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3)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국가는 각자가 하고 싶은 일 자유롭게 할 사회 만들고
국가공권력은 이를 보장하는 여건 만들어야

[식품저널] 매일 언론매체에서 내보내는 소식의 90%가 사고요, 사건, 방화, 살인 등 끔찍한 일들이다. 심지어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존속살해와 묻지 마 범죄는 괜스레 나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겨우 안심시키는 뉴스는 스포츠 보도뿐인 것 같다.

정말 이 세상은 그렇게 못된 일들만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이 세상은 그렇게 끔찍한 일만 벌어지는가? 그렇지 않다. 이처럼 부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정보를 입력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언론매체에 있다. 특히 즉시 반응하는 눈을 통해 전달하는 시각 매체의 역할이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긍정적인 것보다 위험하거나 부정적인 정보에 더욱 민감하고 오래 기억한다. 지구상에 인간이 출현한 이후 자연 재앙에서 살아야 하고, 많은 동물과 경쟁하며 싸워서 이겨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 유전인자의 가장 깊은 곳에 간직돼있는 것이 위험에 대한 대처이고,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환경에 즉각적인 반응이 필수가 됐다.

본능적 대처가 미흡하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긍정적인 소식은 별로 관심 없이 그냥 지나쳐 버린다. 언론이 이 인간 본성을 모를 리 없다. 어떻게든 자극적인 소식을 전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경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사건 사고들은 100년 전, 아니 그전에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아니다. 전쟁도 훨씬 빈번했고 사고도 잦았으나 알 방법이 없었으니 몰랐을 뿐이다.

더욱 심각했던 재앙은, 지금은 문제가 아닌 각종 질병에 의해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1800년대만 하더라도 세계 인구의 평균 수명은 30세였으며 영아 사망률은 40~50%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어머니들도 7~8명씩 다산해서 반타작하면 다행이라는 전설 같은 얘기가 지금도 회자된다.

21세기 지금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의 평균 수명은 72세에 이르고 일본, 스웨덴, 우리나라 등은 100세 장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장수만이 축복이 아니고, 여기에 건강까지 곁들이고 있다. 무병장수할 수 있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인데, 그 소원이 이뤄지고 있다.

세계인의 소득도 비교해보면 1800년대는 인류의 85%가 극빈층에 들었으나, 2000년을 넘어서면서 2017년에는 아프리카 등 극히 일부 국가에 한정됐고, 인구 비율로는 겨우 9%가 여기에 속한다(World Bank 보고서).

인류의 식량 사정도 매년 개선돼 비교치로 보아 1961년을 1.4로 추정했을 때 2014년은 4로, 세계 거의 모든 사람이 끔찍한 굶주림으로부터 해방되고 있다. 극히 일부 최빈국을 제외하고 몇 년마다 찾아오는 대기근에 의해서 수백만이 굶어 죽는 사태도 근년에 이르러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자연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인간 지혜 덕이다. 이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좋은 곳으로 향해 가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머릿속 상상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뒤돌아보자. 일제 치하에서 국민의 자유와 자결권을 완전히 박탈당하고, 하늘의 도움으로 해방을 맞아 우리나라를 세웠으나, 바로 이어진 비극의 전쟁은 겨우 몇 조각남은 우리 삶의 터전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겨우 70년 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폐허 속에서 지금은 세계 10대 교역국이고, 1960년대 국민소득 100불도 되지 않은 최빈국에서, 2019년 국민소득 3만 불이 넘는, 지구상 유례가 없는 꿈의 나라로 가꿨다.

가끔 국내여행을 하면서 느낌은 가는 곳마다 편리한 운송수단과 교통망, 나무가 우거진 짙푸른 산과 물이 넘쳐나는 강들, 잘 정비된 논, 밭들,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국가를 만들었다. 현 60세 이후 세대는 지금도 느낄 것이다. 오늘보다도 내일이, 올해보다도 나은 내년이었다고. 그래서 힘들어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중동에도 가고 독일의 낯선 곳에서도 참고 견디었으며, 심지어 월남의 전쟁터까지 진출했다.

근래 조금 멈칫한다고 이에 풀 죽어 우리의 희망을 꺾어서는 절대로 아니 된다. 우리한테는 5000년의 끈질긴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는 역사가 뒷받침되고, 굴하지 않는 끈기와 용기를 마음속에 간직한 우리 민족성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다. 각자의 직분을 지키고 남과 비교보다는 나 자신을 찾아 이를 차별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희망을 포기하는 것은 부정본능과 그에 따른 무지가 바탕이 된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국가는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사회를 만들고, 국가공권력은 이를 보장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모두, 같이 참여하여 살만한 이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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