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발효빵 이야기①

자연에서 구한 건강한 재료로 만든 친환경 건강빵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꾸준하다. 모양이 투박하고 식감은 거칠지만 건강빵으로 알려진 천연발효빵 이야기를 △인류 최초 빵 발효의 비밀 샤워도우(Sourdough bread)와 천연 효모 △천연발효 미생물의 구성과 발효산물 △천연발효빵의 산업화 방안 등 3회로 나누어 연재한다.

▲ 천연발효빵 전문점인 '오월의종' 빵 매대. 

빵의 역사와 천연발효빵
빵의 기원은 BC4000년경 이집트 나일강 유역에서 대기 중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와 효모(이스트)가 자연 발효해 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60년 전 파스퇴르가 효모의 작용을 발견하고, 순수배양이 가능한 이스트가 상품으로 나오면서 비로소 오늘날의 발효빵이 시작됐다. 인류는 빵을 부풀려 먹기 위해 어떻게 했을까? 기원전 3550년 스위스에서 발굴된 빵은 사워도우(Sourdough, 천연발효종)를 이용해 부풀린 빵으로 추정되는데, 비옥한 곡창지대인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나일강 지역에서 시작된 돔(Dome) 형태 직화 오븐의 발달과 함께 오늘날과 같이 먹기 좋은 빵이 시작되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천연 발효빵은 고대 이집트 빵굼터에서 사용했던 발효방법으로 빵을 부풀렸던 원리를 사용하는데, 상업적인 효모(이스트)를 첨가하지 않고, 호밀과 밀 등 곡물가루에 물을 일정량을 넣고, 며칠간 곡물가루와 물을 보충하면서 반죽을 숙성시킨 사워도우를 반죽에 넣어 발효에 사용하거나, 건포도ㆍ사과 등 과일이나, 요거트와 같은 유제품 또는 누룩ㆍ맥주ㆍ막걸리 등을 이용해 빵의 발효에 필요한 효모를 거두는 발효액종(천연효모, Levain, 르방)으로 만든다.

천연발효빵이 좋은 네 가지 이유
빵을 만드는 재료인 밀가루와 설탕, 우유, 버터, 소금 등을 선택할 때도 순수한 천연 재료 사용이 보편화되었다. 여기에 더해서 사워도우를 이용한 천연발효빵이 유행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제빵법으로 만든 빵보다 발효와 숙성을 충분히 하면서 소화율이 높아져 먹고 난 후 속이 거북하지 않다고 한다. 천연발효빵은 장시간 발효, 숙성과정에서 전분 분해 작용이 충분히 일어나고, 다양한 발효산물(유기산)이 생성되어 일반 발효빵보다 ①소화가 잘되고 ②부드러운 맛이 오랫동안 유지되며 ③깊은 맛과 향이 나면서 ④보존제 없이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천연발효빵을 만드는데 이용되는 사워도우와 르방은 비슷해 보이지만 만드는 과정이 다르고, 사용방법과 효과도 다르다. 폐당밀을 원료로 빵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단일 순수 배양된 효모와는 달리, 사워도우와 르방이 만들어 낸 효모는 각각의 곡물과 과일 본연의 맛과 향이 배어있으며, 특히 하드계열의 빵을 만들 때 노화 지연 효과를 비롯해 빵의 볼륨감과 내부 기공이 커지고, 식감도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우유, 설탕, 버터 등을 넣지 않고도 기호도가 높은 빵을 만들 수 있다.

천연발효빵 만드는 방법
전통적인 천연발효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므로 바쁜 현대인들에게 식사를 대체하기 위해 제빵법이 발달되어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두툼한 크러스트(껍질)에 은은한 신맛을 지닌 하스브레드(Hearth bread)인 뱅오르방(Pain au levain)은 대표적인 천연효모를 이용한 빵이다. 전통적으로는 밀가루나 호밀가루에 물을 넣어 48~72시간 발효해 만든 셰프(Chef)라 불리는 초종(Starter)을 만든 후, 여기에 물과 밀가루(호밀)를 6~12시간 간격으로 여러 번 추가(Refreshing, 종계, 계대)하면서 르방(Levain)을 만들어 효모를 대신해서 반죽하지만, 요즈음에는 상업적으로 만든 초종은 셰프를 생략하고, 곧바로 르방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뺑오르방의 배합비를 보면, 효모가 소량 사용되는데, 안정된 발효로 빵이 잘 팽창토록 보조역할로 사용되지만, 2% 미만 사용되면 천연발효빵으로 불리우고 있다. 일반적인 하스브레드 제빵공정은 <반죽→휴지(중간발효)→성형(분할, 둥글리기, 휴지, 몰딩)→2차 발효→칼집내기(Scoring)-소성>인데, 2차 발효 온도가 우리에게 익숙한 단과자빵과 달리 29~32℃로 낮으며, 습도가 없는 상태로 2~4시간 정도 건발효한다. 전체적인 제빵 완성 시간이 르방 제조시간을 제외하고도 6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 건포도 식빵(레이즌로프)

천연효모의 재료로 제일 안정적인 것이 건포도인데, 과당 함량이 높아 효모의 영양원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건포도 발효액종은 건포도와 물을 1:1 비율로 섞은 다음 꿀을 섞어 25~28℃에서 72~96시간 정도 발효시켜 만든 건포도종과 0.65로 나눈 양만큼의 밀가루를 넣어 다시 반죽하여 15~20시간 추가 발효(28℃)시켜 만든다.

이렇게 만든 건포도 발효액종을 이용해 뻉드캄빠뉴나 뺑오르방과 같은 하스브레드, 레이즌로프(Raisin loaf, 건포도식빵)를 만드는 것이 르방법과 다른 천연발효빵이다.

천연발효빵 전문 매장
‘천연발효빵 유형제품의 소비행동이 제품선호도 및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소영, 한경대학교,석사논문)을 보면, ‘천연발효빵이 소화가 잘되고, 빵맛이 좋으며 건강에도 좋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천연발효빵은 천연미생물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온도와 시간에 맞춰 종계를 해야 하는 천연발효종(사워도우)은 사실 다루기가 어렵고, 장시간이 소요되는 천연발효빵은 일반 윈도우베이커리뿐만 아니라, 양산베이커리나 유명 프랜차이즈에서도 판매량 대비 노력이 많이 들어 생산과 신제품 출시를 꺼리는 제품이다.

▲ 로겐하임 매장 전경

서울 명일동 ‘로겐하임’, 압구정동 ‘뼁드빱바’, 이태원동 ‘오월의 종’ 등과 같은 몇몇의 천연발효빵 전문점과 고양시 ‘큰숲제빵소’와 같은 베이커리에서 정통 천연발효빵을 만들고 있으나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다.

대형 제빵ㆍ제과사에서 천연발효의 맛과 풍미가 담긴 사워도우 분말(Dried sour dough)을 첨가해서 기존 제품의 풍미 개선에 사용하거나, 자체 발효종 배양과정에서 부족한 풍미를 천연발효종 분말을 추가해 보완하는 움직임은 환영할 일이다. 효모종마다 빵 맛이 달라져서 만드는 집집마다 독특한 맛을 내는 천연발효빵, 출출할 때 자신의 입맛에 맞는 빵을 찾아내는 ‘빵지순례’를 해보면 어떨까?

손광태 비전상사 베이커리&조미소재 팀장
송동명 비전상사 책임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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