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73.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30)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연구소

식약처는 사후감독에 중점 둬야
정부 관리능력 넘는 잘못은 영업자 책임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에는 유아 젖병 등을 세척할 때 사용하는 수입산 고가 주방세제에서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검출돼 소비자들로부터 해당 업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비난 받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3월 무작위 검사를 통해 특정 업체 제품에서 MIT 성분이 검출되자 검사를 확대하면서 이번 사건을 인지하게 됐으나, 검출량이 미미해 안전보다는 안심의 문제라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위생용품관리법에 따른 위생용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는 MIT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야만 하므로 기준 및 규격 위반은 명확하고, 이에 따라 해당 업체에 관련 법령에 따라 수거 및 압류ㆍ폐기 처분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식품분야에서도 매번 발생한다. 현행 식품관련 법령에 따를 경우 수입신고나 자가품질검사 모두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규정된 해당 식품의 유형에 적용되는 검사항목만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식약처가 규정한 것이라 영업자들은 이대로 따르기만 하면 수입통관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럼 민감한 위해물질 등에 대해서 추가 검사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사전에 점검하지도 않는다.

이러다보니 수입하는 입장에서는 식약처의 무작위 검사가 소위 복불복이다. 식품에 당연히 포함되어서는 안 되는 벤젠 등 발암물질, 각종 동물용의약품 등 수많은 위해물질에 대한 검사항목을 현실적으로 영업자가 전부 사전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이미 식약처에서 검사항목을 지정해 놓지 않고, 특정항목만 검사하도록 관리하기 때문에 수입 통관과 무관하므로 검사 자체를 할 필요성을 인지하지도 못하게 방해하는 측면도 있다. 게다가 이번 사건처럼 식약처도 매번 국민들로부터 비난 받을 수밖에 없다.

검사항목을 관리하니 검사항목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 자체가 비난 대상이고, 설사 기준 및 규격에 위반된다고 규정해 놓더라도 결국 지금까지 수입을 허락하면서 식약처 역시 제대로 검사도 없이 허락해 준 것이므로 할 말도 없다.

현행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은 너무 구체적이고, 정부가 불필요한 관리ㆍ감독의 범위까지 규정한 것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식약처가 지향하는 식품 등의 안전을 위해서는 관리할 능력 범위 외에 것은 과감히 영업자의 책임으로 넘기고,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모니터링 제도에 인력과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매번 새롭게 검출되는 발기부전치료제 유사물질이나 비만치료제 유사물질을 하나씩 규명해서 등록하는 비용으로 사후감독에 더 신경 쓰는 것이 이번 사건과 같은 관리ㆍ감독 부실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물론 이렇게 바뀌기 위해서는 영업자에 대해 형사처벌만을 강화하기보다 실질적인 금전적 손실을 가져오는 과징금 부과액수를 상향해야 하고, 소비자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해서 영업자 스스로 철저히 검증된 제품만 제조, 유통 및 판매하도록 관련법령도 함께 개정해야 한다. 현재 집단소송제에 식품을 포함시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완전히 불가능한 희망사항만은 아니다.

1962.1.20. 제정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은 이제 대규모 개정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식약처가 공유주방 같은 과감한 규제를 철폐하기 시작했고,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와 일반식품에 대한 기능성 표시제도를 합의하고 구체적인 안을 담은 고시를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면서 식품공전 개정도 머지않았음을 예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식약처가 국민의 식품안전을 최우선시 했던 것처럼 식품공전 개정 역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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