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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산책] 아파트 단지의 야간작업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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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8  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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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고집을 내려놓고 상대를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때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공동의 것이 되지 않을까

밤 12시가 넘었는데 꽤 시끄러운 소리가 밖에서 계속 된다. 아마도 어디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조용하니 바로 옆에서 나는 소리처럼 잠들기가 어렵다. 내가 불평을 했더니 아내가 하는 말에 나의 부족함을 순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 추위를 견디며 밖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조금 시끄러운 것을 참지 못하고 군소리를 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느냐고. 아차, 그렇구나. 내 기준으로 생각하면 시끄러운 소음은 잠시 괴로움이지만 한 겨울, 늦은 밤 시간에 일하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어쩌겠는가.

그렇다. 이 세상 모두가 내 기준으로 보면 불평과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생각의 폭을 넓혀 상대를 생각하면 오히려 상대를 이해하고 감사를 해야 할 때가 많다. 아침 출근시간에 지나다가 공사 현장을 보았다. 아파트 온수관이 파열되어 긴급 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아파트 주민 모두에게 따뜻한 물을 공급하고 난방을 하여 따뜻하게 한겨울을 지내도록 하기 위해서 이분들이 이 추위에 한밤중 공사를 하고 있었구나. 지나면서 수고하신다는 말로 어제 저녁 잠깐 불평했던 내 좁은 속을 조금 덜어놓으려 했다.

이 세상은 결코 나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다. 같이, 더불어 살고 모든 사람들이 돕고 협동해야 살만하고 편안한 사회가 되고, 이 사회가 모여 국가를 이루며 세계 속의 우리가 된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결코 누구 하나 꼭 같지는 않다. 현재 70억 이상의 사람이 지구 위에 생을 같이하고 있는데, 그 누구도 같은 생각을 동시에 하는 경우는 없다. 또한 생활환경과 시점에 따라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내 생각이 결코 다른 사람과 일치 할 수는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것을 남에게 강요해서도 안 되고 결코 강요할 수도 없다. 설혹 내 불편이 외부요인에 의해서 온다 하더라도, 그 불편을 일으킨 사람 측에서 생각해보면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각의 범위를 조금만 넓히면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진다는 것을 내 생활에서도 자주 느낀다. 조그마한 오해로 내가 상대를 잘못 생각하는 경우에 한참 지나 알고 나면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경험을 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그에게 얽힌 사정을 알게 되면 기피해야 할 상대가 아니라 내가 품을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그것이 인화(人和)이고 상대를 알아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길이다.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는 사람이 그 어느 누구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런 마음을 갖고 싶다. 조그마한 이해관계의 비틀림으로 오해하고 싫어하며 멀리한다는 것은 내 마음의 폭이 좁히는 것을 알아차리는 지름길이다. 의심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잿빛이나, 긍정하고 이해의 눈으로 보면 또 다른 밝은 면이 보인다.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넓혀짐을 느낀다.

오늘 또 다른 새 날이 밝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 같은 공간을 쓰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그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존재하고 또 내일을 살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다. 언짢은 생각은 결국 내 눈에 한 꺼풀 색깔을 칠하여 그 색깔만으로 상대를 본 결과이다. 옛 속담에 며느리가 미우면 뒤꿈치도 나쁘게 보인다고 한다. 그게 인간의 마음 씀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속 좁다는 얘기를 듣는 것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 외톨이가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언짢고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해도 생각의 방향을 바꾸면 또 다른 면이 보인다. 다른 면을 일부러 보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을 보는 것을 우린 옹고집이라고 한다. 여유가 없고 편협함의 극치이다.

다른 사람이 더 이익이 되게 하고 더 편하게 마음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살아가는 지혜요 나이 듦의 표식이 되어야한다. 내 것을, 내 고집을 내려놓고 상대를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때 이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우리 모두의 공동의 것이 되지 않을까 여긴다. 남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다원주의는 인간 본연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요, 그 다름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데 그 기본 뿌리를 두어야 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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