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18)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식품저널] 태풍이 불고 홍수가 져서 많은 사람이 다치고 생명까지 잃었을 때, 자연은 잘못을 인정하는가? 그것 자체가 자연현상이고, 인간에게 해는 입혔지만 그런 것이 스스로 법칙에 따른 자연의 순리일 뿐이다.

멧돼지가 민가에 내려와 사람을 해치고 공들여 가꾸어 놓은 농작물을 헤집어 놓았을 때, 그 멧돼지에게 잘못을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법정에 세울 수 있는가. 먹이를 찾기 위한 동물의 본능이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인간의 기준일 뿐, 자연의 입장에서는 전연 무의미하다.

인간만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자신들의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고, 옳지 않고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였을 때, 물론 그 기준은 인간이 만들고 시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하는 것 또한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자기의 잘못으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받고, 어려움을 겪을 때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이를 바로 잡고자 하는 본성과 함께 같은 실수를 다시 않으려 노력 또한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잘못하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아집으로, 밀어붙이고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도 종종 본다. 일반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우리가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종교의 탈을 쓰고, 믿기 어려운 범죄 행위를 하는가 하면, 세계 몇몇 나라 독재자의 손에 들려있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으로 많은 사람을 고통에 빠지게 하는 것들은 인간의 본성, 측은지심과 연민의 정이 부족한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거나 성숙하지 못한 미숙아의 행위이며, 이단자인 경우가 많다.

지구에 생존하셨던 많은 성현과 종교지도자는 착한 인간 본성을 찾으라고 말씀하셨는데도, 어찌 나아지기보다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나빠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 행위를 포함해 개인의 잘못된 결정으로 빚어진 결과가 다른 사람에게 크거나 작더라도 피해를 주었거나 주고 있다면, 그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정상적인 인간이다. 절대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를 떠나, 자기주장이나 신념, 혹은 정책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자 한다면, 이들의 바탕을 이루는 생각이 대중의 호응을 받아야 할 것이며, 예상되는 부작용을 미리 감지,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 될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은 무엇이며, 기대했던 역작용이 나타날 때 그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갖고 있어야 다른 사람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

인간은 원래 불완전하게 태어났고, 그 완전하지 않음을 채우기 위하여 생을 마감할 때까지 교육을 받고 공부하면서 정신수련 등 노력을 계속하는, 이 지구상 유일한 생명체이다. 또 완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잘못이 있을 때 그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하는 행동이 뒷받침될 때 인간으로서 가치가 오히려 빛난다.

지구상 모든 다른 동물들보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여, 마침내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옳고 그름을 판단 할 수 있는 윤리성을 바탕으로 함께 생각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다른 동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능력 덕분이었고, 잘못한 것을 바로 잡고, 다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지혜로 더 나은 협동체를 만든 결과이다.

내가 한 행동과 결정에 대해 결과를 살펴보고, 잘못이 있을 때 솔직하고 확실하게, 옳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큰 용기이며 존경받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주요 덕목 중의 하나이다. 이런 사람이 많은 사회는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살만한 가치가 있는 집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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