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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산책] 벌과 나비가 찾아오지 않는 꽃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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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7  09: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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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자연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생각할 때

[식품저널] 이른 봄, 양지 바른 곳에 피는 앙증맞은 별꽃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 국화까지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꽃이 잇달아 피어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하고 있다. 삭막한 겨울을 지나 피는 개나리와 벚꽃은 봄을 알리는 꽃소식으로 반가움을 더해준다.

그런데 이렇게 활짝 핀 꽃과 함께 노닐어야 할 벌들의 날갯짓을 보기가 점점 힘들다. 어릴 때 꽃이 핀 나무 밑에서는 벌들의 윙윙거리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어 살아있는 자연의 소리로서 경이로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기대로 아파트 안에 자라고 있는 만개한 벚꽃 밑에서 귀를 기울여도 적막만이 감돈다. 한 마리의 벌도 없다. 이 어쩐 변화인가?

세계 곳곳에서 전체적으로 벌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해양생물학자인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에서 자연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조용해졌다고 했는데, 이런 적막인가. 꽃은 벌과 나비가 있어야 짝을 맞춰 조화를 이룬다. 서로에게 주고받는 공생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벌에게는 꿀을 주고, 꽃은 꽃가루받이하여 열매를 맺는다. 지구상에는 12만 종의 벌이 살고 있고, 우리 가까이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을 벌은 꿀벌, 호박벌, 말벌 등일 것이다. 담장 노란 호박꽃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호박벌의 당당한 자태는 여름 아침을 기운차게 하여 지금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아련한 영상으로 남아있다.

벌은 독침 때문에 꺼리기도 하나 벌이 없으면 꽃가루받이를 해야 하는 수많은 과실나무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바람 등으로 꽃가루를 전달하는 벼나 밀 등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과실나무는 벌이 매개체가 되어 열매를 맺게 한다. 이 벌이 없어지면 꽃가루 전달은 누가 할 것인가?

궁여지책으로 농부들이 벌들의 작업을 대신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비닐하우스 내에서 키우는 딸기는 하우스 안에 벌통을 놓아 꽃가루받이를 시키고 있으며, 과수원에서는 별도로 꽃가루를 받아서 암술에 전달해 주는 번거로움을 아니할 수가 없다. 예측하지 못한 자연의 불균형으로 농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또한, 건강식품으로 잘 알려진 꿀의 생산량이 급감하여 양봉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자연의 선순환을 거슬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생명체 중 가장 지식과 지혜가 뛰어났다고 여기는 인간이 지금까지 한 여러 행동으로 벌들도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벌, 나비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살충제 농약에 의한 피해가 가장 클 것이고, 이어서 환경오염으로 인해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급격히 변했기 때문이란 이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 지구를 층층이 둘러싸고 있는 핸드폰 등 전자파의 영향이란 이론도 제기되고 있다. 어떤 요인이 벌, 나비를 우리 주위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지는 확실히 증명하기는 어려우나, 인간이 만든 산물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봄날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정감 가는 나비를 볼 수 없고, 열매를 맺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벌이 자취를 감춘다는 것은, 그 다음 차례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스티븐 호킹 등 여러 과학자는 100년 이내에 인간이 지구를 살리기 위한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는 한 큰 재앙이 올 것으로 예측하는데, 벌과 나비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이런 재앙이 더 빨리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 지구에 인간과 같이 사는 모든 생명체의 숫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여러 학자가 보고하고  있다. 수십억 년에 걸쳐 자연에서 균형을 이루어왔던 생명체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촘촘히 이어진 연결고리가 끊어져 결국 자연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더 늦기 전에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자연 생명체와 더불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전 지구의 측면에서 조치해야 할 때이다. 지금도 이미 늦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도움이 되는 행동으로, 다시 벚꽃의 향연에서 함께하는 벌들의 오케스트라를 듣고 싶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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