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64)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행복은 내 마음 속 가치와 기준
자기만족에서 오는 스스로의 생각

이 순간, 내가 존재하는 한 이 공간과 이 시간에 나 외에는 누구도 같이 존재할 수는 없다. 그리고 독특하게 존재하는 그 자체로 나는 이미 특별하다. 어느 누구도 꼭 같지 않은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특별하고 차별화된 존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비교의 대상이 아무 것도 있을 수 없다. 여기 존재하는 것 그 자체가 전부이고, 다른 것과 비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어느 것과의 비교는 대상이 있고 기준이 존재할 때 가능하나, 이 세계에 유일한 존재인 나는 도대체 누구, 혹은 무엇과 비교가 가능할 것인가. 불가능한 일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재산과 명예 그리고 가짐과 없음, 가족의 배경 등으로 서로를 비교하나, 이 모든 것은 결국 내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나 자신이 아닌데 어떻게 그것을 가지고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인가. 잠시 필요에 따라 걸치고 있는 겉옷과 같은 것. 모두가 겉치레요 정신이 아닌 물질이며 잡히지 않는 허상에 불과하다. 외형이 화려하다고 하여 그에 걸맞는 내면을 갖고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개개인이 세속의 기준에 따른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존재 그 자체로 각자가 살아갈 의미가 있음은 확실하다.

식물은 물론이고 동물도 나름대로 존재 의미를 갖고 있다. 척박한 환경, 아스팔트 틈새에 힘겹게 뿌리내려 자라고 있는 식물도 다른 곳에서 자라는 것과 비교되지 않고 그 자리에 존재함으로써 의미가 있다. 산 속에서 생활하는 모든 야생동물 하나하나도 존재 자체로 의미를 부여받고 있으며, 살아가는 그 자체로 순간순간 존재 가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내 자신을 있는대로 인정하고 자존감을 내면에 간직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 이 세상 어디에도 나와 똑같이 살아가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나면 나의 귀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평정한 마음의 경지에 들 수 있지 않을까 여긴다. 결국 행복은 다른 사람의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 가치와 기준 그리고 자기만족에서 오는 스스로의 생각이다. 외부 여건이 아무리 풍족하다 하더라도 내면의 마음에 부족함이 있으면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흔히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하는데, 살아가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풍요로움으로 물질적인 부족함이 없이 성장했을지는 모르나, 내가 이루지 않고 내가 노력해서 얻지 않는 것이 어찌 내 마음 속에 만족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는가. 한여름 뙤약볕 아래 농사일을 하면서 흘리는 땀을 훔치고 잠깐 쉬면서 시원한 바람맞이를 하는 그 행복감을 어찌 따라갈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요, 나 자신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나면 자신을 추스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앞선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종교에서 강조하는 참선이나 기도는 모두가 나를 찾아가는 길을 인도하려는 과정이요 훈련이지 않겠는가.

근래 세속의 재산에 의한 분류나 학생들이 특정 대학 진학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학원을 찾아가는 열풍은 나를 찾아가는 마음의 공부에는 미치지 못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먼 길이 우리 인생의 과정이라고 하면, 이 길을 찾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가정에서부터 시작하여 학교 교육까지 연결돼야 한다.

나를 찾지 못하면 중심을 잃게 되고 결국은 삶 전체의 길에서 방황하게 된다. 내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지금 이 자리는 어느 시점인지를 분간할 수 없으니, 물 위에 떨어진 낙엽처럼 물길 흘러가는 대로 가다가 어딘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마무리를 하는 신세가 되지 않을런지 걱정스럽다.

오늘도 나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멀리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 중심에 놓여 있는 선박 평형수처럼 나를 균형 잡고 흔들림이 없도록 지키고 싶다. 그러면서 내면에서 삶에서 얻는 만족감의 부드러운 작은 속삭임을 지나치지도 않았으면 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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