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국 aT 상하이지사장, K-Food 중국시장 개척을 위한 제언

▲ 중국 상하이 푸동

넓지만 까다로운 중국시장
현재 중국시장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넓지만 까다로운 시장’으로 표현하고 싶다. 왜냐하면, 중국의 면적은 한반도 크기의 44배, 남한의 97배 정도로 대단히 크고, 기본적으로 물자가 풍부하다. 한국산 없이도 얼마든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아마 가능할 것이다. 사실 1만 분의 1 크기인 홍콩이 얼마 전만 해도 한국산 농식품을 중국보다 더 많이 수입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일본, 홍콩 순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과 중국인을 장기간 살펴본 결과, 정말 중국 사람들의 알뜰함은 한국 사람과 비교하기 어렵다. 이곳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제일 먼저 효용성을 따진다. 가격 또 가격, 그리고 그 상품의 특장점을 따진다. 결과적으로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장사를 잘 하는 바이어는 한국 농식품의 높은 수출단가부터 후려친다. 수출업체가 여기에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생활에 지장 없는 일부 부류의 사람들은 아무리 비싸도 사긴 산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한국산 식품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 그렇다면 어떤 상품이라면 가격 부담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해외에서 수출 확대를 위해 바로 이런 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중국의 트렌드를 읽어야 시장이 보인다는 것이다.

중국의 농수산물 수출입 규모
중국 농업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가공을 하지 않은 농수산물 수입액은 1371억 달러, 수출액은 797억 달러로 무역적자는 574억 달러이며, 역대 최고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수입 가공식품 시장은 연평균 15% 성장해 2017년 580억 달러, 2018년은 711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수입 농식품 시장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며, 수입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24% 정도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 데이터 관리업체인 O&O 컨설팅은 중국 수입식품 시장의 5대 특징으로 ①글로벌 대형 브랜드의 시장 선점 ②식품안전과 관련된 제품의 수입식품 선호 ③브랜드 및 산지 중시 ④신뢰할 수 있는 주요 유통채널을 통해 제품 구매 ⑤1선, 2선 도시의 시장이 성숙해 있어 향후 3선, 4선 도시의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 1선 베이징ㆍ상하이, 2선 톈진ㆍ청두, 3선 주하이ㆍ하이커우, 4선 저우산ㆍ타이안 등으로 구분

▲ aT와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2위인 징동이 한국식품관 개설을 위해 MOU를 체결하고 있다(2019. 5. 31).

한국 농식품 대 중국 수출 현황
2017년에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등으로 한국 농식품의 대중 수출액은 13억6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7.7% 감소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15억2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0.4% 증가해 회복세가 두드러졌으며, 금년 6월 말 현재 7억9100만 달러어치가 수출돼 전년 동기보다 16.4% 증가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농식품’을 안전하고 품질이 좋다고 받아들이고 있으며, 실제로 초코파이는 보존제를 첨가하지 않고 장기간 보존하는 방법 등 중국보다 높은 가공기술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다양한 기후, 지형, 식문화 등에 따라 지역별로 수요가 다르며, 한중 교역이 확대될수록 양질의 한국 농식품은 중국 소비자의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시장 소비 키워드 건강ㆍ영유아ㆍ친환경
현재 중국의 3대 소비 키워드(中國消費者趨勢)는 바로 ‘건강’, ‘영유아’, ‘친환경’이다. 중국 보건식품 시장규모는 6500억 위안(약 117조원)으로 최근 5년간 수입액이 연평균 17.4% 증가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도 이젠 건강에 상당한 관심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자녀 먹거리를 아주 중시하는 곳으로 2016년 두 자녀 정책을 시행한 이후 영유아 식품 소비도 매년 증가 추세다. 2017년 신생아 수는 1786만 명으로 2015년보다 7.9% 증가했다. Euromonitor 자료에 따르면, 영유아 식품시장도 2015년 1335억 위안에서 2020년에는 1753억 위안(약 31조6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의 농식품 마케팅 특징
중국 농식품 시장은 공공 브랜드로 구성돼 대표적인 브랜드가 거의 없고, 제품 동질화로 인해 시장 경쟁 및 이윤 확보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끊임없이 유통채널과 마케팅에 변화를 주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농식품 시장의 마케팅은 크게 3단계 특징을 보인다.
첫째, 초급 단계로 ‘맛’이 왕이다. 농식품 기업들이 ‘브랜드화’를 시도하기 시작한 시장 초기에는 시장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이색적인 맛의 제품을 출시해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으나, 시장이 세분되고 소비자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맛’만으로는 시장에서 승부하기 어렵게 됐다.

둘째, 중급 단계로 영양과 건강을 두루 고려한다. 생활 수준 향상으로 소비자들은 음식을 단지 끼니로 생각하지 않고, 좀 더 건강하고 영양가 있게 먹는 법을 고민하고 있다. 음식에 대한 수요가 구체화되며, 식품업체들은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출시하고 있다.

셋째, 고급 단계로 심미적 요소와 즐거움을 중시한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충족돼야 정신적 욕구가 나타나고, 현대인들은 과도한 업무와 바쁜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즐거움’에 대한 욕구가 생기기 시작한다. 식품기업들 역시 제품의 심미적 효과를 살리고, 브랜드에 엔터테인먼트를 더해 소비자가 즐겁게 먹고 즐길 수 있도록 정신적 교감을 강화하고 있다.

농식품 브랜드 전략 및 트렌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 보면 외자 식품기업들은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활용 빈도가 높다. 유명 연예인을 브랜드 모델로 선정해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젊은 층에게 반응이 좋은 캐릭터, 애니메이션 효과를 이용한 숏컷 클립(Short-cut Clip) 제작 등을 중시한다.

