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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산책] 내 조국이 사랑스러운 이유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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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6  10: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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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이 산하가 있어 내가 있다
모두가 함께하고 영원할 내 조국

[식품저널] 길가에 여기 저기 굴러다니는 돌멩이들, 계단 틈새에 힘겹게 돋아난 푸름을 돋보이게 하는 가냘픈 풀 한 포기, 그것들이 이 나라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고 마땅히 정을 주어야 할 대상이다.

이 산하에 있는, 살아있든 무생물이든 아니든 어느 것 하나 정답지 않은 것이 없다. 이들은 그냥 스쳐 잊어버릴 대상은 아니다. 난생 처음 가보는 지역의 초목과 산하의 풍경이라도 내가 가까이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의 내 조국을 이루고 있는 분신이다.

모두가 우리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천연 그대로의 유산이고, 언젠가 내가 떠날 때 그 모습대로 후손에게 물려주어 그들이 언젠가 여기 와서 나와 같은 마음으로 정을 나눌 대상들이다.

이 산하가 있어 있는 그대로의 내 조국, 내가 있고 내 살과 뼈를 만들어 지금 만들어진 나의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모두가 함께하고 간직하며 영원할 내 사랑하는 조국이요 내 땅임을, 그 뜻을 서서히 깊이 느껴가는 요즈음이다.

보는 것마다 정답고 아름다우며 짙푸른 우거진 숲을 보면서 보살펴주신 선조에 감사하고, 지금 갖고 있는 것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눈을 들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이 새롭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대화하고 정을 나누며 입을 벙긋거리는 것이 마음이 간다. 아쉽게 내가 그들이 전하려는 말을 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전하려는 뜻은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식물도 의사전달능력이 있다는데, 나도 내 주위에 있는 여러 식물들과 어렴풋이 마음을 나누고 있다. 생각을 집중하다 보면 그들의 감정이 이입되는 것을 느낀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가냘픈 목소리가 들린다. 나 지금 목이 말라요. 가냘픈 소리가 들리는 쪽 화분을 본다. 정말 시들어 생명이 다해가는 모습이다. 급히 물을 구해다 부어주거나 주인에게 식물의 뜻을 전한다.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나와 더불어 있고 마음이 전달되며 교신할 상대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우람한 산을 보면서 자기의 소원을 빌었고, 큰 바위에 기도하며 마음을 통하려 노력했다. 이런 행동이 과연 헛되고 쓸데없는 망상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하면 그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을 내 마음 속에 들어놓는 방법으로 기원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자연 속, 실로 작은 한 조각인 내가 이 자연에 융화되어 이 존재가 스스로 흡수되어지는 경험을 해본다. 하긴 내가 태어나기 전 상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고 싶은데, 상당한 수련이 필요하겠지.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고향을 그리워하고, 고향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 속에서 따사로움을 느끼는 것은, 내가 태어날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원시의 상태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라 생각해본다. 내가 존재하기 전의 존재, 그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난 가을, 수십 년 키워 정이 많이 들었던 소철나무 화분을 오래 관리하지 않았다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하루 날 잡아 나름대로 큰 공사를 했다. 화분의 용기도 훌쩍 커버린 나무에 어울리게 큰 것으로 바꾸고 새 분토로 분갈이 해주었다.

이게 화근이었나, 정성이 부족했나, 겨울 내내 몸살을 하더니 밑에서부터 잎이 마른다. 겨우 윗줄 몇 개가 그래도 푸른색을 유지하여 한동안 마음 졸이게 하더니, 며칠 전 신기하게도 새순이 돋아난다. 내 마음의 정성이 통했다고 느낀다, 일곱 잎이 아주 연하게 올라오고 있다. 이 식물에게도 내 간절한, 죽지 말라고 기도하는 마음이 통했나 보다.

이 소철을 포함한 우리집에 있는 모든 식물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집 주위에서 항상 푸름을 선사하고, 또 철철이 열매까지 보상 없이 주고 있는 이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모든 것들에 마음에서 우러나온 경외와 하나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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