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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청담] 식량안보 책임지는 ‘싱크탱크’ 필요2020 식품산업이 갈길 ①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
김윤경 기자  |  apple@foo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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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30  15: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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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저널] 2020년 새해를 맞아 한국 식품산업이 나아갈 길을 찾는 포럼이 29일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원로 식품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노변청담> 주최, <식품저널ㆍ인터넷식품신문 foodnews> 주관으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우리나라 식품산업은 식량 공급의 주체로서 그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반세기 전만 해도 식량은 농수산 1차 산업이 공급하는 것으로 알고, 식량문제는 농업정책의 한 분야로 다뤄졌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식습관의 서구화로 육류 소비가 늘고, 외국의 다양한 음식을 접하게 되면서, 농수산 1차산업은 전체 식량 수요의 반도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현재 23%이며, 전체 식량자급률을 나타내는 열량(칼로리)자급률은 38%로 추정하고 있다.

식품산업이 모자라는 식량을 전 세계에서 구입해 가공하여 5000만 국민의 식품을 공급하는 식량 공급의 주체가 된 것이다. 실제로 2016년 국내 총 식품생산액 129조 원 중 식품산업을 통한 가공식품 생산액이 73조 원으로, 농수축산물 생산액 56조 원보다 훨씬 많은 전체의 57%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가정간편식이나 밀키트 시장의 급성장으로 가공식품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식품산업은 좁은 의미에서는 식음료제조업을 지칭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가공식품제조업과 외식산업을 포괄하는 식품 가공, 조리, 판매 행위 전체를 포함한다. 외식산업의 2016년 매출규모는 118조 원에 달하며, 광의의 식품산업 생산액은 191조 원으로, 같은 해 국민총생산(GDP) 1641조 원의 11.6%에 달한다. 우리나라 식음료제조업 종사자는 34만 명, 외식산업 종사자는 199만 명으로, 식품산업 전체 종사자는 232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것은 2018년 농업인구(농가인구) 231만 명보다 많은 숫자다. 이와 같이 식품산업은 식량 공급의 주체이며,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식량정책은 이제껏 농수산 1차 산업에 편중돼 왔다.

최근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해양수산부 등 정부 관련부처 합동으로 ‘식품산업 활력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5대 유망식품(맞춤형 특수식품, 기능성식품, 간편식품, 친환경식품, 수출식품)이 선도하는 혁신적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산업규모를 2030년까지 현재의 2배로 확대하고, 식품산업을 국가경제를 선도하는 활력 있는 산업군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대단히 고무적인 일면이며, 적어도 우리 사회가 식품산업을 중요한 산업군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식품산업의 사회적 중요성이 인식되는 이 시점에 식품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성찰하고,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이 자리에서 2가지를 제안하려고 한다.

식품산업 발전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싱크탱크의 필요성
식품산업이 식량 공급의 주체가 되고, 국가 식량안보에 막중한 책임을 지는 상황에서 식품기업은 이윤 창출에 더하여 영양가 있고 안전한 식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식품 수요 공급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신제품 개발은 물론이거니와 미래 식량 수급을 위한 연구와 소비자 교육까지 책임져야 한다.

이러한 선진 식품기업들의 노력 중에 대표적인 사례로 국제생명과학회(International Life Science Institute, ILSI)를 들 수 있다. ILSI는 1978년 코카콜라, 네슬레 등 세계적인 식품 대기업들이 공동 출자하여 만든 국제연구기관으로, 미국에 본부를 두고 건강환경연구소(HESI)를 운영하며, 전 세계에 16개 지부를 둔 세계적인 연구 네트워크다. ILSI는 세계 식품시장 트렌드를 예측하고, 발생 가능한 식품 영양ㆍ환경ㆍ안전 문제에 대해 미리 대책을 세우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연차총회에는 전 세계 식품대기업의 기술부사장급 인사 200여 명이 모여 토론과 정보 교류를 하고 있다.

한국은 30여 년 전부터 한국지부(ILSI Korea)로 참여해 국내 식품산업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산업이 식량 공급의 주체가 되고,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산업군이 되기 위해서는 ILSI와 같은 싱크탱크 조직이 필요하다. 식품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모여 한국 식품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고, 앞으로 발생할 안전문제에 대해 미리 대책을 세우고, 식품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논의하는 성숙한 협력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식량 낭비 줄이기 국민운동 선도
식량 공급의 주체인 식품산업은 생산에서 소비까지 식량 사슬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식량 손실과 낭비에 누구보다 큰 관심과 해결 노력을 보여야 한다. 식량의 반 이상을 외국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공급되는 식량의 30%를 음식물쓰레기로 버리고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식량 낭비를 현재의 반으로 줄이면 식량자급률을 15% 올릴 수 있다. 현재 38%인 전체 식량자급률을 53%로 올릴 수 있는 것이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은 지난 10년간 식량자급 실천 국민운동을 전개해 왔는데, 올해부터 식량 낭비 줄이기 국민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인다. 2030년까지 식량 낭비를 현재의 반으로 줄이기 위해 온 국민이 각자 할 일 ‘식량낭비 줄이기 나의 액션’을 정해 SNS에 공표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식품산업 분야에서 이 일에 적극 동참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식품산업은 농수산업과 함께 국가의 식량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산업 분야로, 그 사회적 책임이 막중하다. 식품산업의 식량안보적 기능과 국민 건강 및 건전한 식생활을 보장하는 사회적 역할을 선제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식품산업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시대를 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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