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8)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옷은 시대나 민족의 특징 나타내며
자신의 품격과 내면 알리는 표현방법

[식품저널] 우리 속담에 ‘옷이 날개다’라는 말은 인간심리를 꿰뚫어 본 명언이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의 모습이나 종류, 매무새 그리고 각종 갖춤 등에 따라서 옷을 입은 사람의 행동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달라지는 것을 보고 느낀다.

좋은 예가 오래되기는 했지만, 예비군 훈련을 받을 때 훈련복을 입으면 아, 글쎄 여러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 그 점잖던 선배님도 행동이 거칠어지고, 쉬는 시간에 교육장 바닥에 아무 거리낌 없이 눕는가 하면, 훈련받고 이동할 때 넥타이 멘 정장차림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하는 노상방뇨도 서슴지 않는다. 이게 모두 내가 걸치고 있는 옷에서 오는 잠재적 반응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옷매무새가 깔끔한 사람에게서는 단정한 느낌을 받고, 아무렇게나 대하지 못하는 감정을 느낀다.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언론사 책임자 한 분은 아무리 더운 삼복더위에도 깨끗하면서, 시기에 맞는 정장에 멋진 넥타이를 꼭 매고 사람을 만난다. 가끔 만날 때마다 깔끔하고 정갈함에 감탄하면서, 농담으로 주무실 때도 정장을 입느냐고 묻고 나서 서로 웃는다.

몸 밖에 걸치는 옷에 따라서 우리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은 여러 경우에도 적용된다. 군의 장군들이 입는 잘 갖춰진 정복은 얼마나 위엄스러운가. 거기에 몇 개의 훈장까지 가슴에 달면, 그 모습만으로도 든든함과 믿음직스러움을 느낀다.

군복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 군의 정장과 이북 군인들의 것을 비교할 때 느낌은 아마도 공통적으로 비슷한 생각이 들 것이다. 서로 오랫동안 동떨어진 사정이야 있겠지만 너무나 어색하고 딱딱하여 마음까지 답답하다.

지금은 그저 박물관이나 복식 전시회 등에서만 대할 수 있는 우리 선조들의 옷매무새, 특히 선비들의 갖춤 옷에서는 입은 사람의 인격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상투가 있는 머리에 망건, 갓을 갖춰 입고 색을 조화시킨 한복을 곱게 입은 모습은 우아하면서도 범하기 어려운 기품을 풍긴다. 무관인 장수들의 갑옷과 옷매무새는 전장에서 꼭 승리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묻어난다.

가끔 우리나라 복식 전시회에 가서 서민과 양반 그리고 여자와 남자의 옷차림을 보면서 우리 의복문화와 함께 선인들의 의식세계를 엿볼 수 있어 아주 흥미롭다.

지금이야 옷의 재질이 다양해졌지만, 선조들이 널리 이용했던 재료는 동물의 털을 자주 이용하는 서양과 다르게, 대부분 목화에서 얻은 솜이었고, 여름에는 모시나 삼으로 만든 삼베옷, 모시옷이 대중의 옷감이었다. 일부 여유가 있었던 계층은 명주를 호사스럽게 옷감으로 이용했고 그것이 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복식과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서도 감이 다르지만, 어떻게 꾸미냐에 따라서도 크게 느낌이 달라진다. 그래서 옷 디자인은 편리함이나 실용성을 넘어 세계적으로 예술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옷에 신경 쓰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또 시대를 뛰어 넘어 비슷했고, 보는 각도는 서로 같지 않았다. 옷 모양과 갖춤새는 그 시대나 민족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으며, 아주 쉽고 간단하게 나 자신의 품격과 내면을 밖으로 알리는 표현방법이었다. 지금은 천연소재보다는 상당부분 합성섬유가 대중화됐고, 그 종류도 다양해졌으며, 같은 재질로도 색을 달리하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각자의 취향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제는 우리 한복이 특별한 때만 공들여 차려입는 의식복 정도로 변했고, 더더욱 젊은 세대에게는 아주 낯선 복장이 됐다. 우리가 입는 옷은 일차적으로 추위를 면하는 수단이었으나, 이제는 몸 밖을 치장하는 도구요, 겉치레이긴 하지만, 밖으로 나타난 것이 내면의 나를 표현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하게 느낀다.

옷을 잘 차려 입으면 내 행동이 점잖아지고, 예를 갖추려 노력한다. 나도 어머님께서 오래 전 손수 만들어주신, 온 정성이 담긴 모시옷으로 치장해 여름 한 철 호사를 하고 싶은데, 한 두 번 행사로 입었을 뿐, 이 모시옷이 장롱 속에서 나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가끔 느끼고 있다. 언젠가 이 세상에 아니 계신 어머님의 사랑을 옷으로라도 온 몸으로 다시 느낄 기회를 꼭 만들어야겠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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