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45)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어려움과 고난은 소금과 같다
적당히 맞춰지면 웃자라는 것을 막는다

[식품저널] 농작물을 키울 때 비료를 너무 많이 주거나, 퇴비라 하더라도 거름이 과다하면 식물이 웃자라게 된다. 또, 햇볕을 쪼이는 양이 적거나 음지에서 자라는 경우 튼튼하게 자라지 못한다. 이런 웃자란 식물은 병충해에 약하고 결실도 부실하여 제 몫을 못한다. 그래서 농부들은 거름 양을 조절하거나, 퇴비라 하더라도 절대로 많이 주지를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자라는데 꼭 필요한 물의 양도 조절하여 웃자라는 것을 막아 튼튼하게 클 수 있도록 보살핀다.

이들 식물에서 우리 인간도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갖춰진 여건에서 성장한 사람은 거친 세상에 견디기 어렵다. 한 번도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하였으니 식물로 말하면 웃자란 상태다. 조그만 충격에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조금 어려움이 있으면 맥없이 꺾이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나이 먹은 만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접할 때 그 사람이 성장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가를 쉽게 감을 잡을 수 있다. 특히 군대생활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쉽게 구분이 된다.

경험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지만, 특징적으로 어느 일이 주어졌을 때 당황하지 않고 받아들일 자세를 갖고 대하며, 그 일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때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협동할 줄 안다. 또한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눈에 띈다. 결코 내가 먼저라는 생각을 앞세우지 않는다. 그래서 어려움을 겪은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단련이 되어 있고, 세상 일이 나 혼자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 결과다.

모든 조건이 갖춰진 여건에서 자란 사람들이, 곧게 자라지 못하고 외도하다가 신세를 망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우리 조상들이 말씀하신,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해야 한다’는 얘기는 숨은 뜻이 있는 진리다. 그렇다. 내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얻는 것은, 얻은 기쁨은 고사하고 얻는 것이 어떻게 나에게 왔는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얻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생길 수 없을 뿐더러 바로 독이 된다. 여름 내내 고생하여 가을에 거둬들이는 농작물에서 농부가 느끼는 만족함과 뿌듯함은, 피땀 흘려 노력해 보지 않는 사람은 느낄 수 없는, 어찌 보면 노력한 사람에게 주는 큰 선물이요 희열이다.
 
요사이 젊은이들이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모두가 그러지는 않겠지만 상당수가 여유로워진 경제사정으로 부모가 특별히 고생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성장할 때 했던 고생을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으려는 것이 대부분 부모의 심정이다. 그런데 이런 과보호가 결국 식물에서와 같이 웃자라게 만들어 나중에 아무 쓸모없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노력이나 고생 없이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과욕이요 공정해야 하는 자연의 섭리에 맞지 않는 탈선이자 불로소득을 꿈꾸는 허상이다. 이 세상 공짜는 쥐덫 안에 있는 치즈뿐이다.

근래 우리 사회도 고생 없이 자란 사람들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로 표현한다. 다 갖춰져 있으니 그 무엇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런 나태함을 우려하여 장차 임금이 될 세자에 대해서도 혹독한 훈련으로 글 읽기를 다그쳤고, 왕이 스스로 챙기는 노력을 했지 않겠는가.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은 지식과 지혜로 표출되기 쉽지 않다. 일본의 어린이 교육방법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이 갖춰진 것보다는 모자란 것을 채우기 위한 노력 그리고 그것을 얻었을 때 만족감을 기성세대가 빼앗으면 성장하는 후세의 장래에 죄를 짓는 행위가 될 것이다.

제왕은 무치라고 했는데 성장과정에서 고통과 쓰라린 경험을 해보지 않은 경우 부끄럼까지 없어진다니, 인간으로서 기본자세를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려움과 고난은 소금과 같다. 지나치면 해가 되지만 적당히 맞춰지면 웃자라거나 쓸모없는 것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는다. 지금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경구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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