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74)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생이 유한하다고 하나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서 무한하고
과거는 현재를 낳고 다시 미래로 연결되니 순환은 끝이 없다

천문학자들에 의하면 지금부터 140억 년 전 한 점에서 시작한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했고, 이어서 생성된 우주의 만물은 변하고, 끝에 가서는 소멸의 단계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생성되고 스러지는 광경을 보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우주는 한시도 고정된 상태가 아니고, 계속하여 움직이며 확장하고 있다. 만들어진 많은 별은 이 순간에도 생성과 소멸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새롭게 탄생하는 신성별로부터 오래돼 운명을 다한 후 폭발하거나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어 가 마지막을 장식하며 빛을 낸다. 블랙홀에서는 빛까지도 빨아들여 그 존재를 아주 없애버린다.

멀리 볼 것 없이 지구는 어떤가. 매초 29.78㎞로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으니 지금 모습이 어제 것인가. 모든 물질은 어떤가. 어느 것 하나 오늘 있는 것이 내일과 꼭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눈으로는 변화가 없으니 같다고 느낄 뿐이다. 지금 불고 있는 바람이며, 오늘 비치고 있는 햇빛이 어제 것과 같을 수 없다. 같은 공간과 주위에 있는 모든 물건은 내일이면 달라질 것이다. 단지 변화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그냥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렇게 단단할 것만 같던, 수천 년 지탱해온 석조건물도 무너지고 퇴색하여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까이 두고 있는 우리 가구도 몇 년이 지나면 처음의 형태를 잃고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그럼 처음과 끝은 있는 것인가. 이어지는 연결고리로 시작과 끝을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여겨진다. 심지어 정의하기 어려운 시간도 우리의 관념으로 지나간다고 하지만, 어제 맞았던 순간이 오늘 지속하지는 않는다. 존재 자체가 그대로 영원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행을 한다.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하면 가려는 장소에 도착할 때 종착역이라 얘기한다. 내 기준으로 종착역이지 그 장소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은 바로 출발역이 된다. 그래서 시작과 끝은 서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런 관계가 결국 영원히 이어지는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단지 우리 머릿속에서 느끼는 관념으로 시작과 끝을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역은 시발역이고 종착역이다. 사람이 단지 구분할 뿐이다. 종즉유시(終則有始)라고 했던가. 끝이 즉 시작이라는 것은 우리 삶 전체에서도 적용되는 현상이다.

여건이 맞지 않아 극복하기 어려움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결심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예상하지 못한 찰나의 요인으로 생각을 바꾸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여 성공한 예를 본다. 생의 끝에서 다시 시작을 본 것이다. 긴 등산에서도 느끼는 경험이다. 산봉우리를 만나서 힘들어 넘고 나면 다음 봉우리에서 아득함을 느끼나, 그게 끝이 아니고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면 힘을 얻는다. 살면서 이것이 마지막이 아닌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면 이어지는 다름에 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늙어가는 내 삶에서도 시작을 향해 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가늠해 본다. 마무리가 아니고 또 다른 경지를 만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의미다. 종교에서는 하나같이 내세를 강조하지만, 전체 시작과 끝이 같이 존재한다는 개념으로 설명하면 더 쉽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이생에서 마감하고 극락이나 천국으로 가니 새로운 시작이다. 임종하는 분에게 오는 새 세상에서 고통 없이 편안히 영생하시란 위로의 말을 한다. 끝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역사적으로 특정인은 물리적으로 주어진 삶을 계속 이어가 영생하려고 노력했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 생각했다면 조금 더 편안하지 않았을까. 시작과 끝이 결코 다름이 아닌 같은 선상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면 생을 마감하는 것도 그렇게 슬퍼할 일만은 아니리라. 이어지는 과정을 지나는 것이고, 변화의 끝자락에서 다음을 맞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 생이 유한하다고는 하나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서 무한하고, 과거는 현재를 낳고 다시 미래로 연결되니 순환은 끝이 없다고 여겨진다. 단지 인간이 구분할 뿐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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