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77)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극단적으로 개인화되는 사회구성원 모으고
협동하는 사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人間이란 사람(人)에 사이(間)가 있다는 의미이다. 사람 간에는 사이가 떨어져 있음을 말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긴 의자에 나란히 앉을 때도 어느 정도 떨어져 앉는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개개인은 자기의 일정한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을 갖는다고 한다. 즉 다른 사람과 가까이하는 한계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연인 간에는 가까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 정이 솟아나겠지만, 보통의 경우 다른 사람이 정해진 내 영역으로 들어왔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

동물들은 자기영역에 다른 녀석이 들어오면 생사를 걸고 퇴치한다. 물론 먹이를 얻는 사냥터를 지키려는 본능이기는 하지만, 가까이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본능이다. 호랑이나 사나운 짐승은 짝짓는 시기 외에는 집단생활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심지어 애완견도 자기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시시로 오줌을 누어 경계를 표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제한된 영역을 지키는 것을 넘어 나 홀로가 너무 심하게 진행되고 있다. 1인 가구 비율이 30% 내외가 되고 있으며 혼밥, 혼술은 이제 이상스런 풍경이 아니라 일상적인 세태이며, 나 혼자 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이런 환경이 인류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그 반대일까.

인류가 태초에 지구에서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같이 하는 협력의 힘이었다. 뿔뿔이 흩어져 생활하다보니 다른 동물에 비해 육체적으로 열등한 인간이 대적하기 어려워, 자연히 힘을 모아 생활하고 적을 물리치는 집단을 형성해 사회와 물질ㆍ문명을 발전시켰다.

우리 사회도 1970년대 전까지만 해도 3대가 한 울타리에서 생활하는 것이 보통이고, 집안의 모든 일을 함께, 나눠 맡았다. 물론 농경사회구조가 집단화를 가능하게 했으나, 모여 같이 일함으로써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애를 낳으면 할머니와 고모와 누나가 나눠 양육했고, 부엌일은 공동의 역할로 쉽고 효율적으로 대가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현대사회는 구조 자체가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게 크게 변해버렸다. 개인이 각각 떨어져 혼자 살다보니 이에 대한 폐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기가 낳은 아이를 유기하거나 방치하여 생명을 잃게 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남을 생각하지 않는 일탈행동이 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학교교육도 더불어 같이 라는 공동의식은 사라지고, 나만이 홀로 먼저 나아가서 1등을 해야 한다는 독불의 세태가 되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성장하면서도 그 다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은 다름을 무시하고 판에 찍은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 타고난 재질이 다른데 맞지 않는 용도로 사용하니 그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겠는가. 개개인이 떨어져 생활하다보면 나만의 요구와 욕심이 앞서도 비교할 상대가 없으니 이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를 판단할 기준이 없으며, 더욱 내 장기를 발휘할 기회가 없다.

형제자매가 많은 경우 서로가 경쟁하면서 내 욕심을 자제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자연히 익혀간다. 그래서 옛 대가족 제도에서는 가족 간 불화를 조화롭게 조정하여 서로 돕고 도움을 받을 자세가 되어 있었다. 그래야 내가 외톨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서로 협력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인류역사가 증명하고 있는데, 현재의 사회구조는 이런 절대필요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물론 컴퓨터는 혼자 써야 되고 핸드폰은 나눠 사용할 수없는 개인용품이며, 이 속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그 기기들은 누가 만들었는가. 많은 사람들의 지식과 지혜가 공동으로 모아져 이들 작품을 만들었다. 협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더 늦기 전에 극단적으로 개인화되는 사회구성원을 모으고 협동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도하고 있는 집단생활공간, 즉 개인의 거주지를 갖되, 공동생활이 가능한 새로운 생활형태를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홀로이나 협동하고 협력하여 힘을 합쳐야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아인슈타인도 지금까지 선배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에 올라서서 자기 것을 조금 더 쌓아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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