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6)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재물의 많고 적음은 정신상태의 만족, 불만족과 상관관계가 없다

[식품저널] 살다보면 모든 걸 잊고 걱정이 없는 편안함과 안락함이 깃든 장소에 머무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여러 마음의 짐이 한꺼번에 스러지고, 본래 자기로 돌아가는 곳, 아마도 모두가 어머니의 품속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 어머니 품속은 느끼지도 못한 어릴 때의 추억이고, 성인이 됐을 때는 그냥 상상의 상태임을 스스로 알고 그냥 동경할 뿐이다. 모든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되고 사랑이 넘치는 그 상태는 이성이 확립된 성인의 세계에서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 내가 마음먹기 따라서 그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어보고 싶다.

불교에서 얘기하는 ‘닐바나’의 경지는 나를 초탈한 피안의 세계이고, 명상의 진수는 마음의 짐을 하나씩 하나씩 떨어버리고 결국 나마저 잊고 ‘무’의 세계에 도달하는 것, 내 존재까지 잊음으로써 우주 전체와 하나가 되는 정신의 경지인데, 범인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으니 이 또한 쉬운 것은 아니다.

결국 이런 생각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냥 쉬운 방법으로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 여겨진다. 행복한 감정은 여러 가지 요건에 의해서 일어나고, 희망했던 일이 성취될 때 느끼는 만족감이 행복으로 승화되기도 하지만, 물질적 만족보다는 정신적인 충족에서 얻어지는 만족감이 더 진한 감동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바람으로 많은 종교가 피안을 찾아가는 노력과 그 과정을 절대자에게서 찾거나, 스스로 갈고 닦게 하고 있으며, 선각자는 일반인들을 선도하려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내가 가진 물질의 풍요가 결코 정신적인 안식의 상태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많이 가짐은 그것에 비례해 이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걱정이 늘어난다는 것을 모두가 경험하고 있다. 갖는 것의 한계를 정하기가 어려우니, 그 욕심을 채우려는 몸부림에서 정신적, 육체적 갈등이 쌓여만 간다.

쉽게 재물이 많은 재벌을 부러워하지만,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과연 내가 모아놓은 재산만큼 행복하다고 느낄 것인가? 세계적인 부호들이 운명할 때 혹은 세상을 하직한 후 남긴 기록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전하고 있다. 그들이 바란 것은 친구와의 교류, 평범하고 정 넘치는 가정생활이었다. 재물의 많고 적음은 우리 정신상태의 만족, 불만족과 그렇게 깊은 상관관계가 없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은퇴 후 많은 사람이 복잡한 도시생활을 접고 전원생활을 선호하고, 그 생활에 내 노후를 맡기고 싶어 하는 심정인가 보다. 어찌 전원생활이라 하더라도 소소한 걱정거리가 없을 것인가. 그래도 자연에 묻혀 해 뜨면 일어나고 어두워지면 잠자리에 드는, 자연이 시키는 대로 생활하면서 주어진 여건에서 얻는 것에 자족하는 생활에서 참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땅에서 얻고, 수확한 것으로 배고픔을 해결하며,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만족감을 만끽하는 삶을 선호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갖춘다고 내가 소원하는 욕망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소유욕과 바람은 한계가 없다는 것이 인간 심리에 가장 큰 불행의 씨앗이다.

얻음의 한계가 정해져 있다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나 인간의 본능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하긴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 미생물로부터 최고의 영장류인 인간까지 먹이를 얻기 위한 끝없는 투쟁과 비축의 본능은 다른 종족과 경쟁을 계속해야만 하고 자기 유전인자를 영속시키기 위한 별난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깨달은 선인들은 하나같이 욕심을 완전히 버리면 그 순간에 극락이나 천국에 이른다고 했는데, 생명을 가진 우리에게 가능한 일인가. 그냥 그 정도를 조절하려고 무진 애를 쓰면 되지 않겠는가.

지리산 어느 암자에 우연히 들러 예불을 하고 나오는데 갑자기 생리적 고통이 엄습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는데, 허름한 곳에 ‘多佛有時’란 글귀가 보인다. 참으로 반갑고 반갑다. 시원히 일을 치르고 나올 때 내가 느낀, 몇 번 안 되는 행복의 순간이고 편안함이었다. 당시에는 그곳이 가장 편안한 장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 곁에 그런 물리적 편안함과 정신적인 편안한 장소가 많음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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