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먹어 식품포장 뚫는 밀납애벌레 연구하면...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플라스틱을 먹어 소화시키는 애벌레가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좋은 신소재로 개발된 것이 플라스틱이다. 예전에는 목재나 짚, 목화 등 천연 소재를 포장재로 주로 이용하였으나, 석유화학산업이 발전하면서 합성된 플라스틱이 새로운 물질로 대체되고, 그 용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어졌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으며, 가구는 물론 건축자재, 인공섬유, 포장재, 목재대체재 등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모든 가공식품의 포장에는 플라스틱재료가 빠지면 아마도 생산ㆍ유통이 모두 멈춰서버릴 상황이 되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이 신소재를 제외해버리면 인간이 다시 석기시대로 돌아가야 할 처지가 될 것 같다. 이런 혜택을 주는 플라스틱이 지구에 쌓이는 쓰레기로 애물이 되고 있다.

플라스틱의 용도는 가늠할 수 없이 많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 이렇게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결점은 원래 사용한 용도와 역할이 끝났을 때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비닐봉지의 주재료인 폴리에틸렌은 땅에 묻힌 후 10년에서 100년이 되어야 분해되고, 그 사이 환경과 토양오염 등 온갖 문제를 일으킨다. 더 나아가서 미세조각으로 되어 해양 어류의 내장까지 들어가 여러 생리부작용을 보인다.

가장 편리하고 값지게 사용해 왔던 플라스틱이 이제 지구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가 되었고, 생태계에서도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수거된 플라스틱은 재활용되거나 소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생산량에 비하여 극히 낮은 비율이다. 가장 쉽게 태워버리는 방법이 있으나 소각에 따른 공기오염은 또 다른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플라스틱은 분명 인간이 개발한 기술로 만들어진 재료이다. 그 구성을 보면 고분자물질로 탄소가 연결된 고리형태로 합성을 했으니, 그 역으로 작용시키면 합성 전 형태로 돌아가 좋은 기초소재로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은 해 보는데, 어느 과학자도 아직 경제적으로 가능하게 합성반응을 거꾸로 돌리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였다.

그런데 밀납애벌레가 이 플라스틱을 먹어 소화시키는 현상을 알아냈다. 아마도 식품업계 종사자는 가끔 겪는 일인데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스프나 특정 식품의 포장지를 뚫고나오는 애벌레를 본다. 이제는 방법을 개발하여 완전히 관리하고 있지만, 식품포장지인 플라스틱을 뚫는 유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 유충이 플라스틱에 구멍을 내기 위해 갉아먹은 다음 체내에서 소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들 유충은 입으로 갉아먹는 물리적인 작용을 하겠지만, 소화기관에서 소화시키는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근래 연구 보고에 의하면 유충의 창자 안에 있는 미생물이 특정한 효소를 분비하여 플라스틱을 분해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장내미생물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인체는 초식동물과 다르게 섬유소를 위나 소장에서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런데 대장에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은 이들 섬유소를 먹이로 삼기 위해 분해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분해물을 영양원으로 이용하거나 인체에 유익한 생리활성물질로 만들어 인체에 여러 이익을 준다.

곤충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창자 안에 수십억에 이르는 다양한 미생물을 갖고 있으며, 이들과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유충의 내장에 들어있는 미생물들도 여러 기능을 갖고 자기 숙주인 유충이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작용을 하나보다.

이들 유충에서 분리한 미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분해시킬 수 있는 효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이 분야를 더욱 연구하면 지구의 골칫거리 플라스틱을 활용할 경제적이고 안전한 새로운 방법이 개발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지구에서 같이 살고 있는 여러 미생물은 인간과 다른 많은 역할을 하므로, 이들의 기능을 더 많이 활용하면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플라스틱 쓰레기도 처리하고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일석이조의 연구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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