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72.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29)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사무소

정부가 나서 국민 불안 제거하고, 위생적 김치 생산 도와야

한국인의 음식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김치다. 그런데 우리 식탁에 매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김치가 식중독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니 참 난감하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배추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상수도 사용이 증가했고, 예방을 철저히 하다 보니 많이 감소되기는 했다.

물론 2000년대 이전에 비해 식중독 사고와 이로 인한 환자수가 증가한 이유는 단체급식 때문이다. 개별적으로 도시락을 준비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해도 도시락을 함께 먹은 일부만이 문제가 되지만, 단체급식은 급식을 제공받는 전체 학생이 위험해진다. 특히 매끼마다 제공하는 김치는 대다수 학교가 인근 지역 김치 제조업체로부터만 공급받는 경우가 많아 일부 안전관리가 소홀한 업체의 제품으로 인해 동시다발적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최근에도 경기도 소재 김치 제조업소에서 생산한 김치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돼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크게 긴장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원인을 추정해 볼 수 있겠지만, 농산물인 원재료나 작업자로 좁혀진다. 작업자들의 경우 김치 제조업체가 모두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의무적용 대상이라 철저한 위생관리와 안전 교육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일단 식중독균이 검출되면 학교급식 계약은 무조건 해지된다. 행정처분의 경중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영업정지가 시행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 업체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업체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원료, 시설, 기구 등을 조사하겠지만, 원인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식중독 사건은 정부가 나서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주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식중독 김치를 제조했던 업체는 속된 말로 ‘운이 없어서’ 검출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위생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원인을 못 찾으니 우리 잘못이 아니고, 전부 운명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2005년 기생충 알 김치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미숙한 행정으로 더욱 혼란이 가중됐다. 이물로 분류된 기생충 알의 위해성에 대해 식약처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고,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는 발표를 했다가, 결국 국내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되자 부랴부랴 위해성이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 국민을 안심시키는데 급급했다.

이런 이유로 당시 중국산 김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졌고, 여전히 우리가 방문하는 대다수 일반음식점들이 중국산 김치를 제공하고 있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폄하하거나 품질이 좋지 않을 거라고 불안해하며 섭취한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김치 식중독 사건에 대한 철저한 원인 조사와 규명을 통해 국민들의 불안을 제거하고, 김치 제조업체가 더욱 안전하고 위생적인 김치를 생산하도록 도와주어야만 한다.

이미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는 식육(제조, 가공용 원료는 제외한다), 살균 또는 멸균 처리했거나 더 이상의 가공, 가열조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섭취하는 가공식품에 우선적으로 살모넬라(Salmonella spp.), 장염비브리오(Vibrio parahaemolyticus),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Listeria monocytogenes), 장출혈성 대장균(Enterohemorrhagic Escherichia coli), 캠필로박터 제주니/콜리(Campylobacter jejuni/coli), 여시니아 엔테로콜리티카(Yersinia enterocolitica) 규격을 정해 놓았고, 추가로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Clostridium perfringens),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등 다양한 식중독균을 관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많은 사건들이 법령이나 제도가 없어서라기보다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거나 실천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영업자들도 운으로만 사건의 원인을 돌리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하면서 재발 방지에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역경을 딛고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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