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조류독감 퇴치선언에 비상신호가 들어왔다.

남부 캄보디아 접경 타이닝성에서 12세 소년이 조류독감에 감염돼 숨진 것으로 밝혀지면서 당초 오는 30일쯤 조류독감 퇴치선언을 공식발표하려던 베트남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카오 반 카이라는 이 소년은 지난 13일 타이닝성의 한병원에 입원한지 5일만에 숨진 뒤 호치민시의 파스퇴르연구소에서 사인 조사를 한 결과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1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측은 숨진 소년의 가족이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를 기르지 않지만 주변에 제대로 매장되지 않은 가금류들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23일께 전문가들을 현지에 파견해 소년 가족들을 검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 소속 세균전문가들은 이 환자가 오랫동안 H5N1 조류독감 바이러스 감염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다 갑자기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한 뒤 숨진 것은 이례적인경우라고 밝혔다.

베트남 농촌개발부의 부이 퀸 앙 가축위생국장도 "병든 가금류와 직접 접촉을 한 수의사나 다른 사람들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서 "이 소년이 어떻게 조류독감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망사실이 알려진 직후 베트남 정부는 관계기관 대책회의을 잇따라 열고 숨진소년의 정확한 감염경로 파악에 나서는 한편 유사한 경우가 있는 지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독감 사태 이후 16번째 희생자로 기록된 이 소년의 사망으로 베트남 정부는 진퇴양난의 형국에 처했다는 것이 익명을 요구한 일부 소식통들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소년의 죽음으로 베트남측의 조류독감 퇴치선언이 시기상조라고 일관되게 강조해 온 유엔 식품식량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가 결과적으로 사실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FAO,WHO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기구들이 조류독감 사태로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베트남의 탈출시도에 쐐기를 박으려는 압력성 주문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올해 경제성장목표치 8% 달성이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일부 소식통들의 전망이다.

또 베트남 농촌경제에서 가금류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실에 서 FAO와 WHO의 권고에 따라 퇴치선언 시기를 늦출 경우 가뜩이나 이번 사태로 엄청난 피해를 당한 농민들의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느냐는 것이 베트남 정부의 또다른 고민이라고 소식통들은 지적했다.

한 소식통은 "16번째 사망자 발생으로 조류독감 퇴치선언을 통해 악재에서 벗어나려던 베트남 정부의 시도가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면서 "더구나 퇴치선언 시도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온 FAO가 이번 경우를 베트남 정부가 의도적으로 관련정보들을 감추고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마저 시사함에 따라 상황이 예상보다 어렵게 전개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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