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29)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반려식물도 자기 주인의 뜻을 알고 있다고 느낀다
관심 두고 보살피면 나무 잎사귀 빛깔이 유난히 반짝거린다”

[식품저널] 얼핏 10년도 더 된 어느 날, 꽃집에 들렀더니 줄기를 짧은 크기로 자른 행운목이 물 쟁반에 얹혀져 작은 싹을 틔우고 있었다. 그냥 물속에 담아 놓기만 해도 계속 자란다는 설명에 보기에도 실한 행운목, 대목하나를 사서 집에 있는 꽃병에 꽂아 놓았다. 물만 제대로 갈아주었는데 실뿌리를 내리고 몇 년 동안 서서히 한 뼘 이상 자라는 모습이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물병 속에 갇혀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화분흙을 큼지막한 화분에 담아 여기에 정성 들여 옮겨 심었다. 한동안 새 환경에 적응하느라 몸살 하는 눈치이더니, 식물이 원래 갖고 있는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여 두 줄기를 내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고, 제한된 공간에서 자리는 것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이제 우리집 거실 한편을 차지하여 매일 보는, 정감 가는 한 식구가 되었다.

여름에는 햇볕 잘 드는 발코니에 내보내고, 겨울에는 추위에 약하다고 하여 다시 거실에 옮기는 수고로움을 매년 마다하지 않는 정성을 쏟았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매년 몰라보게 크게 자라 2~3년 전부터는 거실의 천장에 맨 위까지 잎사귀가 닿고 있다, 이 크기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느 날 자라는 잎사귀 끝에서 꽃대가 삐죽이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행운목의 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올라오는 싹이 그냥 꽃대일 것이라 미루어 짐작했는데 맞았다. 일주일쯤 지나 꽃대에서 다시 줄기가 나오더니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한다. 꽃은 송이가 되어 작은 무리가 되고 그 무리가 한 모둠으로 다시 무리를 만들어 탐스러운 꽃송이가 되었다. 둥그런 한 꽃송이에서 앙증스러운 작은 꽃이 되고, 꽃피는 꽃대 밑에는 아마도 벌을 유인하기 위한 꿀물 같은 액을 품어낸다. 안타깝게도 벌이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니 어쩌나! 수분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꽃이 피면서 온 집안에 향기가 가득 찬다. 현관문을 열어 놓으면 옆집까지 신비로운 향이 전달된다. 밖에 나갔다 오면 집사람보다 앞서 꽃 향이 나를 맞이한다. 한 2주일간 이 꽃향기에 묻혀 즐겁게 지냈다. 행운목의 향은 라일락 향과 비슷하다. 그것보다 더 진하고 오히려 고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갇힌 화분에서 뿌리를 내리고 온 힘을 다하여 새잎을 내면서 성장하더니, 이 탐스러운 꽃과 비교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향을 선사하는 우리 반려식물이 된 행운목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 꽃 핀 지 이주일 때쯤 꽃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우수수 꽃 잔해를 떨어뜨린다.

꽃의 향을 즐기는 사이 또 하나 자연의 신비를 알아낸 것이 또 다른 수확이다. 다른 꽃들은 피어 있는 동안 계속 자기의 독특한 향을 풍기는데 이 행운목은 정확히 향을 내는 시간이 있다. 아침은 아니다. 오후 늦게 내가 퇴근할 즈음에 진한 향을 낸다. 식물에도 생체시계가 있다는데, 이 행운목에도 정확한 때를 감지하는 생체기능이 있나 보다. 매일 거의 같은 시간에 향을 품고, 내가 잠자리에 들 때는 향을 거두어들인다. 이 나무도 나와 같이 잠자리에 드나 보다. 퇴근 후 한동안 꽃의 향기에 취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꽃이 다 떨어진 요즈음은 그저 싱싱한 나뭇잎을 보면서 꽃향기를 추억하고 있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반려동물을 좋아하나, 나는 반려식물을 훨씬 더 선호한다. 동물같이 움직이는 것 없이, 먹이라야 물과 때때로 화초용 거름을 주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면서 식물들과 대화하고, 매일 조금씩 자라는 모습에서 새로움을 느끼고, 초봄에 새롭게 돋는 새싹을 보면서 한 해가 시작되고 있다는 기쁨을 같이 나눈다. 이들 반려식물도 자기 주인의 뜻을 알고 있다고 느낀다. 관심을 두고 보살피면 나무 잎사귀 빛깔이 유난히 반짝거린다.

동물이나 식물 가릴 것 없이 모든 생명체는 서로 교감하면서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동물은 눈과 행동으로 표현하나, 식물은 느낌과 감정으로 확인된다. 생물 간에 갖는 오묘한 교감이다. 이런 자연의 신비함에 경건한 마음이 든다. 행운목에 꽃이 피면 좋은 일이 찾아온다는데 무슨 일일까 기대하고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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