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밥ㆍ컵밥 등 쌀가공식품…쌀 재고 문제 해결사 ‘기대’

박동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 연구관

햅쌀로 만든 밥ㆍ도시락ㆍ라떼ㆍ쌀국수, 소비자 만족도 높아
올 1분기 가공밥류 정부 양곡소비량, 전년동기보다 167% 증가

[식품저널]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17년 기준 전년보다 2% 포인트 줄어든 48.9%다. 곡물자급률은 23.4%에 불과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쌀을 제외하면 식량자급률은 8.9%,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3.1%에 불과하다. 쌀 소비는 해마다 줄어 2019년 5월 기준 130만 톤이 정부 재고미로 쌓였다.

연간 신곡 수요량을 약 300만 톤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 인구가 5개월간 먹을 수 있는 쌀이 창고에 쌓여 있는 셈이다. 이는 벼 재배면적이 줄어 생산량이 감소되는 속도보다 쌀 소비 감소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80년 132.4㎏에서 2018년에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61㎏으로 줄었다.

쌀 가공제품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정용을 포함한 가공용 쌀 소비량은 2014년 53만5000톤에서 2018년에는 75만6000톤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일부 가공밥을 제외한 쌀 가공제품의 원료는 대부분 수입쌀이나 재고미가 사용되고 있다. 수입쌀이나 재고미를 가공용으로 소진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국가정책이기 때문이다. 공공비축미는 보관기간이나 가공 용도에 따라 쌀 1㎏당 200∼600원에 공급된다. 보관비용은 1000톤당 약 3억 원으로 매년 6000억 원에 이른다.

최근 햅쌀을 이용한 가공제품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1∼2인 가구 증가와 가정간편식 선호 추세에 따라 도시락 등 식사용 조리식품의 쌀 사용량은 2018년 14만7000톤으로, 2017년 11만4000톤보다 29% 증가했다. 이 중 가공밥에는 대부분 햅쌀이 사용되며, 햅쌀 도시락도 잇따라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죽, 라떼, 쌀국수와 쌀 파스타, 떡국, 막걸리 등 햅쌀을 이용한 제품은 대중성이 높으면서도 제품의 질에서 차별화돼 소비자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쌀 가공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우선 국내산 햅쌀을 이용한 쌀 가공품의 가치를 홍보함으로써 소비자와 거리를 더욱 좁혀야 한다. 또, 가공전용 품종 생산자와 산업체의 계약재배를 유도해 안정적인 원료곡 생산을 이끌어야 한다. 입맛이 결정되는 유치원 시절부터 학창시절, 군인시절 등 청년기까지 우리 쌀 가공제품과 접촉 기회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은 고품질의 기능성, 가공용, 원료곡 개발을 위해 다양한 맞춤형 쌀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 쌀보다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비만이나 당뇨에 좋은 ‘고아미3호’와 ‘도담쌀’, GABA 함량이 높아 혈압강하 효과뿐만 아니라 발아현미 제조에 적합한 ‘눈큰흑찰’, 철분 등 무기성분 함량이 높은 ‘고아미4호’ 등 기능성 품종을 개발했으며, 일부 품종은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그 효능을 입증했다.

아밀로스 함량이 높아 쌀국수와 쌀파스타 제조에 적합한 ‘새미면’, 쌀막걸리 전용 품종인 ‘한아름 4호’, 쌀가루용 ‘신길’ 등 가공전용 통일형 품종도 개발했다. 이들 품종은 기존 일반형 벼보다 쌀 수량이 35~40% 높아 원료곡으로서 가격 경쟁력이 있어 수입쌀이나 재고미 대신 사용한다면 우수한 품질의 가공제품을 햅쌀로 제조할 수 있다.

또, 저아밀로스 벼 ‘미호’는 밥이 식어도 잘 굳지 않아 최근 시장규모가 커지는 도시락뿐만 아니라, 김밥ㆍ배달형 주문밥 제조에도 적합하며, 밥을 할 때 쌀을 불리지 않아도 찰지고 맛있는 밥이 되어 학교 등 대량급식에서 활용하기 좋다.

쌀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밀가루와 달리 혈당을 서서히 올렸다가 내리기 때문에 신체 리듬이나 항상성 유지에도 좋고, 알레르기 발생도 거의 없다. 따라서 쌀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몸에 좋은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쌀 소비 활성화 국민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쌀과 쌀 가공식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94.2%로 높게 나왔다. 또, 2011년 1조1368억 원에서 2016년 2조2682억 원으로 6년 사이 99.5%나 확대된 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세를 보면, 쌀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제품이 설 자리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실제로 2018년 1분기보다 2019년 1분기 가공밥류 정부양곡 소비량은 166.7% 증가했으며, 냉동밥ㆍ컵밥 등 다양한 간편식에 쌀이 사용되고 있다. 가공하기 좋고, 몸에도 좋은 우리 쌀이 용도에 맞게 사용돼 쌀 가공산업 활성화뿐만 아니라 남는 쌀 문제에도 해결사가 될 수 있길 바란다.

박동수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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