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1)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모두 같이 잘 살려고 노력하기보다
각자 즐길 수 있는 분야 찾도록 기회 만들어줘야

[식품저널] 지구상에 사는 52억 인간의 유전자는 한 사람도 같지 않다, 유전자는 그 사람의 모든 형질을 결정하는 형틀이다. 형틀이 각각 다르니 여기서 만들어진 작품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누구도 꼭 같은 모습과 성격, 성질을 갖고 있지 않다.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도 외형은 닮은 데가 많지만, 일생 살아가는 것을 보면 크게 다르다.

이런 현상은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동물과 식물에도 꼭 같이 나타나고 있다. 손쉽게 주위에 있는 어느 식물이라도 그들의 잎사귀를 보면 크게 보아 외형은 비슷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 꼭 같은 모양은 없다.

사람도 우선 태어나게 한 부모가 다르고 자라난 환경, 교육수준이 다른 것은 외형적, 물리적 차이라 하더라도 마음속에 가진 생각과 이에 따른 행동은 자기만의 특징과 차별성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행동과 능력의 차이가 나타나고, 분야에 따라 잘하고 못하는 다름이 나타나게 된다.

이상적으로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같이 잘 살고 행복했으면 하고 바라나,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이 지구상에 나타난 이후 한 번이라도 살아있는 인간 모두가 꼭 같이 잘 산 적이 있는가? 시대와 장소에 따라 경제적, 사회적 여건에 차이가 있고, 주어진 조건과 개인의 특성이 각각 다르나, 이들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고 특성을 살려 서로 조화를 이루어 이 세상을 구성해 왔다.

경제학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폐쇄된 감옥 속에서도 빈곤의 차이가 생기며, 재화의 편중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평등하게 같이 잘 사는 사회와 국가를 지향하지만, 인간의 속성을 참작하면 그냥 이론적인 허상에 불과하다.

각각 다름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인간의 삶을 더 행복되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와 더 즐기면서 살 수 있는 특성을 찾아주어야 한다. 이는 어릴 때 유아교육부터 시작하여 공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서 아이의 두드러진 특성을 찾아주는 부모의 역할이 가장 클 것이다. 위대한 우리 선조들의 뒤에는 항상 존경받는 부모, 특히 어머니가 있음을 알고 있다. 부모는 굳지 않은 반죽으로 큰 틀의 모습을 만드는 것이고, 이어지는 학교 교육과 사회의 가르침은 느슨한 형태를 더욱 견실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여겨진다.

태어날 때부터 육체적 차이가 있고 지능도 달라지기는 하지만, 자기에게 천부적으로 주어진 특성을 훈련하고 단련시키면 그 분야에서 나름대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나아가서 즐길 수 있는 분야를 미리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우리 삶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가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탄생 이후 삶은 교육과 훈련에 따라 변화시키고 만족한 삶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우리 부모와 공교육은 자라나는 과정에서 각자의 특기와 차별성을 찾도록 꾸준히 도와주고, 개개인에게 두드러진 점이 나타나면 그 싹을 키워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와 선생님의 역할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틀을 만들어 놓고, 그 틀에 자라나는 어린 세대를 꾸겨 넣는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시대에 살고 있다. 부모가 자녀의 목표를 정해 놓고, 그 길을 가도록 강요하고 채찍질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 밭에서 자라는 식물들도 위치에 따라 크고 자라는 모습이 달라진다. 토양과 거름 그리고 보살핌이 영향을 준 결과다. 씨를 뿌리는 것은 부모가 했지만, 이를 키우고 잘 성장하도록 하는 것은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여건을 올바르게 만들어 주는 주역이 부모요 선생님이고 사회의 지도층이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평등한 사회보다는, 각자가 즐길 수 있는 질적 삶을 살도록, 자라나는 세대에게 기회를 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공자께서는 기원전 500년에 ‘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라고 하였는데, 아는 자는 좋아하는 것에 미치지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에 당하지 못한다. 옳은 말씀이다. 우리 모두 같이 잘 살려고 노력하기보다 각자 즐길 수 있는 분야를 찾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자. 그래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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