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68)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오랜 경영 노하우 계속 전수되고
후손은 지침 저버리지 않는 원칙 지켜야

사람이나 기업이 오래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은 부모에게 받은 장수 유전자와 함께 물려받는 좋은 기질을 잘 보살피고 북돋우며 자기 몸을 해치는 나쁜 습관을 갖지 않아서이다. 부모는 아무리 좋은 유전적 특징을 물려주었다 해도 자기 관리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진다는 얘기이다.

주위에서 보면 장수하는 집안에서 오래 생존하는 자손이 많음을 본다. 유전인자에 더하여 생활습관이 가세한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충분한 영양, 균형 잡힌 식단과 함께 의료기술의 발달은 장수의 기본여건이 되었으며, 경제적 여유에 따른 육체적 운동에 시간을 할애하면서 이제 100세 시대를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사람의 수명은 이렇게 연장되고 있는데 기업의 수명은 어떤가. 세계 여러 나라에 기반을 둔 기업의 수명을 보면 일본은 1000년 이상 된 기업이 6개, 100년은 2만3000개에 이르며, 독일은 100년 이상이 837개, 프랑스는 900개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겨우 3개 업체가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두산, 동화약품 그리고 몽고간장이다.

중국도 만만하지 않다. 내가 직접 방문했던 한 장류 제조공장은 칭기즈칸 시대(AD 1162~1227)에도 장류를 생산해 판매했고, 그 때 사용했던 발효 통과 집기들을 자랑스럽게 전시해놓고 있었으며, 창시자의 동상을 현관 앞에 모셔두고 있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연대별로 제품의 특징을 설명하고 생산된 제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도 않은 업체가 자기의 오랜 역사를 아주 자랑스럽게 선전하면서 자부심을 나타내고 있다. 긴 역사는 지금 살고 있는 구성원의 긍지, 지고한 자존심과 연결될 수 있다. 오랜 역사는 한 민족의 자부심이며, 우리도 5000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라고 대외에 선전하고 있다.

기업이 장수하는 이유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안정적으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정치적 바탕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다. 일본은 자국의 역사 이래 외부에서 침략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물론 국내에서는 다른 세력 간 다툼이 자주 있었지만, 이들이 기업을 망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기업을 보호하려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둘째, 국민성이라 여겨진다. 전통적으로 가업을 중시하고 선대가 일으키거나 유지하고 있는 사업을 승계해 더 발전시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소비자도 그런 기업을 경외의 눈으로, 무언의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고의 교육을 받고 최고의 직장생활을 하다가도 기존의 모든 것을 과감히 털고 가업을 승계하는 예를 보고 있다.

셋째, 가계로 이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금융재벌인 로스차일드가의 역사는 17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가업인 금융에서 대대로 이어서 사업을 번창시켜 왔다. 지금도 세계 경제계를 주름 잡으며 가족 내 승계 원칙을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 끈끈한 가족 관계가 사업 번창의 원인이 되고 있다.

넷째, 기업가 정신이 배여 있다고 본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서 사업활동을 하는 것이 제일 원칙이나, 이 원칙은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업가는 돈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과 사회, 국가가 더불어 잘 될 수 있도록 위하는 마음 자세를 갖고 있다. 많은 장수기업은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같이 잘 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끝으로 물려받는 자손 간 불화가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로 경영권을 넘겼고, 누구도 이에 불만을 표출, 판을 깨지는 않았다.

인간도 장수해야 지혜가 쌓이고 경험이 축적돼 다른 사람에 모범을 보일 수 있다. 아마도 기업도 비슷하지 않을런지. 오랜 경영의 노하우가 계속 전수되고, 후손은 그 지침을 절대로 저버리지 않는 원칙을 지켜 사업정신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100년, 더 나아가 1000년을 지속하는 기업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앞에 거론한 100년, 1000년 기업의 예를 잘 연구하면 과연 어떻게 해야 장수기업이 될 수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1000여 번의 외침과 나라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쓰라린 상처가 있으나, 이제 안정된 나라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이 장수해 국민과 젊은이들의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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