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77.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34)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연구소

단순히 먹는물관리법 수질기준서 벗어나면
식품위생 및 안전과 직결해 극단적 처분
수소이온 농도, 위해성과 무관…단순 맛 차이

[식품저널] 우리나라 속담에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라는 것이 있는데, 법령이나 제도에는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대형 식품사건이 발생하거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포함됐던 처벌 강화가 실제 처벌 현장에서는 제대로 효과를 발생시키지 못한다는 주장을 여러 번 했다. 형사처벌에 대한 양형기준을 법원에서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너무 극단적인 행정처분도 동일하다.

현행 식품위생법과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는 부적합 지하수를 식품 및 축산물가공품 제조에 사용하면 무조건 영업등록 취소 내지 영업허가 취소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 영업정지 1개월이었던 규정이‘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라는 보기 좋은 포장에 맞춰져서 극단적인 사형선고로 개정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이 극한의 행정처분은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실제로 처분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아주 특별하게 위해한 수질검사기준을 위배한 것이 아니라면 재량권 일탈 내지 남용으로 행정소송에서 패소하기 때문이다.

우선 식품공전 제2. 식품일반에 대한 공통기준 및 규격 1. 식품원료 기준 1) 원료 등의 구비요건 (7)에서는 “식품용수는 먹는물관리법의 먹는물 수질기준에 적합한 것이거나,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기준ㆍ규격에 적합한 원수, 농축수, 미네랄탈염수, 미네랄농축수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공식품이나 축산물가공식품을 제조하는 영업자는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지하수 수질 검사를 1년에 1회씩 시행하고 적합 판정을 받아야지만 사용한다. 그러나 지하수이기 때문에 수 년 동안 적합 판정을 받아오다가 갑작스럽게 각종 미네랄 성분이나 수소이온 농도가 기준을 벗어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대다수 영업자들은 적합 판정이 나올 때까지 지하수를 계속 흘려보내면서 검사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행정처의 단속에 적발되거나 내부 고발자가 있는 경우 꼼짝없이 폐업에 이를 수밖에 없다. 물론 수 천 만원을 투입해서 상수도 시설을 갖추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지역에 따라 아예 상수도 사용이 불가능한 곳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질관리기준 항목이나, 초과 또는 미달된 양적 결과와 상관없이 극단적인 영업소 등록취소나 허가취소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에서 발간하는 수질기준 해설서에 따르면, 수질기준에서 오염물질 그룹은 크게 7개로 분류되어 있는데 미생물, 유해영향 무기물질, 유해영향 유기물질, 유해영향 유기물질(농약류), 유해영향 유기물질(소독부산물), 심미적 영향물질, 방사성물질이다.

여기서 심미적 영향물질은 사실 위해와 무관한 맛이나 색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법령 제정 취지가 전혀 다른 먹는물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먹는물관리법 수질기준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식품위생 및 안전과 직결해서 극단적인 처분을 하다 보니 pH 5.8이 최저기준인데, pH 5.7이 나오면 매출 10억이든 1000억이든 그 제조회사는 문을 닫아야만 한다.

수소이온 농도는 위해성과 무관한 단순한 맛의 차이일 뿐이며, 실제로 생수는 pH 5.3 정도도 음용되는 상황임에도 이런 점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도 이런 문제점을 전부 인식하고 있지만 어차피 식품위생법이나 축산물위생관리법은 식약처 관할이라 어떠한 의견을 제안하기도 쉽지 않다. 사실 이 문제는 시행규칙만 개정하면 되는 문제라 식약처장의 결단만 있으면 되지만 이미 강화된 규정을 완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법령은 개정 당시 유행이나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심사숙고 해야만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방식으로 법령을 개정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영업자가 아닌 일선에 있는 공무원들이다. 다른 법령을 인용해서 법령을 규정할 경우 입법취지를 제대로 이해해서 적용할 법령에 적절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적합 지하수 사용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은 이런 면에서 아주 큰 결함이 있는 규정이므로 조속히 개정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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