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25)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모든 만성 질병은 음식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
섬유소 다량 함유 거친 음식, 국민건강 지킴이 되길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식품저널] 최근 우리 식생활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는 과도하게 정제된 것이 많다. 밀가루는 밀기울을 완전히 벗겨버리고 분쇄한 후 표백까지 해야 순백의 최상품으로 인정받고, 현미도 쌀겨 층을 모두 제거해 윤기 나는 흰색 쌀이 고급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보리도 과도한 도정과정을 거쳐 껍질을 거의 벗겨내야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 설탕은 황설탕을 탈색 처리한 후 백설탕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두부도 콩을 갈아 비지를 제거하고 콩 속 단백질만 분리해 응고시킨 것이다.

이와 같은 여러 분쇄, 거름과 도정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여러 성분이 제거돼 영양 불균형이나 질병 유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인간이 약 250만 년 전 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거의 전 기간을 수렵ㆍ채집으로 생명을 유지했고, 주로 먹은 것은 자연에서 얻는 식물성 식재료였으며, 운이 좋으면 동물을 잡아 얻은 육류를 먹었다.

지금부터 겨우 1만 년 전부터 농ㆍ축산업이 인간 생활에 정착되면서 우리 식생활이 크게 변하게 됐고, 식물성 식재료가 상당량 동물성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수백만 년 동안 정착됐던 식물성 음식을 소화시켰던, 인체 내 유전인자가 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신체 기능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음식물을 처리하는 소화기관이 식물성 식품을 먹어왔던 긴 시간에 비교해 동물성과 정제된 식품에 적응하는 기간이 너무 짧아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017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망 질병 1위는 암이었고, 이 발생 빈도는 폐암, 간암, 대장암 순이었다. 눈여겨볼 것은 대장암으로, 1970년대까지만 해도 드물었으나, 1983년 10만 명 당 1.5명 수준에서 2017년에는 17.3명으로, 암 발생 순위에서 껑충 뛰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모든 암이나 순환기계 질병이 먹는 음식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 특히 대장암은 식품 성분 중 식이섬유와 깊은 관계가 있다. 섬유가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우리는 거친 음식이라 한다. 근래까지 인간은 탄수화물 등 5대 영양소만 있으면 건강 유지에 이상이 있다고 믿었으나, 이후 식이섬유가 우리 건강을 지키는데 중요한 성분이고, 여러 긍정적인 기능이 알려져 제6대 영양성분으로 지칭되고 있다.

최근 자기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양질의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통곡류 특히 보리밥, 현미밥 그리고 시래기와 함께 과일과 채소류 등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주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식이섬유 일일 권장량은 30g 정도이며, 우리나라 사람은 정제식품 선호로 이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계속 섭취량이 줄고 있다.

식이섬유 섭취는 변비 증상 개선, 영양 과다흡수 억제로 비만 예방, 공복감 지연, 당 흡수 지연으로 당뇨 개선 효과가 있고, 생체 내 호르몬 조절에 긍정적인 기능이 알려져 있다. 특히 인체 건강에 깊이 관여하는 장내 미생물의 먹이로 작용해 이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물질들이 여러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국가 보건 관련 기관에서는 심각해지고 있는 만성병 예방을 위해 우리 식생활에서 식이섬유를 많이 먹을 수 있도록 식생활 개선 운동을 전개하고, 식품산업계는 고객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서 가공식품에 식이섬유 함량을 높인 제품을 개발, 보급하고, 외식업체는 식단 구성에서 식이섬유 함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만성 질병은 발병 후 치료보다는 음식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며, 인류 역사상 오랫동안 먹어왔던 섬유소가 많이 들어있는 거친 음식이 자연스럽게 보급돼 국민 건강 지킴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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