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61)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상대를 신뢰하면 모든 일이 쉽고 편안하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다른 일에 몰두할 수 있다

며칠 전 자그마한 일로 믿음과 신뢰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였다. 조금 일찍 일터에서 나와 퇴근하는 길에 아파트 앞 공터에서 순박하게 생긴 50대 중반 여인이 크기가 작은 감귤을 팔고 있었다. 문득 아내가 감귤을 좋아하여 오랜만에 평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을 펴 보이기 위해 값을 치르고 들고 가기가 무거워 배달을 부탁하였다. 바로 앞이니 30분 내 배달하겠다며 전화번호, 아파트 동 호수를 적는다. 정말 아무런 의심 없이 조금 있으면 아내와 같이 감귤 맛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 9시 뉴스를 보는 데도 감감 무소식이다. 내 나름 아마도 집 앞까지 배달이 어려워 1층 택배 공터에 놓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아침을 맞았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오지 않고 있는 감귤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에게 향하는 믿음과 신뢰를 나름대로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서다.

광고에 나오는 멘트 “신용을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 빛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 믿음과 신용은 인간만이 갖는 독특한 덕목이다. 어느 동물에 이 덕목을 찾아볼 수 있겠는가. 사회가 복잡하지 않았던 옛 우리 삶에서는 주고받으며 말이 바로 증명이 되고 그것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도 회자되는 개성상인, 신용을 생명으로 아는 그들을 모두가 알고 있으며, 그 믿음에 우리는 존경을 보내왔다. 유물로 발견되는 옛 상인들의 상거래에서도 그저 나무조각으로 간단히 표식한 것이 모두였고, 그 내용에 대하여 상대가 같이 신뢰하고 믿었다. 이후 우리 생활이 복잡해짐에 따라 계약서가 생기고, 영수증이 없으면 상대를 믿지 못하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완벽한 서류를 갖췄다 해도 공증을 하거나 등기가 되지 않으면 그 효력을 인정받기도 어렵다.

믿음과 신뢰가 무너진 사회는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쓸데없이 확인하고 재점검 하느라 많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한다. 인간과 인간이 서로 믿지 못하면 의심하게 되고, 알려진 바로는 긍정보다 의심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고 한다. 불신으로 힘이 소진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불쾌한 감정이 오래 가며 부정적인 생각을 나를 지배하게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데 큰 장애가 된다.

이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은 하나같이 말한 것을 실천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며 한 번도 그 약속을 깨지 않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일부 정치인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믿음과 신뢰에서 순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기 생활방식에서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는지는 모르나, 인간으로서 기본인 신뢰와 믿음을 저버리고 나면 동물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존경 받는다는 것은 인품에 의한 것도 있지만, 모든 행동에서 앞과 뒤가 다르지 않고 말한 것 약속한 것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지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거짓으로 신용을 잃게 되면 인간의 범주에 들기가 어렵다.

그런데 근래 인간의 가장 큰 덕목인 믿음과 신뢰를 그냥 가볍게 생각하여 처신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걱정이다, 언론매체에 넘나드는 소식들은 거의 대부분이 믿음과 신뢰를 저버린 경우에서 시작된다. 금방 들통 날 뻔한 사실에 대해서도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우리 생은 유한한데 어느 날 이 세상을 하직하고 마무리할 때 과연 거짓과 허위로 점철한 자기 인생을 뒤돌아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윤회사상에 의하면 억겁의 인연과 적선으로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났다는데 그 큰 인연을 인생에서 더 낫게 더하지는 못할망정 송두리째 허무는 것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상대를 신뢰하면 모든 일이 쉽고 편안하다. 한 번 맡기면 다시 점검하는데 시간을 소비할 필요가 없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으며, 긍정적인 또 다른 에너지로 다른 일에 몰두할 수 있다. 우선 나 자신과 가족만이라도 믿음을 갖고 상대를 대하면서 진실 되게 사는 모범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나에게 감귤을 배달하기로 약속한 아주머니도 받은 돈을 생활비에 보태 쓰되 자식들의 교육비로 쓰지 않았으면 하는 마지막 바람이다. 다음 세대는 바르게 살기를 희망해서다. 이 세상은 믿지 못하는 사람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을 전혀 의심치 않고 받아들이고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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