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식품저널]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식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김치와 고추장을 들 수 있다. 이들 음식의 특징은 발효와 매운맛이다. 이것을 보면 우리 민족의 몸속에는 매운맛을 선호하는 유전자가 있나보다. 이미 단군신화에 매운 마늘을 먹고 견딘 웅녀가 여자로 변하여 한웅과 결혼, 우리 시조인 단군을 낳았으니.

우리 식단에서는 마늘을 포함하여 고추 등 여러 향신료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들 향신조미료는 향과 맛을 내는 것이 주된 역할인데, 특히 매운맛이 한식의 큰 특징이 되고 있다. 매운맛을 내는 식재료는 마늘, 파, 생강, 부추, 후추, 달래, 고수, 초피 등으로 이들 식물의 줄기, 열매, 뿌리를 이용하고 있다. 이중 매운맛의 대표는 고추일 것이다.

고추는 남미원산으로 이 지역에서는 물론 유고슬로비아 등 서유럽 일부에서도 많이 먹고 있으며, 동양권에서는 단연 우리나라가 먹는 양 순위에서는 세계 상위권에 든다. 이들 향신 식재료에서 매운맛을 내는 성분은 각기 다르다. 고추는 캡사이신이고, 마늘은 황화물인 알리신이 원인물질이다. 이중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많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수명 연장과 체지방 감소로 비만 억제 기능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 근래 학자들에 의하여 증명되고 있다.

미국 심장학술논문에 의하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22,811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사망률에서 고추를 정기적(주 3-4회)으로 섭취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여 사망률이 23%나 낮았으며 주로 심장별 발병억제와 관련이 깊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국내 연구진에 의한 결과도 고추의 캡사이신 섭취는 지방 대사를 촉진하여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비만억제에 크게 기여 한다는 것이 잘 밝혀지고 있다. 특히 고추장으로 만들어 먹을 때 그냥 고춧가루로 먹는 것보다 효과가 좋아 발효에 의해서 새로운 기능이 발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이와이 교수는 고추의 매운맛 성분이 인체 내에서 어떻게 관여하여 체지방감소에 기여하는 것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우리가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경험하는 것은 땀이 나고 더워지면서 체온이 상승하는데 이는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추운 겨울, 체온을 높이기 위하여 육개장이나 매운탕 등을 즐겨먹고 얼큰한 콩나물국은 우리가 선호하는 해장국의 대표주자이다. 이들의 매운맛은 우리의 미각을 자극하여 신체활력을 높이는데, 주로 체지방을 소비한다.

요즈음 유행하는 매운맛라면, 불닭, 얼큰한 요리 등등은 우리 유전인자의 자극으로 선호도를 높인다고 여겨진다. 이 매운맛이 인체 내에서 작용하는 기작은 일부 밝혀졌지만 앞으로도 계속 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매운 식품의 소비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 정신활동에도 매운 성분이 관여한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미국 등 비만인구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서구인들보다 비만인구가 많지 않다는 통계는 일상 먹는 식품과 상당한 관계가 있겠지만, 특히 매운 음식의 소비량과 깊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K-푸드로 세계에 알려지고 있는 우리 음식들은 맛과 향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생리적 효과와 함께 건강장수식품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켜야 차원 높은 한식 홍보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학계는 물론이요 업계에서도 매운맛과 성분의 생리적 기능에 대한 깊은 연구가 계속 진행되어 우리식품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김치와 고추장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발효식품이고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독특한 향과 맛의 특징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들이 장 내에서 유익한 생리작용을 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과학적인 사실이다. 김치나 고추장은 가열처리 없이 직접 섭취한다는 특성이 더욱 유익균 섭취에 장점으로 작용한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몇 년 내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상위권에 들 것이라는 예측은 아마도 우리 음식의 매운맛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며,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우리 음식을 세계화하는데 촉진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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