M&M과 스키틀즈(Skittles)는 애니메이션 이미지와 실제 사람을 결합한 흥미 있는 광고 등을 제작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인 M&M 광고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는데, “입만 녹이고, 손은 녹이지 않아요”, “너와 함께 그릇으로”, “WiFi를 문질러” 등 해학적 소재를 담은 광고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M&M 초콜릿 모양이 콩을 닮았다고 해서 중국에서는 ‘M콩’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크로스오버 마케팅
서로 다른 분야의 브랜드들이 공동으로 제품을 출시하거나 마케팅하는 크로스오버가 보편화 추세다. 2018년 진행한 일본 후지야(Fujiya)와 한국 화장품 브랜드 홀리카홀리카는 한정판 후지야 화장품 시리즈를 출시했으며, 후지야 간식 박스 구매 시 박스 안에 한정판 화장품(쿠션 팩트, 볼터치, 아이섀도 등)을 동봉해 증정했다. 귀여운 후지야와 홀리카홀리카의 색감이 잘 어울린다는 평이 연이어 쏟아지며 중국 소비자의 이목을 끌어 출시 이후 대리구매 또는 역직구 방식으로 매월 1000건 이상의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콜라보레이션 마케팅
외자기업들은 새로운 마케팅 기준을 앞세워 시장의 리더로 자리 잡고 있다. 코카콜라는 중국 의류 브랜드 마커 화페이(Mark Fairwhale)와 협력해 티셔츠를 제작했으며, 아디다스 운동화, 미국 가방 브랜드 HEX, 더페이스샵 화장품 등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농식품 전자상거래 시장 현황
스마트폰과 알리페이 등 간편 결제시스템 보급으로 모바일 소비 트렌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온라인 소매 비중을 보면 (2014년) 10.6% → (2015년) 12.9% → (2016년) 15.5% → (2017년) 19.6% 등으로 급신장 추세다. 특히 짧은 배송기간과 저렴한 가격으로 번들 제품 구매가 가능해 더욱 인기를 얻고 있으며, O2O(Online to Offline) 매장 확산도 온라인 소매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18년 B2B, B2C를 포함한 농식품 전자상거래 규모는 5000억 위안(약 90조원) 수준이며, 신선식품 2158억 위안, 간식 1094억 위안 등으로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 중 식품 비중이 6%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품 전자상거래 시장이 지속해서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며, 2023년에는 2조8000억 위안(약 504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B2B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는 핀둬둬, 왕쿠, 메이차이왕), 이무톈, 서위안왕, 쑹샤오차이 등이 있으며, B2C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는 톈마오의 마오셴성, 징둥의 징둥다오자, 쑤닝의 쑤셴셩, 중랑의 워마이왕, 번라이성훠왕 등이 있다.

▲ aT와 중국의 대표적인 O2O 신유통 매장인 허마센셩이 MOU를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성국 aT 상하이지사장, 허마센셩 마케팅전문가 지웨이, 허마센셩 공동창업자 션리, 이병호 aT 사장, 양인규 aT 해외사업처장, 정연수 aT 중국지역본부장(2019. 5. 15).

중국 정부 수입 완화 정책 : 관세율 및 증치세 인하
중국 정부는 2018년 7월 1일부로 농식품 387개 품목에 대한 최혜국관세율을 인하해 가공식품 평균 수입관세가 15.2%에서 6.9%로 절반 이하로 인하됐다. 또, 2019년 4월 1일부로 중국의 증치세도 가공식품은 당초 16%에서 13%로 인하됐고, 농산물은 10%에서 9%로 인하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수입 완화 정책을 펴고 있어 중국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화동ㆍ상하이 지역, 최대 인구ㆍ최상위 소득의 프리미엄 마켓
내가 주재하고 있는 상하이는 1843년 중국에서 최초로 문호를 개방한 화동지역 최고 중심지이자 중국의 경제수도이기도 하다. 화동지역 인구는 2억2000만 명(상하이 2419만 명, 강소성 7960, 절강성 5510 등), 1인당 GDP(2018년)는 상하이 U$ 2만421, 강소성 1만7445, 절강성 1만4097 등 중국 1인당 평균 GDP(U$ 9769)보다 월등히 높은 지역이다.

아울러 한국산 대중 무역 비중도 화동지역이 43% 정도이고, 상하이항 화물 물동량(4201만 TEU)도 세계 1위로 전 세계의 10%를 차지하는 등 시장여건, 물류 환경 등이 탁월한 지역이다. 그래서 “상하이에서 통하면 중국 전역에서 통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트렌드를 선도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대 중국 수출 확대를 위한 제언
소비자는 농식품을 구매할 때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같이 구매하므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브랜드 구축 전략이 중요하다. 한국 농식품 기업들은 중국시장 진출 전에 목표시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며, 수출하고자 하는 제품을 기반으로 한 현지 사전 소비자 조사는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의 기초다. 많은 한국 농식품 브랜드가 자사 제품은 경쟁력과 기술력이 있다고 판단하거나 무턱대고 찔러보는 식의 태도로 중국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실제 중국시장에서 자리 잡은 제품이 많지 않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아울러,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기적인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중국 사업의 특수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성과 달성을 위한 긴 호흡이 필요하며, G2 시장답게 글로벌 플레이어의 치열한 전장인 만큼 중국시장에서 생존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초기 일정 기간을 버틸 수 있는 기본 체력은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중국 식품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고객군을 확보하고 중ㆍ장기적으로 생존ㆍ성장하기 위해서는 중국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장기적인 투자 그리고 중국 사회에 녹아 중국 기업화가 되겠다는 유연한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했으면 한다.

박성국 aT 상하이지사장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