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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만들 때 사용하는 ‘산ㆍ알칼리’, 간장만 표기하라는 것은 ‘비합리적’[기고] 식품 가공에서 염산의 사용과 표기 방법의 공평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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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23  09: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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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식품산업에서 염산을 활용하는 이유  
간장은 콩 단백질 덩어리를 잘게 부숴 아미노산으로 만든 액체를 말하는데, 음식의 감칠맛을 느끼게 해주는 아미노산을 분리해 낸 것에 탄수화물이 분해되면서 생성된 단맛과 조화를 이루며, 갈변화를 거쳐 다양한 맛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을 분해하는 방법으로 미생물이 만들어 내놓는 효소나 산을 이용한다. 두 가지 방법 중 염산을 이용해 분해하면 효소를 이용할 때보다 공정이 간단하고, 시간이 적게 걸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산분해간장은 주로 염산을 이용해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만든 간장을 지칭하며, 중화과정을 통해 안전하게 제조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 중에 산을 이용하는 방법은 식품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쓰이는 가공기술로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사람이 먹은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메커니즘과도 같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위에서 위산이 나와 단백질이 산에 의한 가수분해가 이뤄져 소화 흡수가 잘되도록 음식물을 잘게 분해한다.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을 죽여 긴 소화 기간 음식물이 상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위산이 역류해 식도를 타고 올라오면 식도가 강산에 의해 상처를 입게 되어 역류성 식도염을 앓게 된다. 그런 이유로 십이지장에서는 위를 거쳐 이동되는 음식물에 포함된 위산을 중탄산나트륨을 분비해 중화시킴으로써 췌장에서 분해해 내놓는 탄수화물분해효소, 지방분해효소, 단백질분해효소들의 작용이 원활하도록 도와주고, 분해된 음식물이 안전하게 장까지 내려갈 수 있게 도와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산분해간장도 산으로 콩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 후 수산화나트륨으로 중화해 소화 메커니즘과 마찬가지 과정으로 안전하게 만들어준다. 소금물(NaCI+H20)을 분해하면 산(HCI)과 수산화나트륨(NaOH)이 되는 것처럼, 이 둘을 합치면 다시 깨끗한 소금물이 된다. 다시 말해 산분해간장은 산으로 분해된 아미노산과 당 성분의 혼합물을 수산화나트륨으로 중화해 만든 간장이다.

산으로 단백질을 분해하는 방법은 다른 방법보다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분해하는 기능이 있어 식품 가공기술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간장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주 접하는 물엿이나 포도당도 산에 의한 당화법으로 탄수화물 성분이 신속하게 분해되도록 도와주며, 이를 중화한 후 효소에 의해 포도당으로 제조한다.

전분당의 배아를 분리하는 공정에서도 아황산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다이어트 식품에 많이 활용되는 유청단백질도 우유 단백질을 산으로 처리한 후 카세인을 침전시켜 분리해 사용하고 있다. 사과주스나 포도주스를 만드는 공정에서 껍질을 벗기거나 세척 하는 데도 산을 이용하고 있다. 사과나 포도 혹은 귤이나 복숭아와 같은 과일 껍질을 깨끗하게 벗겨 통조림을 만들 때 사람이 칼로 깎기에는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들어 기계로 하게 된다. 이때 염산이나 알칼리로 과일 껍질에 있는 단백질을 분해한 후 세척 하면 보기에 좋은 상태로 만들 수가 있다.

손과 기계로 하면 모양이 흐트러져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식용 염산을 이용하는데, 염산에 넣으면 귤 알맹이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껍질은 모두 제거되므로 식품업체에서는 염산 박피법을 이용한다. 파인애플이나 사과와 같이 껍질이 단단한 과일은 기계를 사용할 수 있으나, 껍질이 얇고 과육이 무른 과일은 염산 박피 방법을 이용한다. 물론 산이나 알칼리가 남아 있지 않도록 중화시키고, 세척을 거치도록 한다. 철저한 품질관리 공정을 통해 산이나 알칼리가 과일 통조림 제품에 남아 있지 않도록 처리해 준다.

