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24)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살아가는 것은 등산과 비슷하다. 앞길이 막힌 것 같아도
가까이 다가서면 길이 뚫리고 이 과정이 지나면 어느새 정상에 올라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식품저널] 탄생이라는 시작이 있었으니, 자연의 순리대로 언젠가 마무리할 때가 오겠지. 내 뜻에 따라 이 세상에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이 나이가 되니 내 의지로 살아온 시간이 그렇지 않은 기간보다 크게 길어졌다. 즉 내 생각과 내 뜻에 따라 살아왔고 앞으로도 얼마인지는 모르나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러나 생을 마감할 기한이 가깝다는 생각이 들면 의지가 아닌 무의지 속에서 끝을 마무리할까봐 크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지만 미리 준비하면 달라질 것으로 추측을 해보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보니 양로원이나 요양병원을 찾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가까운 친족들이 입원해 있기 때문이다. 증세가 심하여 거동이 어렵거나, 경증이지만 기억과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사례도 있다. 어느 상태건 혼자 생활하는 것은 아니고 남의 도움을 받아 집단 생활하는 속에서 비슷한 환자들이 모여 있어 자꾸 몇 년 후 나를 보는 것 같아 초조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는 없을 것이고 이에 따라 육체와 정신도 같이 노쇠해지므로 내 의지에 반하게 행동하고, 아무 뜻이 없는 마음이 표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때가 많아진다. 그러면서 내 뜻대로 되지는 않겠으나 마무리에 이르러 나만의 바람을 가져보는 것은 준비한다는 의미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첫째 할 일은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해 이미 서류로 제출하였고, 이제 확인하는 증명만을 기다리고 있다. 안사람과 함께하였고, 마음으로 다짐을 했으니 무리하게 의료의 힘을 빌려 의미 없는 생명연장은 결코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조치를 해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면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노화된 몸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허상이요,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주위에 부담을 주면서 기계의 힘을 빌려 숨쉬기를 계속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생과 사는 동전의 앞뒷면인데 한쪽에 살다가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이 세상 모든 것, 생물체는 물론이요 무생명체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지 않는 것은 없다. 무쇠라 하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녹슬고 스러진다.

생각과 의지가 있는 사람은 다른 생명체와는 다르게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이를 관리하고 조정하는 힘을 갖고 있다. 다가오고 있는 마무리의 때보다는 오늘을 또다시 맞을 수 있다는 것의 축복과 새날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살고 싶다. 이 감사한 마음에 더하여 쓸데없는 불평과 불만을 최대한 억제하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아량과 여유로움을 간직할 수 있다면.

이러기 위해서는 건강은 첫 번째 조건이지만 나의 발전을 위하여 항상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면서 배우고 내일을 향한 목표를 세우고 싶다. 또 다른 일을 성사시키기 위한 희망의 끈을 잡고 안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고 싶다.

나 스스로 몇 년을 더 살 수 있는가를 셈하지 않고, 그 시간에 내가 더 일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첫째의 행복이요 내가 존재하는 의미를 부여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스스로 찾고 찾은 것을 실행하다 보면 또 다른 영역이 보인다. 살아가는 것은 등산과 비슷하다. 앞길이 막힌 것 같아도 가까이 다가서면 길이 뚫리고 이 과정이 지나면 어느새 정상에 올라있다. 정상이 최종목표는 아니지만 많은 장애를 이기고 여기 와 있다는 자부심과 끈기에 나를 격려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노을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찬란한 아침과 뜨거웠던 낮이 없으면 어찌 노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리오. 노각인생만사비(老覺人生萬事非)라, 늙어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마음먹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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