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남부 6월 상~하순, 중부 5월 중~하순 이앙 적기
산간지역 중만생종 재배는 어려워

황운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재배생리과 농업연구사

벼의 수량 및 품질 향상은 벼 재배농가의 가장 큰 관심사다. 벼의 수량을 향상시키려면 단위면적당 수수, 수수당 영화수, 등숙률 및 천립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 수량 구성요소의 4가지 요인 중 수수 및 수수당 영화수는 출수(이삭 패기) 전 결정이 나지만, 등숙률 및 천립중은 이삭 패기 후 등숙기 환경에 따라 변화되며, 수량뿐만 아니라 품질과도 큰 관계가 있다.

등숙률 및 천립중이 향상된다는 것은 이삭 속에 전분이 빈틈없이 꽉 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삭 패기 후 식물체의 양분은 이삭으로 이동해 전분의 형태로 축적되는데, 이는 등숙 효소라 불리는 단백질의 작용 덕분이다. 효소는 활력에 따라 제기능을 할 수 있느냐가 결정되는데, 활력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온도 조건이다.

벼 등숙 효소의 작용에 가장 적합한 온도는 일평균 22℃로, 출수 후 40일 동안의 일평균 온도가 22℃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온도가 이보다 낮으면 등숙 효소의 활력이 감소해 전분 축적 속도가 늦어져 보통 출수 후 45~50일이면 수확이 가능했던 것이 60일 이상으로 길어지고, 등숙 후기의 온도가 낮으면 청미 발생 위험 증가로 벼 품질이 저하된다.

반면 온도가 높아지면 등숙 초기의 등숙 속도는 증가하지만, 등숙 효소의 활력이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해 이삭 속에 전분이 꽉 차지 못한 채 빈틈이 생기며, 이 때문에 쌀은 뿌연 색을 띄게 된다. 이런 색의 변화는 쌀의 외관 품위뿐만 아니라 식미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밥을 했을 때 탄력이 떨어지고 퍼짐현상이 발생해 맛도 크게 나빠진다.
 
주요 벼 30품종을 이용, 이앙시기를 달리해 출수 후 등숙기 온도에 따른 쌀 품질 변화를 분석한 결과, 등숙기 온도가 일평균 22℃에서 1℃ 상승함에 따라 현미 정상립 비율은 약 5% 감소하고, 이삭이 충분히 되지 않아 쌀의 경도가 낮아져 도정 중 깨지는 현상이 많아져 싸라기 비율은 5% 증가했다. 또한 현미 내 전분 축적이 완전하지 못해 백색을 띄는 미숙(유백)립 비율은 1.9% 상승하며, 현미 천립중은 약 0.2g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름이 길어지며 온도 또한 높아지고 있어 고품질 쌀 생산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 맞춰 고품질 쌀을 생산하려면 벼의 출수 후 온도가 등숙에 가장 유리한 온도가 될 수 있도록 출수시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별 온도를 감안해 최적 출수 시점을 찾고, 이를 토대로 가장 많이 심기는 중만생종을 대상으로 이앙기를 분석한 결과, 남부지역의 경우 6월 상순~하순, 중부 지역은 5월 중순~하순에 이앙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산간지역은 중만생종 재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각 지역의 이앙 적기를 참고해 벼를 재배하면 고품질 쌀을 생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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