한편, 복숭아 통조림을 제조할 때 산 대신 알칼리(수산화나트륨용액) 박피법을 활용하는데, 복숭아 껍질의 주성분인 펙틴은 알칼리 용액에 쉽게 가수분해되는 성질을 이용한다. 이 경우 비타민C 손실이 크다는 단점이 있으며, 알칼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염산을 첨가해 중화시키는 방법으로 수산화나트륨을 제거한다.

김은 양질의 영양성분을 다량 함유한 우수한 식품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광 받아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김을 양식할 때 파래를 제거하는 과정에서는 이취 제거를 목적으로 유기산이 법적으로 허용돼 있다. 김을 제조한 후 건조과정을 거치면서 염산성분은 휘발될 수 있어 유기산이 아닌 염산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해적 생물의 구제 및 병해 방지와 김의 품질 향상 등을 위해 산처리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공정에서 산과 알칼리를 사용하고 있다.

마요네즈나 분말 수프, 시럽, 스포츠 이온음료, 캐러멜, 어육가공품 및 소맥분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 때도 산과 알칼리를 사용하고 있다. 비타민C를 비롯한 많은 양약 제품뿐만 아니라 녹용, 녹각 등 한약 등 제약 분야에서도 산이 많이 사용된다. 그리고 이런 방법은 우리나라 이외에 식품, 제약 등 다양한 분야의 많은 글로벌 기업이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다.

이처럼 식품 분야에서는 산과 알칼리가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2019년 8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식품 및 식품첨가물 생산실적>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식품첨가물이 수산화나트륨액이고, 3위가 염산으로 나타나 식품 가공에 수산화나트륨과 염산이 얼마나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보여준다(표 1).

표 1. 2018년 식품첨가물 생산실적 현황(상위 5개 품목)

   
 

안전성 논란
염산을 먹어도 안전할까? 염산은 식품으로 바로 먹을 수는 없는 성분이다. 그러나 알칼리로 중화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중화된 소금을 제거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를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중화되지 않은 염산이 남아 있지 않을까 염려한다. 남아 있는 염산의 양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으며, 이를 중화시키는 수산화나트륨의 양을 정확히 첨가해 산과 알칼리 모두 제거할 수가 있다. 다만 산이 단백질 성분과 반응으로 생성된 유해물질을 염려하고 있으나, 최신 기술은 저감화를 통해 인체에 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췄다.

그런데도 소비자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것은 평소 자연적이고 천연적인 식품이 합성하거나 화학적인 방법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하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유해물질이 세계보건기구나 미국 FDA 등에서 허용하는 수준이어도 식품 속에 존재하는 잔류량보다는 유무에 따라 판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식약처나 FDA 등에서는 충분한 동물실험을 통해 인체 유해 여부를 판단하고, 이런 경우도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기준보다도 1/100 수준 이하로 설정하고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처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을 요소를 고려하여 안전계수를 반영해 설정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장 과학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식품첨가물은 예를 들어 매일 15g씩 100년 이상 먹어도 안전한 성분이 있다고 해도 일일 한계섭취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인식 속에는 식품첨가물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이런 인식은 잘못된 정보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정보매체나 시청률을 높이려는 방송의 잘못이 있지만, 한번 인식된 잘못된 정보를 씻어내 올바른 정보로 이해시키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렸던 것을 MSG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제약산업에서도 산을 이용해 많은 약을 합성해 제조하고 있지만, 최종 제품에 산이 남아 있지 않으면 그것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하에 일체 산으로 합성해 제조했다는 말은 노출하지 않는다. 기름을 추출하는 공정에서도 헥산과 같은 유기용매로 추출하지만, 추출 후에는 용매를 휘발시켜 분리하므로 용매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식품에 대한 불안감은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식약처나 FDA는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소비자가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범위를 제시해 주고 있어, 해당되는 유해성분이 혹 식품에 있다 하더라도 유무보다는 얼마만큼 존재하며, 그것이 과연 인체 치명 여부를 판단하는지 제시하고 있고, 이는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본다.

