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2)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우리가 느끼는 것은 결국 뇌의 활동으로 마음이 생기는데
뇌의 생각 방향을 바꾸는 것도 마음 먹기에 달렸지 않는가”

[식품저널] 살다 보면 즐거운 것도 있으나, 괴롭고 짜증나는 일이 더 많다고 느낄 때가 자주 있다. 우리는 보통 즐거웠던 일보다는 안타깝고 괴로웠던 기억이 더 오래 가고 선명하다는데, 그 말이 맞을 것 같다. 그러나 괴로웠던 기억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오히려 아름답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만 남는 경험을 한다.

모든 것이 내 기준에 의해서 만들어진 감정이긴 하지만, 어려움을 당할 때는 자신을 다스리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서 고통스럽게 만드는가 하고, 대상도 없이 원망하면서 속앓이를 하기도 한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나, 재정적 어려움, 기대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안타까움. 혹 남에게 속아서 손해를 보거나 실망하는 경우, 의사에게 불치의 병 선고 등등, 살아있는 한, 삶 그 자체가 이런 어려움을 안고 살게 되어 있나 보다. 오죽하면 부처님께서도 생로병사를 보시고 이 세상을 고해(苦海)라고 하였겠는가.

이제 이 나이만큼 살아보니 여러 어려움도 내 생각 나름이라는 것을 늦게 알게 되나 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성현이 일찍이 말씀하셨는데, 나는 아직도 미완성이지만 그것을 조금 알아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언젠가는 마음속으로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 단계에 이르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며칠 전 아내가 하는 말에 마음으로 공감하였다. 나이 먹어 가면서 거의 자연스러운 증상인데, 야간 빈뇨가 있어 자주 깨고 숙면을 하지 못하여 일상 생활하는 데 불편이 있었다. 이 얘기를 했더니 아내의 말, “안 나오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 아 그렇구나, 조금 불편해도 내가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그것을 고맙게 생각하면서 사는 것을 아직 터득하지 못했네.

오래, 같이 그림활동을 하던 친구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고 아내가 지나가는 얘기로 한다. 그리고 그 친구의 경우가 이제 우리가 살면서 닥치는 어려움과 괴로움을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되었다.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생을 마감한 영애(집사람 친구)보다 낫지 않느냐?

그래 개똥에 굴러도 이 세상이 낫다고 하는데, 지금 이렇게 숨쉬고 TV를 볼 수 있고, 친구를 만나려 내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일상의 행복은, 지금 나에게 주어진 무한의 축복이다. 이 축복을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면 그만큼 가진 보물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이요 자기 손해다. 그러므로 내 생각의 방향을 바꾸면 지금 닥친 어려움이 나를 단련하는 기회라고 여기게 되니, 이제 일상의 생활에서도 “보다 낫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러다 보면 지금 닥친 어려움의 고통을 많이 감소시킬 수 있고, 또 다른 에너지를 받아 뛰는 힘이 생긴다. 설령 불치의 병 진단을 받았다고 해도 아직 생명이 붙어있으니 그것에 감사하고, 내 여건에서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평정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호스피스 병동을 지키는 간호사들의 경험담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임종을 맞는 어떤 환자는 애처롭게 생을 붙들려, 되지 않을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보기에도 안타까운데, 비슷한 처지의 다른 환자는 오히려 간호사의 노고에 감사하고, 그 절박한 순간에도 농담을 잊지 않는 여유 그리고 편안하게 마지막을 맞는 것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전달해, 우리가 어떻게 마음가짐 해야 할 것인가를 전해준다.

우리 삶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결국 우리 뇌의 활동으로 마음이 생기는데, 이 뇌의 생각 방향을 바꾸는 것도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렸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의 색깔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종교나 명상, 마음 수련 등 모든 정신행위가 최종적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자는 하나의 수단인데, 이 또한 내 마음을 내가 다스리지 못하면 결국 얻는 것이 없을 것 같다. 생명까지도 포함하여 가진 것의 내려놓음 그리고 생각하는 방향을 바꾸는 연습, 나를 다시 깊이 관찰하는 마음의 자세 등이 그래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닌가 여긴다.

언제 끝날 런지 모르는 여정에, 내일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는 기대가 있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설렘을 가슴에 간직하면서 살고 싶다. 오늘도 다시 내 마음을 관찰하면서 지금이 어느 때 보다도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