다면 기억해야 할 마지막 키워드는 민족(Ethnic)이다.

   
▲ 미국 LPGA Shoplite 연계 한국 농식품 홍보관

미국 식품시장, 집(H.O.M.E)의 중요성에 주목하라
이 유례없이 혹독한 바이러스가 언제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제하며 살도록 할지,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절대 무너지면 안 되는 최후의 방어선이자,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예외 지대를 목격하고 있으니, 그곳은 바로 집이다. ‘Post Corona’가 됐건, ‘With Corona’가 됐건 집(HOME)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까닭에 같은 듯 또는 다른 듯한 이유로 미국 식품시장을 볼 때도 앞으로 집(H.O.M.E. - Home Dining, Organic, Mobile, Ethnic)의 중요성에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심화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미주지역본부장

식품저널 2020년 8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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