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57)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 번의 실수, 업적 한 순간에 무너뜨려
위험성 예측해 미리 점검하고 개선해야

100-1=0 이해 안 되는 이상한 계산이다. 얼마 전 이 계산을 설명한 흥미로운 세미나가 순창에서 있었다. 발표자 한 분의 슬라이드에서 이 개념이 131년 역사의 세계적인 소스 제조업체 중국 이금기(李锦記)사의 최고관리자 머릿속에 있는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한다고 했다.

식품제조기업은 100번 잘했어도 한 번의 실수로 아무것도 남지 않는 ‘0’의 상태로 된다는 것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회사가 그냥 쉽게 이 분야에서 세계 일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물론 ‘0’의 상태에서 재기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회사의 업적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사실로 존재한다.

이런 개념이 가장 실감나는 분야가 안전관리 쪽이 아닐까 여긴다. 자그마한 관리 소홀과 방심이 큰 화재로 번져 평생 일구어 놓은 내 자산과 명성이 잿더미로 되는가 하면, 각종 제조공장에서 일어나는 작은 방심과 안일함이 돌이킬 수 없는 재해로 번지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특히 식품분야에서 위생안전관리는 살균온도나 살균시간 하나를 정확히 관리하지 못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식중독 사고를 일으켜, 당하는 당사자는 물론 큰 피해를 보지만, 그 제품을 생산한 기업은 회복하지 못할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번번이 일어나는 집단급식소 안전사고도 원인을 보면 단순한 원부재료의 처리 불충분이나 사용수의 상태 혹은 관리자 한 사람의 개인위생이 문제의 발단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100번 좋은 결과를 냈다 하더라도 한 번의 실수와 과실은 지금까지 일구어 놓은 100을 완전히 무산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우리 인생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특히 젊었을 때 객기로 저지른 일이 일생을 망치고 재기할 수 없을 상태까지 이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것은 제조업에서 철칙으로 알아야 하지만, 그 실수를 거울삼아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삶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 가능하다.

그러나 제조업은 다르다. 한번 만들어진 제품은 어느 힘을 빌려도 다시 원상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특히 제품이 식품의 경우라면 더더욱 불리하다. 식품은 대상이 사람이고, 일단 먹고 나면 먹은 사람만이 결과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산품이라고 하면 교환이 가능하지만 사람이 먹고 발생한 사고는 무엇으로도 보상이 가능하지 않다. 피해자의 건강과 생명을 과연 무엇으로 변상할 것 인가? 경우에 따라서는 재정적으로 변상하기도 하나 그것은 위로일 뿐, 근본 원인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실패를 디딤돌로 삼아 도약하는 경우는 그 실태를 바탕으로 새로움을 찾아가는 경험과 지혜를 얻는 것이지만, 완성된 작품에 대한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나온 삶의 응어리로 남지만, 그것이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예는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보통 7전 8기, 7번 쓰러져도 8면 일어난다는 것을 불굴의 의지로 치켜세운다. 즉 삶에서는 쓰러지고 일어날 수는 있지만, 제조업이나 식품가공 분야에서는 일어난 사실 자체에 무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 자체에서 책임을 피해 나갈 수는 없다. 그래서 식품에서는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안전관리는 예방이 최우선이란 말을 많이 한다. 일어나지 않는 위험성을 예측하여 이를 미리 점검하고 개선함으로써 사고를 막는 것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다. 기업주로 봐서는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금기 최고경영인의 철학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일어날 수 있는 한 번의 실수를 철저히 예상하여 돌이킬 수 없는 더 큰 불행을 막는 것은 가장 현명한 결정이다. 특히 식품공장에서 안전점검은 시설관리, 개인위생, 환경 등 점검해야 할 분야가 많긴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안전관리의 영역에서 빼놓을 수 없다.

사전안전관리가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을 관리자는 깊이 마음속에 간직해야 한다. 우리 삶에서도 비롯한 논리가 적용될 것이라 여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고 한다. 너무 소극적이 아니다. 식품제조업 분야에서 명심할 속담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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