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67)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모든 행복은 소소하고 작은 즐거움에서 오고
그들이 하나하나 내 행복의 원천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우리가 품고 싶어 하는 행복은 각자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행복은 스스로 크고, 거창한 일로부터 얻는 것보다는 사소한 일상생활에서 순간순간 느끼는 즐거움을 행복으로 바꾸는 마음에서 스스로 찾아진다. 행복은 주어진 상황에서 느끼는 기쁨과 만족에서 오는 정신적인 상태이며, 이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임에 따라 얻어지는 정신적인 결과물이다. 아무리 큰일로 얻는 만족감도 그것을 행복감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정신적인 충만감이나 행복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살다 보면 큰일로 느끼는 행복감보다는 소소한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오는 즐거움을 어떻게 행복감으로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아는 것이 행복해지는 슬기이다. 잘 알려진대로 행복은 먼 산 너머 있지 않고 가장 가까운 내 곁에서, 하루하루 순간순간 맞는 생활 속에서, 자신이 낚아 내는 것이라 여겨진다. 모든 행복은 소소하고 작은 즐거움에서 오고, 그들이 하나하나 내 행복의 원천이 된다.

그냥 지나치면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할 한순간의 감정이기도 하나, 이 느낌의 순간을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내 삶을 메마르지 않게 하고 잔잔한 행복감에 젖게 한다. 결국은 내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손녀의 작고 따뜻한 손을 잡을 때 느끼는 행복, 할아버지라고 불러줄 때의 경이감, 힘들어 땀을 흘리며 오른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을 때의 상쾌함, 한겨울 군고구마 장수가 건네주는 고구마 봉지에서 느끼는 따뜻함, 늦은 저녁 어머니가 챙겨 주시는 밤참, 사소한 것이지만 그때 느낌과 함께 다시 머릿속에 그려봐도 따뜻함이 전달되어 행복한 순간을 맞는다.

오래 연락이 없다가 불쑥 걸려오는 절친했던 오랜 친구의 “잘 있는가?”라는 인사하는 전화 목소리, 아침 출근할 때 반갑게 “즐거운 하루 되세요”라는 아파트 관리인의 유쾌한 인사 그리고 내가 자주 들르는 구멍가게 아주머니의 해맑은 미소가 오늘 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마련해준다.

예상치 못한 구석진 장소에서 눈에 띄는 외롭게 막 피어 있는 장미의 향을 맡으며 신비한 세계로 나를 끌고 가는 경험, 소나기 오는 창가에 서서 빗줄기가 유리창을 두드리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때, 모든 것을 잊고 있는 그대로로 내가 빨려드는 순간을 맞는다.

그런 것들은 내가 느끼지 못하면 한순간에 지나가 버리고 일생 다시 못 올 경험이다. 이제 지는 태양을 향하며 조금 전 지나온 아침과 한낮을 뒤돌아볼 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루를 보내면서 석양의 노을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고 감상하고 있으니, 이 또한 비길 수 있는 행복이 아닌가 한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서 쉴 집이 있으며, 집안에 들어설 때 너무나도 익숙한 된장찌개 냄새가 나를 맞을 때, 깊은 안도감과 함께 내 가족이 있다는 행복감에 젖어 든다. 내 집, 내 가족이 있다는 것 그리고 저녁을 함께할 상대가 있다는 것은 얼마만한 행복이랴. 그리고 이들과 함께 또 다른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은 어디에 비교할 수 있는 기쁨이겠는가.

많이 갖고 덜 가짐에 따른 비교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내가 이 순간 숨을 쉬고 있으며 추위를 막을, 그저 최소한의 옷가지가 내 몸을 감싸고 있는 것에 감사하면 모두를 가진 것 아니겠는가. 사계절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에서 그 다름을 알아차리고 봄의 초입, 실바람에 실려 오는 가냘픈 벚꽃 향에서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여름 한더위에서 땀을 흘리며 일한 노동의 피로도 내 몸이 있어서 느끼는 선물이라 여길 때 이를 고맙게 생각하면 그것이 행복이 아니겠는가.

쓸쓸한 가을 정취를 느끼면서도 지나온 여름날의 푸름과 살진 땅에서 올라온 흙냄새에서 오랫동안 생각이 멈추고, 잊혔던 고향을 다시 떠올리는 것 또한 내가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는 비교할 수 있는 호사이리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던가. 이제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 안겨주는 안도감과 이를 받아주는 영혼을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안겨져 있는 나만의 행복을 느끼는 길을 가고 싶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