우리 주변에는 공기 중에도 많은 유해물질이 존재하고 있으며, 식품조차도 유해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양이 극미량으로 인체에 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한다. 식약처는 소비자가 먹어서는 안 되는 식품의 원료나 유해물질의 함량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한 이런 제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어느 것도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표기 방법
앞서 언급한 염산이나 수산화나트륨 같은 유해물질이 최종 제품의 표시사항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는 가공식품에 첨가물을 사용했더라도 그 물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굳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이 있다. 대다수 식품에서 산이나 알칼리를 표시하지 않지만, 유독 간장에서만은 예외로 적용되는 점이 이상하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간장 말고도 다양한 식품에 사용되는 유기용매에 대한 사항도 알려줘야 할 것이며, 식품 말고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산을 이용해 합성한 경우 ‘산합성 XXX’라는 표시로 우리가 섭취하는 약이 산에 의한 합성과정을 거쳐 이뤄졌음을 알려줘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산처리를 한 사과통조림’, ‘산처리한 녹용’, ‘알칼리를 처리한 복숭아 통조림’ 등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제품에 ‘산합성’이나 ‘산가수분해’, ‘알칼리를 처리한’이라는 표현은 분명 소비자들에게 알권리 차원에서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형평성에 따라 예외적인 조치가 적용된다면 거기에는 그에 따른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모든 법 적용은 합리적인 사고로 공평하게 시행돼야 한다. 어디에는 적용되고, 어디에는 적용이 안 되는 규제나 법은 이를 따르는 국민에게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 한편으로는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은 잘못하면 소비자에게 근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유해성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면 식약처가 허가한 식품이지만 무엇인지 모르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어 소비자를 불안하게 한다. 이런 점은 식약처가 처신해야 할 자세가 아니라고 여겨진다. 소비자를 불안감에서 해방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 식약처가 할 일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작년 9월 국회에서 열린 장류발전포럼에서 한국소비자연맹 이향기 부회장은 “장류 발전을 위해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제품의 용어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며, “산분해간장에 소비자들이 갖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고, 정확한 인식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명칭 변경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산분해간장이라는 이름 자체가 소비자에게 주는 부정적인 면이 크다는 의미다.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과 혹여 해로울 것 같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신념 사이의 논쟁은 끝이 없다. 그러나 신념으로 모든 문제가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가 없으며, 식약처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논리적인 접근으로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맺음말
수산화나트륨이나 염산이 식품첨가물이므로 최종 식품에 포함돼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이는 식품을 만드는 공정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이지, 완제품에 함유돼 있다는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강조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갖게 되는 불안감은 더욱 확대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최종 제품의 안전 여부를 가지고 제품의 안전성 여부를 판단해야지 중간 단계에서 위험요소라고 최종 제품도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예를 들어 한강물은 당장 우리가 먹기에 위생상 문제가 있어 먹을 수가 없다. 식중독균도 있을 수 있고 병원성균도 있을 수 있으며, 여러 미생물이 존재해 당장 현 상태로는 먹을 수 없는 물이다. 그러나 이를 살균과 여과 과정을 거쳐 미생물이 제거되고 유해성분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한다면 생수처럼 즐겨 마실 수 있는 안전한 물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 상태가 안전하지 못했다고 더럽고 세균이 많았던 물을 정수 처리한 것이라고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겠는가?

선진국에서 낙과를 수거해 주스를 만드는 공정을 보면 트럭으로 운반되는 낙과 속에는 나뭇가지부터 각종 쓰레기가 함께 포함돼 들어온다. 이 과정을 보면 도저히 식품공장의 원료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분리작업을 통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상처 입은 부위를 제거한 후 마쇄하여 살균과정과 HACCP 공정관리를 통해 최종적으로 나오는 주스는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값싸고 안전한 과일주스 제품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낙과 쓰레기로 만든 주스라는 표현을 꼭 써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소비자에 따라서 이런 사실을 알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관리와 확실한 품질 및 위생 관리를 통해 제조된 제품이라고 한다면 입고될 때 사과 상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종 제품이 소비자가 먹어도 되는가를 알려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것을 알려주는 것은 소비자에게 불안감만 조장할 뿐 진정한 의미의 식품안전을 잘못 이해하고 부정적인 선입관을 가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소비자단체들의 소비자 권익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 우리 식품은 특히나 안전성 면에서 세계 각국이 부러워할 정도로 발전해 왔으며, 오늘날까지 발전을 위해 공헌한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는 우리 식품이 세계시장에 앞장서는 안전성과 우수성 등의 강점을 알리기 위해 식품과학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학계와 소비자단체, 정부, 기업이 함께 노력해 나갔으면 한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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