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은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벼 종자 수명, 비타민E 동족체 비율 영향 받아
γ형 함량 높고 α형 낮으면 수명 우수

곽지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

작물 종자의 수명은 유전적 차이나 품종에 따라 크게 다르다. 종자의 저장기간 동안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 성분은 산화에 의해 지질 과산화물을 생성한다. 축적된 지질 과산화물은 종자의 세포막 파괴와 세포 노화를 일으켜 결과적으로는 종자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비타민E는 천연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토코페롤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생체지질막을 대상으로 하는 항산화 활성은 토코트리에놀이 토코페롤에 비해 40∼50배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토코트리에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쌀 등 일부 식물에는 토코페롤과 토코트리에놀 화합물이 함께 존재하며 각각은 α, β, γ, δ- 동족체를 포함하고 있어 모두 8종류의 이성질체로 구성돼 있다.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유전자원을 대상으로 비타민E가 벼의 종자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국제쌀연구소(IRRI) 유전자원센터와 공동연구를 수행했다(2017~2019). 그 결과 저장성이 우수한 벼 유전자원(Swarna)에서는 γ-토코트리에놀/α-토코페롤 비율이 높은 반면, 저장성이 낮은 유전자원(M202)에서는 γ-토코트리에놀/α-토코페롤 비율이 낮았다. 또한 벼 종자 수명과 비타민E 동족체의 상관성 분석에서도 벼 종자 수명과 γ-토코트리에놀 및α-토코페롤 관계에서 동일한 결과를 나타냈다.

따라서 벼 종자 수명은 비타민E의 총 함량이 아닌 비타민E 동족체 비율의 영향을 받으며, γ형 함량이 높고 α형 함량이 낮은 경우 벼 종자 수명이 우수하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IRRI 유전자원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원 수는 13만442종이다. 이들 벼 유전자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발아시험을 실시하며, 발아율이 낮은 자원은 논에 심어 새로운 세대로 대체하고 있다. 이렇게 유전자원의 지속적인 보존을 위해 매년 2만∼4만 종자의 생존력을 시험하고 있으며, 1만 달러 이상의 큰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따라서 IRRI에서는 벼 종자 보관 전에 DAN 마커를 사용해 비타민E 성분의 비율을 확인함으로써 종자의 생존기간을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이 방법을 통해 벼 종자 생존력 시험에 소요되는 노동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벼 종자 수명에 관련된 연구결과는 밥맛과 저장성이 모두 우수한 벼 품종 육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비타민E 성분 비율이 벼 종자 수명에 전적으로 관여한다는 근거가 명확히 구명되지는 않았으므로, 종자 수명에 관여하는 또 다른 요인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벼 종자 수명에 관여하는 성분 요인과 메커니즘 연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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