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69)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과도하게 정제된 식품 섭취 자제하고
식이섬유 많이 든 거친 음식 가까이 해야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배 나온 뚱뚱한 사람을 사장 배라고 하며 부러워하였다. 먹는 것이 부실해 과체중이나 배가 나올 여유가 없었으니, 사는 형편이 나았던 사장님이나 충분히 먹어 배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과체중이나 배불뚝이는 기피의 대상이고 건강에도 영향이 커서 모두가 바라지 않는 체형이 되었다. 미국과 유럽 등 소득이 높은 나라의 경우 30% 이상이 비만이고 50%가 과체중으로,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하며 국가 관리가 필요한 심각한 처지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겨우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극히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고, 또 매일 먹는 양도 겨우 체력을 유지할 정도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는 체내에 비축할 영양분의 여유가 없으니, 비만이나 과체중은 전연 걱정거리가 되지 못했다. 또한 먹는 것도 정제하지 않은 곡물이나 채소, 과실 등 거친 음식이 많았고, 고기류는 그저 생일잔치나 명절 혹은 중요시 했던 조상의 제삿날이나 겨우 맛볼 수 있었다. 이때도 닭이나 소고기가 헤엄치고 지나간 국물을 모든 식구가 나눠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우리의 신체는 아직도 석기시대, 수렵 채집 시, 먹는 것이 부족했던 시절의 유전인자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유전인자는 언제 식량이 부족할는지 모르니 가장 중요한 생명유지를 위해 먹을 기회가 있을 때 충분한 양을 섭취하여 체내에 비축하려는 욕구를 계속 부추겨 왔다. 아직도 인체는 살기 위한 비축본능이 활발히 작동하고 있다. 특히 단위 무게 당 칼로리가 가장 높은 지방질 형태로 몸의 구석구석에 식량을 저장하고 있다. 지방 비축량이 많으면 얼마동안 먹지 않아도 생명유지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남녀 간에도 지방 비축량이 많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굶주림에서 살아날 확률이 높은 것은 이런 이유이다.

이제 지구상 극히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 내일 먹을 식량을 걱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없는 것에 대한 불안보다 너무 먹어서 오는 폐해가 더욱 심각해지고 비만에 따른 만성질환이나 고혈압, 순환기계 질환, 당뇨병은 물론, 사고 능력까지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들 만성질환은 약만으로 치료나 개선이 불가능하고, 한번 비만으로 넘어가면 어지간한 노력과 결심으로는 체중을 줄이기가 어렵게 된다. 특히 비만상태인 어머니가 낳은 아기는 비만이 되거나, 유아비만은 성장하면서도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다.

비만 관리는 가장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어찌 보면 결심 여하에 따라서 관리가 가능한 영역이다. 우선 먹는 음식에서 오는 칼로리보다는 운동 등으로 소비하는 양이 많으면 비축할 양이 적으니 어찌 비만이 될 수 있겠는가. 쉽고 간단한 논리이나 이것을 지키기는 말처럼 쉽지는 않다. 불고기의 매력적인 냄새와 삼겹살이 구어지는 향기는 어찌 우리 식욕을 억제하는 힘만으로 자제할 수 있겠는가. 배가 고픈데 앞에 있는 밥을 적당히 먹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대개 비만인 사람들이 식탐이 많은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다. 어느 것이 먼저라기보다 생존에 맡겨둔 인체 구성 유전인자의 명령이니 어찌 내 마음대로 조절이 가능할 것인가.

여기에는 지방세포가 내는 효소가 뇌에 자제하라는 명령이 전달되기는 하지만 대개 공복을 메워야 한다는 본능에 내재된 힘이 결국 이겨, 기회가 있을 때 맘껏 먹어 비축하려는 본능을 이겨내지는 못하고 있다. 근래 알려진 사실은 먹는 양뿐만 아니라 대장에 살고 있는 장내 미생물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장내에는 대변 1g 당 보통 1천억에서 1조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이들 중 비만을 유도하는 미생물이 있어 이 녀석들이 우세하면 비만으로 된다. 그러나 과량 섭취를 억제하는 쪽이 우세하면 비만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건강하고 정상체중인 사람의 대변을 비만인 사람에게 이식하면 비만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좋은 대변이 비싼 가격으로 팔릴 날이 오고 있다.

이제 과도하게 정제된 식품의 섭취를 자제하고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는 거친 음식을 가까이 하면서 채소류, 과실류를 즐겨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많이 움직여 섭취한 칼로리를 소비하고 지방이 아닌 체내 근육량을 늘리는 일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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