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20)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세시풍속과 절식 전통문화로 보존하여
가족관계 복원, 고향 생각하는 기회로

[식품저널] 설날 떡국 먹고 보름에 부럼을 까먹으며 김으로 찰밥을 싸 먹던 기억, 나이 든 사람만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추억이다. 근래는 이 말까지 친숙하지 않게 된 ‘세시풍속’은 우리 조상의 얼이 담긴 전통이요 이 시대에도 한 번쯤 되새겨 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생각과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세시풍속은 한 해와 네 계절을 의미하는 세시(歲時)와 서민의 생활을 의미하는 풍속(風俗)이 합쳐진 말로, 해마다 정기적으로 맞고 행하는 의례와 놀이를 말한다. 세시풍속은 우리 생활의 근간이었던 농사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농경의 기원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의 삼국지 위서동이전에도 우리나라 세시풍속이 소개될 정도로 오랜 기원을 두고 있다.

세시풍속은 도교의 종교적 기능, 공동체 삶의 바탕을 이루는 사회적 기능, 농사일과 관계되어 생산활동에 관계되는 것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런 행위와 생산활동을 통하여 전통예술로 승화되었고, 주로 농업과 관계된 생산활동에도 기여했으며 종교의례, 놀이, 각 계절에 맞는 음식인 절식(節食)을 탄생시키고 있다.

역사와 함께하면서 모든 사람의 삶 속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공동체로서 같이 협동하는 기회를 만든 것으로 지금도 계승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건너편 동 한 집 문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란 입춘방(입춘청, 입춘축)이 팔(八)자 형으로 붙어 있다. 복이 많이 깃들기를 빈다.

입춘은 일년 24절기 중 첫 번째로 크게 길(吉)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나도 할아버님께서 써주신 입춘방을 우리 집 대문과 문지방 위는 물론이고, 작은 집까지 붙이고 다닌 생각으로 아련한 옛날로 돌아가 돌아가신 할아버님을 만난다.

세시풍속은 연초의 설, 대보름, 봄철의 2월 초하루, 삼짇날(3.3), 초파일, 여름철의 단오, 유두, 삼복, 칠색, 백중, 가을철이 추석, 중구 그리고 겨울철 상달, 동지, 섣달그믐 등이 있다. 이 절기에 따라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절식(節食)이라 하였다. 지역의 자연환경에 따른 산물을 기반으로 하였고, 그 지역의 생업과도 관계가 있었다. 세시풍속에는 독특한 민속 행사가 있었으며, 특히 보름에 줄다리기, 단오에 그네뛰기 등은 그래도 최근까지 이어진 행사였다.

절식은 조상 숭배, 풍년 기원, 추수 감사, 기복, 별사, 건강, 자연과의 교감과 함께 일가친척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지역사회의 단합을 꾀하는 매체가 되기도 하였다. 절식은 가장 좋은 식재료로 떡과 술은 기본이었고, 여기에 절기별로 특별한 음식을 만들었다.

설날의 가래떡(장수와 새해 복을 빔), 세주, 보름달의 귀밝이술, 부럼(호두 등 견과류), 오곡밥, 묵은 나물(건조나물) 등이 있다. 삼짇날의 화전(진달래꽃 이용), 초파일의 느티떡이 있으며, 삼복에는 몸을 보신하기 위한 삼계탕, 육개장, 보신탕이 이 절식에 든다. 칠월 칠석(7.7)에는 밀전병, 밀국수를 먹었고, 추석에는 각종 식재료로 속을 넣어 만든 송편과 함께 동지에는 팥죽으로 잡귀를 쫒는 기원을 담았다.

실로 우리 민족은 세시풍속과 절식을 통하여 때를 즐겼고, 함께 사는 집단의 건강과 협동의 기회를 마련하였다. 현대에 이르러 이런 역사 깊은 행사와 절식의 자취가 없어져 가지만, 전통문화로 보존하여 멀어져가는 가족관계를 복원하고 고향을 생각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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